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관점의 차이를 통해 알아 가기

벚꽃이 만발한 뉴질랜드 남섬 방문 중에 소식을 전합니다. 9월 말이면 크라이스트쳐치 중심에 위치한 헤글리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헤글리 파크에는 항상 그렇듯 한쪽에서는 골프를 치고, 누군가는 달리고, 또 삼삼오오 꽃구경을 하고, 다 제각기 같은 공간에서 하는 것과 보는 것이 다른 다양한 세대 간의 차이가 떠올랐습니다.

걷다 보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꽤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커서 어느덧 의젓한 청년이 되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언뜻 청년적 시절이 떠오르면서 시간의 빠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다음세대와 더욱 깊이 소통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남섬 방문에서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캠프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삶에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적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말씀을 전하기 위해 참여했습니다.

오랜 시간 예수님을 믿고 있으면서도 하나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어색하고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고 발전하고 깊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기에 관계를 더욱 잘 하고 싶어 질문하는 것은 하나님을, 또한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이기에 이런 나눔에는 성령의 임재가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질문과 말씀의 답을 통해 서로에게 많은 영감과 배움 및 깨달음을 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영원을 사는 크리스천에게는 매우 중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알아가면 갈수록 관계 안에서 신뢰와 사랑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지고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일의 질이 달라지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기쁨이 가득한 삶과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힘으로 매일을 살아가게 하고, 더 나아가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하기 때문입니다.

캠프에서 말씀을 나누기에 앞서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는데,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간은 ‘MZ Talk’이었습니다. X세대, Y(M)세대, Z 세대가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지 경험을 나누고, 이유를 설명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던진 질문 가운데 하나는 ‘연락에 대한 세대별 현상과 견해’였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연락할 때 읽고도 답을 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언제 답을 주어야 하는지, 왜 답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기존 세대는 읽고도 답하지 않는 것에 무시당했다고 느꼈지만, 다음세대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차이가 두드러지게 있었습니다. 또한 ‘좋아요’나 ‘엄지척’ 등 이모티콘으로 반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세대별 시각이 달랐습니다. M세대는 상대가 내 의견을 이해했다는 신호로 댓글이나 반응을 기대했지만, Z세대는 스마트폰과 늘 연결되어 있기에 굳이 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습니다. 만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X세대는 대화를 통해 확인하려 했고, Y세대는 당연히 답이 올 거라 생각했으며, Z세대는 ‘읽씹’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차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다음세대는 자신의 존재를 SNS를 통해 표현합니다. 운동하는 모습, 먹는 음식, 반려견 사진 등을 올리며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체성을 찾아간다기보다는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 대한 참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면 기존 세대에게 SNS는 주로 연락 체계나 광고, 정보 공유, 안부를 전하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삶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과는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대별 관점의 차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느꼈고, 이외에도, 소통 방식, 개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회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깊이 토론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양질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호에 언급했던 젠지스테어처럼 Z세대의 소통 방식은 나쁜 태도라기 보다는 새로운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존 세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기존 세대는 다음세대를 교육하려 하지만 다음세대는 기존 세대의 교육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을 받은 방식이 다르고, 경험한 것이 달라 그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세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일을 진행하고, 심지어 사고 합니다. 이는 짧아지는 언어를 통해 알 수 있고, 간결해지는 소통 방식을 통해서도 두드러지게 그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 깊이는 의문입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며 일의 진행을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깊은 대화는 피하고 설명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서적 교류가 부족해지면서 오해도 자주 생기고 관계의 단절도 가져오며 깊이 있는 성장이 어려워집니다. 그런 다음세대를 보면 안타깝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캠프와 같은 곳에 가서 대화나 토론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 동떨어진 특히 자연 가운데면 더욱 좋은데 가속화하고 있는 바쁜 생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에서 ‘서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기존에 있던 좋은 점은 배우고, 잘못 인식된 면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고, 새로운 생각은 시도해 보는 배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세대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풍성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습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관계가 신뢰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외로운 다음세대와 접속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캠프를 가지 않아도 교회 공동체에서 여러 세대로 구성된 소그룹이라던가 몇몇 가정이 함께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방식이 아무리 옳을지라도 잠시 내려놓고 다른세대의 특징을 듣고 무언가 배울만한 것을 찾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상대가 아무리 뻔한 얘기를 할지라도 들어주며 궁금한 것은 직접 묻고, 질문을 통해 상대를 고치려는 의도가 아닌 나 스스로의 방식을 조정하겠다는 자세로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기회는 다음세대에게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세대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이번 캠프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조차 여러 세대의 조합으로 꽤 어색했지만,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어느덧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성령의 일하심을 막을 수 없듯이 하나님의 사랑은 넘치도록 충분히 부어졌고, 놀라운 회복과 치유와 용서가 있었던 캠프였습니다. 개인주의 성향과 함께 세대적인 문제로 두터웠던 담이 무너지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며, 하나님 안에 한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지극히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Z세대가 오히려 건강한 공동체를 동경하고, 심지어 교회의 선한 목표를 위해서 한마음으로 헌신하려는 마음까지 나누어 주었습니다.

교회가 자신의 몸을 불리고, 교회의 운영에 온 관심을 쏟고,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도려 교회 밖에 예수를 모르는 사람에게 복된 소식을 전해주고 약자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Z세대는 바라고 있었고, 그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다음세대가 자신의 실속만을 챙기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본질을 더욱 갈망하고 있었고, 세대를 넘어서서 우리의 목적과 방향이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와 같다면 서로 합력하기를 하나님은 누구보다 바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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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지은
Open Chuch 담임. 우리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 그로 인한 대화의 단절이나 오해로 고심하고 있는 독자에게 참 진리로 인해 건강한 세대의 다양성과 각 세대의 정체성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따끈한 에피소드와 실천할 내용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