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떡 대신에 육아시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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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대신에 육아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일년 동안 저희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물심양심으로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들의 첫돌이 돌아오자 우리 부부는 고민을 했습니다. 돌잔치라 하여 일가친척들과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아들에게 의미 있는 첫 생일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여러 형제 가운데 막내로 자란 나보다는 어머니 돌아가시자 어린 동생을 키워본 과거(?)가 있는 남편이 임신 전부터 시작해서 아들이 태어나 1년동안 자라는 모습을 틈틈히 시로 적어 놓았던 것이 있어서 돌날에는 목사님을 모시고 감사예배만 드리고, 돌잔치 대신 ‘하나님의 아가’라는 제목으로 육아시집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첫 울음소리
아기의 첫울음은 세상에 나옴에 대한
환희와 기쁨보다는 고통의 표현이리라

아기집에서의 평안을 깨뜨리고 나온 아기는
낯설기 그지없는 환경에 당황했으리라

눈부신 세상에 나온 아기는 시끄럽고 추위를 느끼게 하는
자극적인 것들로 인해 놀랬으리라

아기집에 떠 있던 아기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첫 호흡을 시도해야 하는 어려움에 다달았으리라

호흡은 힘이 필요하기에 아기는 첫 시련에 당황하지만
힘찬 울음을 통하여 첫 호흡에서 안정을 찾았으리라

울음은 엄마의 세상에서 홀로 떨어지는 순간이며
처음 오는 땅에서의 출발이리라

둘째 딸아이 역시 잉태되는 날부터, 태어나 자란 1년동안의 모습을 남편은 콜콜하게 시로 또 남겼습니다. 보통 육아일기는 엄마들이 콜콜하게 쓰는데 어찌된 우리 집은 엄마대신 아빠가 육아 시를 씀으로 해서 ‘예수님의 아가’라는 또 하나의 육아시집을 출간하여 일가친척들과 가까운 이웃들께 돌잔치를 대신하여 감사함을 전해드렸습니다.

요람
아기집에 든 날에서부터
난 날까지 자란 곳으로 온 것은
첫이레만이었다

엄마를 통해 느낀 익숙한 공간,
나를 잉태한 요람은
온통 책들로 점령되어 있다

책이 가득한 방에서 나는 그 냄새가
코끝에서 살아나 울어버린
그 공간에서의 첫 밤

어버이가 함께 누웠던 그 자리에 누워
든 날부터 난 날까지의
세월을 더듬어 본다

아기집에서 보낸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시작하는 이곳은
나를 잉태한 요람

두 아이가 자라가며 심심하면 선 날부터 돌날까지의 자기들의 모습을 시로 읽으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아빠에게 감사를 표현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돌잔치 대신 육아시집을 만들어 준 것이 정말 잘했다 생각됩니다.

가끔 우리 부부도 시집을 펼쳐 들고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며 어느새 스무 살을 훌쩍 넘긴 두 아이를 늘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