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삼총사/평화의 건너편엔 악이 있다

삽화 김종현

“우리 야식 먹으러 갈까?”
“야식? 어디서?”

늦은 밤, 친구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야식이란 말에 막 잠을 자려던 요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친구의 이름은 데마다. 둘 다 태어난 지 2개월 남짓한 청소년이다.

갓 부화됐을 땐 너무 작아 눈에 보일락말락 했었는데 어느새 훌쩍 어린애 팔뚝 굵기로까지 자랐다. 호기심이 많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왕성한 운동량으로 쉬이 배고파지는 때다.

“샘터!”
“안돼. 무리를 떠나면 안된다고 했잖아, 특히 밤엔.”

그건 틸라피아 세계에서 단 하나 있는 계명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런데 그 계명을 뻔히 아는 데마가 지금 그걸 어기자고 유혹하고 있었다.

요나는 영 내키지 않았다.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계명이 아니어도 실질적으로 위험했다. 다름아닌
메기때문이었다.

메기는 낮엔 돌틈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이 되면 사냥에 나선다. 주로 무리를 이탈해 딴짓하는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야식한답시고 밤늦게 돌아다니다간 딱 그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데마는 자신만만했다.

“우린 무리를 떠나지 않아. 무리를 만들어 움직일 테니까.”
“…..”

요나가 의아해하자, 데마는 여기저기 다른 친구들도 툭툭 깨우며 귓속말로 연신 속삭인다. 이윽고 예닐곱의 청소년들이 데마를 따라나섰다.

요나는 계명을 어기는 것도 싫었지만, 홀로 남아 왕따가 되긴 더 싫었다. 하는 수 없이 그도 친구들의 꽁를 쫓았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샘터에 도착했다. 시장끼가 도는 그들에겐 어렴풋한 달빛 조명 속에 가득 펼쳐져 있는 플랑크톤 야시장이 황홀하기만 했다.

“와, 넘 멋지다.”
“아이고, 난 다이어트해야 되는데 큰일났네.”
“일단 먹고 보자!”

누가 뺏아 먹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허겁지겁 입을 벌린다. 호수 물은 차가운데 바닥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오르니 꼭 한밤에 노천 온천욕을 즐기는 것 같다. 다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먹고 즐기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고요한 밤일수록 조그만 소음도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법. 왁자지껄한 이들의 소리는 사냥감을찾아 호수를 유영하던 메기의 귀에도 들려왔다. 입가에 달린 수염이 본능적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데마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요나는 불현듯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했다. 요나는 데마를 재촉했다. 그러나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데마는 제멋대로였다. 그는 친구들에게서도 떨어져 혼자 이리저리 헤엄치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둠 속 돌 틈에서 번득이는 두 눈. 새까만 어둠 속에서 진하게 풍겨 나오는 살기. 요나는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데마를 쳐다보았다. 데마는 샘터 옆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에 도전하고 있었다.

몇 차례의 도전 끝에 마침내 머리가 땅에 닿고 몸이 거꾸로 세워졌다. 야호! 하며 데마가 환호성을 지르는 바로 그 순간, 돌 틈에 몸을 숨기고 있던 메기가 삽시간에 데마를 덮쳤다.

메기의 이빨은 데마의 배를 단숨에 꿰뚫었다. 데마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몸을 구부렸다 폈다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바둥거렸다. 부릅 뜬 데마의 눈 속에 서린 공포, 후회, 절망 그리고 슬픔……

그러나 그 시선도 잠시. 데마는 저항할 수 없는 메기의 완력에 끌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실로 한 순간의 일이었다. 친구들은 정신이 없었다. 저마다 메기다! 하고 고함치며 샘터를 뛰쳐나갔다. 죽어라 하고 헤엄쳤다. 다행히 메기가 뒤를 쫓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어느덧 요나의 눈에 틸라피아 무리가 들어왔다.

평화가 있는 곳. 엄마의 사랑, 아빠의 보호가 있는 곳. 요나는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다. 평화의 건너편엔 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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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곤
연세대정외과 졸업, 코람데오 신대원 평신도지도자 과정 수료하고 네이버 블로그 소설 예배를 운영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조건도 구원에 덧붙여져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어른이 읽는 동화의 형식에 담아 연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