프랜시스 버넷의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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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미셀스와이트의 주인이 잔디밭을 건너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아이가 웃음기 가득한 두 눈으로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요크셔에 사는 그 어떤 아이나 마찬가지로 힘차고 꿋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바로 콜린 도련님이!”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국출생의 미국 소설가 프랜시스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이 190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프랜시스 버넷은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 소공녀(A Little Princess)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엔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감동이 있다. 많은 분들께 선물하고픈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굳게 닫혔던 비밀의 화원이 다시 열릴 때 찾아 드는 생명력의 회복 때문이리라.

생명의 회복!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 그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자.

주인공은 인도에서 태어난 열 살배기 영국 소녀 메리 레녹스(Mary Lennox)다. 소녀는 파티에만 정신이 팔린 어머니로부터 버려지다시피 했다. 하인들의 손에 키워져 성품이 제멋대로 뻗쳤다. 메리는 미운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바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를 덮친 콜레라로 인해 부모와 하인들 모두가 돌연히 죽어버린 것이다. 졸지에 오갈 데가 없어진 메리는 영국 요크셔의 귀족인 고모부 크레이븐(Craven)의 집, 미셀스와이트(Misselthwaite Manor)로 오게 된다.

미셀스와이트는 어둠이 가득한 집이었다. 오랫동안 생명의 활기가 사라져 버린 곳이었다. 100개가 넘는 방들이 대부분 잠겨있었다. 밤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정원 가운데는 지난 10년간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던 비밀의 화원이 있었다.

그곳은 돌아가신 고모가 돌보던 정원이었다. 고모는 정원에 있는 나무에 올라앉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고모부 크레이븐은 곱사등이었다. 그런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자길 사랑했던 아내가 사고로 죽자 그는 정원을 폐쇄해버렸다. 해외를 떠돌며 여행만 다녔다.

메리는 그런 고모부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자기 방에만 갇혀 지내야 했던 메리는 하녀 마사, 정원사 벤 노인, 그리고 붉은가슴울새를 만나며 서서히 몸과 마음이 되살아났다. 비밀의 화원의 존재를 알게 된 메리는 붉은가슴울새의 도움으로 열쇠를 발견하고, 담쟁이 잎 속에 감춰져 있던 문도 발견하게 된다.

메리는 하녀 마사의 동생인 딕콘을 만난다. 딕콘은 자연인 그 자체였다. 딕콘의 도움으로 메리는 비밀의 화원에서 꽃씨를 파종하고 덩굴과 잡초를 제거하며 정원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메리가 밤에 들었던 괴이한 울음소리의 장본인은 크레이븐 고모부의 아들 콜린(Colin)이었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병약한 탓에 얼마 못 가 죽게 될 것이란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자기도 아버지처럼 언젠가 곱사등이될 것이란 두려움도 갖고 있었다. 늘 휠체어를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의 그늘에 갇혀있었다.

소설은 메리에 의해 비밀의 화원의 문이 열리게 되면서부터 반전된다. 굳게 닫혔던 콜린의 방문이 열리고, 100개의 닫힌 방문도 열렸다. 물꼬가 트이면서 생명의 회복이 파도타기처럼 이어졌다. 메리, 콜린, 그리고 고모부 크레이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성경의 에스겔 47장에서 마주치는 생명의 회복을 연상케 한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사람의 발목, 무릎, 허리까지 차오르다 마침내 깊은 강물이 되었다. 물이 흐르고 닿는 곳마다 생명을 회복시키는 역사가 일어난다.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에스겔 47:9).”

그러므로 우린 누군가 어둠에 갇힌 이웃을 만날 때 즉시 권면할 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당신의 삶 속에 닫혀있는 비밀의 화원이 있다면, 그 문부터 열도록 하십시오.”

콜린이 그랬다. 비밀 화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이후 그가 맞이하는 아침이 새로와졌다. 작가는 그의 새로운 아침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날 밤, 콜린은 한 번도 깨지 않고 잤고,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벽을 노려보며 누워서 차라리 깨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라는 대신 콜린의 머릿속은 어제 메리와 둘이서 세웠던 계획들과 정원의 모습, 딕콘과 그의 동물들로 가득 찼다.”

휠체어에 앉아 시들어가던 콜린의 영혼이 소생한 것이다. 닫혀있는 문을 열어젖힐 때 빛이 들어와 어둠을 몰아냈다. 우린 이 감동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고백에서도 만난다. 그녀의 행복론을 들어보자.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When one door of happiness closes, another opens).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마음 한 켠에 있는 비밀 화원의 문이 행복의 문이다. 소설에서 제일 먼저 행복을 맛본 건 메리였다. 그 작은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가시들이 모두 제거되었다.

자기만 알던 메리의 마음에 이웃이 들어설 자리가 생겨났다. 이웃사랑! 예수님이 우리에게 명하신 성경의 그 핵심주제가 메리의 삶에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극적인 사랑의 열매는 콜린이었다. 사망의 덫에 갇혀 있던 그가 이렇게까지 담대히 외치게 되었다.

“난 나을 거야! 메리, 딕콘! 난 건강해질 거야! 그리고 영영 영원히 살거야!”

회복된 콜린의 생명은 아버지 크레이븐의 삶도 살려냈다.
“비밀의 화원에 함께 앉아 콜린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던 크레이븐은 눈물이 나오도록 웃었고 웃지 않을 때는 눈물을 흘렸다.”

우린 세상 속에서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해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은 경쟁사회 속에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 길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이다.

잠언 14:12 말씀의 훈계가 엄중하다.
“어떤 길은 사람의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

성경은 세상과 달리 이웃사랑이 곧 내가 사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이웃을 살리면 나도 산다. 비밀의 화원을 여는 일은 그렇게 너와 나를 살리는 생명의 길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마태복음 22:39을 묵상하며 ‘비밀의 화원’에서 배우는 마지막 교훈을 마음에 간직한다.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