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2020년 3월의 어느 날. 우리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여 4단계의 경계 수위를 정하고 락다운(Lockdown)을 강행한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사업과 일터를 정리하고 기약없이 자택에 격리되어 매일매일 삼시 세끼 가족편을 연출하는, 아마도 일생에 두 번 다시없을 시절을 살아내게 된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코로나가 일종의 유행성 감기 정도로 홀대? 받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당시 백신도 치료제도 없던 미지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우리를 주눅들게 만들었고, 경제와 사회 활동을 올 스톱시켰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마저 퇴색시켜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었다.
떨어진 식료품을 사기 위해 락다운 이후 남편이 처음으로 장보러 가던 날, 온몸을 옷으로 꽁꽁 싸맨 후 얼굴엔 익숙지 않은 마스크를 두 겹 씌우고 조심히 다녀오시라 걱정 마시라 사뭇 비장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는다. 한참의 줄서기 끝에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나는 마치 방사능에 라도 오염된 것처럼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대고, 현관문 밖에서부터 옷가지를 벗어 던진 남편은 욕실로 직행하여 비누로 몇 번이나 뽀득뽀득 손발을 씻었더랬다… 그 땐 그랬다.
그렇게 인생 첫 팬데믹을 겪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이 ‘아…비누로 손만 잘 씻어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겠구나!’
인류를 위협한 최악의 질병 중 하나인 코로나19 예방 수칙에는 버젓이 비누로 손을 잘 씻으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무슨 특훈이라도 하는 건지, 해마다 점점 강해져서 돌아오는 유행성 감기에도 마찬가지. 아니, 사실 어떤 감염병이든 그 예방법으로 30초 이상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을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하고 있으며, 그럴 때 다른 어떤 방법보다 높은 세균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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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는 BC 2800년 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아주아주 유서 깊은 제품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서도 비누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비누가 대중화되어 사람들이 손발을 잘 씻기 시작하면서부터 질병에 대한 감염율이 현저히 낮아졌고, 이로 인해 비누가 인류의 안녕과 복지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하니, 비누는 이 얼마나 귀하신 몸인가? 제품에도 노벨상을 줄 수 있다면 아마 노벨평화상이나 의학상 중에 하나는 거뜬히 받고도 남지 않았겠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들 중 하루에 한번이라도 비누를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아마 어떤 식으로 든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비누를 꼭 쓰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오늘날 비누는 생필품 중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위생용품으로 우리 삶에 귀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You don’t know what you’ve got till it’s gone. 이라고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보니 그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데, 공기, 물, 가족과 친구들, 건강… 따져보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비누야 말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홀대 받는 물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비누가 작용하는 원리를 들여다보면 참 특이하다. 흔히 우리가 서로 섞이지 않으려 하는 관계를 ‘물과 기름’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비누에는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물과 어울리는 요소(친수성)와 기름과 어울리는 요소(친유성)가 공존하고 있어서, 오염 부위를 물로 씻고 비누로 문지르게 되면 비누의 친유성 성분이 오염물질에 달라붙고, 친수성 성분이 오염물질을 격리시키면서 물에 씻겨져 나가며 세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비누가 가진 이런 특성 때문에 지방 세포막을 가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비누에 닿으면 세포막이 찢어져 괴멸된다고 하니, 과연 비누만 잘 사용해도 감염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렇듯 기특한 비누가 쓸 때마다 한 꺼풀 한 꺼풀 제 몸을 깎으며 우리 몸에 붙은 오물들을 깨끗이 씻어주고 있는 셈이니 참으로 고맙지 아니한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우리 예수님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대속물로 오셔서 자신을 십자가에서 희생하시고, 죄악으로 찌든 우리의 영육을 깨끗이 씻어 주심으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평케 하신 예수님. 비누가 육신의 오염을 씻어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면, 내 영혼과 육체, 삶의 찌든 때까지, 인생의 모든 오염에서 우리를 깨끗이 씻어 새롭게 하시는 예수님 이야말로 내 인생 비누(be new)가 아니시랴!
‘비누로 손을 잘 씻으면 건강히 살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을 잘 믿으면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에 맞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비누로 몸을 씻듯 매일매일 귀한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가 우리의 삶에 흐르게 하는 것, 또 그 은혜가 흔한 비누처럼 홀대 받지 않도록 늘 감사하며 사는 것, 그리고 사람도, 자연도 오염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때론 코로나19와 같은 고난이 밀려올지라도 우리가 지켜내야 할 생활수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