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동리 갈릴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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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나골목길>

“니 오늘 도시락 뭐 싸왔노?”
“울 엄마가 계란 반찬 싸줏다 아이가!”

뒷산 볼그무레 하게 복숭아 꽃 피기 시작할 무렵 가슴 설레게 하는 봄 소풍이 시작된다. 부지런 떨며 일찍 집을 나선 아이들, 왁자지껄 나의 고향 집 앞길에 모여 도시락 자랑을 늘어놓는다.

오늘 나의 성지 순례기, 갈릴리 가나 결혼 잔치 길 나선 예수님과 마리아를 따라가다 잠시 내 초등학교 봄 소풍 길로 빠져들었다. 갈릴리 가나 결혼식 가는 길은 나사렛에서는 약 14km, 가버나움에서는 32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늘의 갈릴리 가나

버스로 이동한 나의 여정은 방향도 거리도 감을 잡지 못했다. 어머니 마리아의 가까운 친척 결혼식이라 생각하자. 마리아 친척들 결혼식장 가는 풍경, 아마도 오래전 우리네 결혼식장 행렬과 흡사했을 것이다.

수천 년을 훌쩍 뛰어넘은 오늘, 가나 동리에 들어서면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덕바지 다닥다닥 성냥갑 묶어 놓은 것처럼 얼기설기 정감 넘치게 서로 껴안고 살아가는 주거 환경이 오늘날 가나의 풍경이다. 이 집 저 집 친척들 불러 함께 먼 길을 떠났으리라. 당나귀를 타고 가는 사람, 걸어서 가는 사람, 흙먼지 날리며 잔칫집 가는 예수님의 발 길.

계란 말이 반찬 대신 넓적하게 구운 팔레스타인 빵에다 마리아가 부지런히 새벽부터 바리바리 보따리에 싸서 준비한 마른 무화과, 야자 대추, 그리고 갈릴리 바다서 잡아 말린 베드로 고기 등이 일행들 점심거리. 먼 길 피곤하면 당나귀 등에 얹어 놓은 담요 한 장 길가 올리브 나무 그늘에 펴고는 소풍을 즐긴다.

소풍을 즐기는 동안, 하얗고 붉고 보라색을 띤 화려한 양귀비 닮은 길가의 아네모네(Anemone)를 보며 담소를 나눈다. 이스라엘 길옆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다리 허브 딜(Dill), 손으로 쓰다듬어 그 향내도 즐긴다. 혹, 소풍을 하는 동안 친척들이 예수님의 혼사를 거론하지는 않았을까? 우리 예수님은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내 말인즉,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입에 담기 어려운 몰몬교 해석에 따르면, 가나 잔치는 예수님의 결혼 잔치로 막달라 마리아, 베다니의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를 아내로 맞이하는 소위 일부다처제 예수님의 결혼식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소풍을 마친 일행은 다시 일어나 길을 나선다. 먼 길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물로 포도주를 만든 예수님의 첫 기적 장소 갈릴리 가나다(요한복음 2: 1-11). 포도주 기적 이야기 꺼내기 전 잠시 엇길로 나간다.


동리 포도주 가게

혹시 성경 기록 밖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 기적 이야기를 들어보셨는가? 한도 끝도 없는 그 상상이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어린 예수님, 죽은 새를 살려 하늘로 날려 보낸다. 물 길어오라는 마리아의 심부름 떠난 어린 예수, 물항아리가 새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옷에 물을 담고 집으로 돌아온다.

말라 죽은 고기를 강에 던지자 살아나 헤엄을 친다. 지붕에서 떨어진 친구를 살리고, 도끼에 찍힌 어른의 발을 고친다. 아버지 요셉을 도와 죽은 사람을 살린다. 사자와 함께 놀기도 하고, 그 사자를 데리고 동네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질겁을 한다.

심지어 코란에도 이러한 상상을 전한다(Qur’an, Surah 005.110). 소위 위전(僞典)이라 불리는 [도마의 유년 복음](The Infancy Gospel of Thomas) 이야기다.

다시 엇길로 나간다. 가나 포도주 기적은 해석학자들에게 여전히 논쟁거리다. 물리적 기적으로 볼 사건이 아니라 영적 풍류(A spiritual allegory)로 보자는 주장에다, 혹자는 나일강 물이 피로 변한 출애굽 사건과 상징적 맥락으로 본다. 마리아 매니저의 지시에 따라 550리터가량 담을 수 있는 돌 항아리 여섯 개가 준비되었다. 포도주병으로 따지면 730여 병의 포도주와 같은 양이다.

다시 엇길로 나간다. 가나 혼인 잔치의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다는 것. 적어도 네 군데 장소가 기적 리스트에 오른다-전통적 가나 잔치 축제가 열리는 나사렛 북동쪽 5Km 떨어진 케퍼 케나(Kefer-Kenna). 1641년 프란시스코파의 교회당이 세워진 곳으로 성 제롬(St. Jerome)이 순례를 한 곳이다.

나도 이 곳을 찾는다. 이곳을 가장 유력한 곳으로 믿고 찾는 이유는, 바로 이 교회당 자리 아래 유대-기독교 회당 역사를 말해주는 고고학적 발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가나의 나다나엘이라 불리는 바돌로매를 기리는 교회당도 있다. 다른 한 곳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그리스 정교회 예배당 장소로 당시 기적에 사용된 두 개의 큰 돌 항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하지만 고고학자 리브카 고넨(Rivka Gonen)은 이 항아리들을 오래전 세례식을 했던 물항아리로 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레바논계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는 카나(Qana)라 불리는 레바논 동리. 이래저래 가나는 가볼 곳이다.


돌 항아리

또한 예수님의 두 번째 기적 현장으로, 곤궁에 처한 헤롯 안티파스 법정 직원을 만난 곳. 이 직원 역시 가버나움에서 먼 길을 와서 예수님을 만난다- “우리 아들이 죽어갑니다. 제발 저의 집으로 함께 가 주시지요.” 아들을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간청에 집으로 가는 대신 하신 말씀 -“너의 아들이 살아날 것이다.”

예수님의 기도 능력은 32㎞ 밖에서 죽어가는 아들에게 전달된다. 80리 원거리 치유 기적을 불러온 곳이다, 하룻길 걸려 집에 도착한 아버지, 아들이 나은 시간을 계산해 보니, 가나 시간대와 같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신혼부부가 새 삶을 시작하는 날 불길한 오멘의 구름을 걷어낸 날이요; 절망이 소망으로 바뀌는 재활 현장(Recycling centre); 어머니 마리아가 기적 매니저 (Miracle-manager) 역할을 만천하에 드러낸 날이다.

여기에 세 부류의 기적 파트너들이 있다-예수님, 마리아, 그리고 순종파 일꾼들. 그리고 기적의 재료는 소문난 에비앙 생수도아닌 지극히 평범한 물이 값나가는 포도주로 품격이 바뀐 사건. 가나는 기적의 동리요 ‘와우 스토리’(Wow story) 현장이다.

(www.seetheholyland.net. http://coldcasechristianity.com. https://en.wikipedia.org/wiki/Marriage_at_C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