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하나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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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묵상하다 보면, 이전에 잘 알지 못했던 하나님을 만난다. 하나님에 대한 묵상이 깊어지는 만큼,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명료해진다.

성경의 모든 기록은 온통 나를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러브 스토리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사랑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십계명은 하나님의 사랑을 문서화시킨 기록이다.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법처럼 보이지만, 그 속뜻을 살피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하나님의 사랑 노래이다.

십계명 속에 감춰진 하나님 사랑
몇 주 전, 뉴린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교우의 직장을 방문했다. 뉴린을 가려면 아본데일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은 우리 가족이 12년 동안 살던 동네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살았던 동네와 집들이 보고싶어 졌다. ‘다른 동네는 많이 변했는데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들은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동네를 돌아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담벼락과 울타리에서 묻어 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던 공원도 돌아보았다. 아내가 아팠을 때 시내처럼 바닷물이 들어오던 뻘에도 가보았다.

갑자기 감사와 평강이 밀려 들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였다.

지나간 세월과 시간을 열어보는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정말로 고민하고, 염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현재의 시간에서 십계명을 바라보면 그것은 법이다. 나를 무자비하게 통제하는 전제군주의 명령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십계명을 바라보면 그 계명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십계명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서 열어야 한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주시기 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출애굽기 20:2).”

나를 인도하셨던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는 십계명은 오래된 법전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이 주님의 은혜라는 고백 위에서 펼쳐 본 십계명은 예수님을 관통하여 하나님과 하나 되는 미래를 열게 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은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예수님의 십계명이다. 그 새 계명이 내가 살아야 할 오늘의 지침이 되게 하려면 십계명을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외에 다른 신을 네 앞에 있게 하지 말라
이른 아침 돌보는 한 노인의 집이 밀포드 해안가에 있다. 날마다 같은 시간, 같은 바다를 보게 되면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바닷가에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추워도 바다에서 수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같은 사람들을 매일 보게 되는 작은 행복보다 더 감사한 것은, 햇살 가득한 파도와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내 깊은 속에서 드려지는 감사와 찬양이다.

밀포드 비치는 모래사장에서 개인 주택까지의 거리가 짧은 바닷가이다. 잔잔한 파도는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만조 때, 바람이 불어 파도까지 높아지면 주택가 담벼락을 파도가 때려 그 물거품이 이층까지 튀어 오르기도 한다. 어제의 아름다운 바다는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사나운 비바람이 유리창을 세차게 때린다.

살다 보면 잔잔했던 바닷가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 상황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 두렵다.

몰아치는 거센 환경도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그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이 내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크게 절망한다. 하나님은 이런 나에게 당신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신다.

사람이 신을 찾는 이유는 인생에서 한계점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인간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신인식을 갖게 된다.

이런 나에게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을 갖지 말라(You shall have no other gods before me).” 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주신 첫 번째 계명의 뜻은 하나님 외에 그 어떤 것도 신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에 속한 것들로부터 하나님을 분리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사람은 하나님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선포이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이다.

하나님이 이렇게 강하게 말씀하는 이유는 이것 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열정 때문이다.

십계명, 하나님의 사랑
그렇게 무섭게 휘몰아치던 바람과 파도가 치던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닷물결이 비단결같이 잔잔해진다.

전날 그렇게 맹렬했던 파도의 기세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같은 바다였나?’라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바다이다. 거세게 휘몰아치던 바람만 사라졌을 뿐인데 전혀 다른 바다처럼 보인다.

인생에 거친 바람이 불면 잔잔하던 바다가 요동치며 흔들린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면서도 그 파도 앞에서 작아진다.

나를 사랑하신다고 했는데 왜 이런 상항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일까? 이런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이렇게 힘든데, 하나님이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앞에 놓이면 내가 너의 하나님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던 하나님은 보이지 않고,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파도만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던 파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잠잠해진다. 사람의 일생을 도화지 위에 펼쳐 놓고 힘들었던 기간을 그리게 하면, 그 순간은 잠깐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려움을 겪는 시절엔 그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나님은 이런 우리에게 첫 번째 계명을 통해 십계명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내가 너희의 하나님이야, 난 너희를 절대로 떠나지 않아!”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너희의 신이 될 수 없다는 부정은 내가 너희의 하나님이란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사랑 표현이었다.

맑던 하늘이 흐려지더니 바람과 함께 또 큰 파도가 몰려온다. 여전히 두렵지만 그 파도를 이젠 피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그 파도를 덮고도 남는다는 것이 십계명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