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정릉 골짜기에 사는 경국이네로 곧바로 달려갈 때가 많았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밥에 푸짐한 반찬을 내주시며 격려해주시는 마음씨 넉넉하신 경국이 부모님은
마산에서 서울로 이사 오셔서 정릉 골짜기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경국이네 집 대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오가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 들어오라고 하시고
냉수 한 대접이라도 내주시는 정말 정이 가득한 분들이셨습니다.
여름철에는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에 등목도 하고
빈 깡통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역기도 들면서
모기 알통만큼 나온 알통을 비교하며 서로 더 크다고 다투기도 했었지요.
오래전에 이미 두 분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그분들의 따뜻한 사랑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