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째 주 찬송/9월 둘째 주 찬송

9월 첫째 주 찬송/23장(통일23장) 만 입이 내게 있으면

1736년, 감리교 운동을 창시한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와 찰스 웨슬리(Charles Wesley, 1707-1788) 형제가 범선으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목적지인 사바나(Savannah)에 거의 도착할 무렵 큰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모든 승객들이 파선당할까 두려움에 쌓여 떨고 있었는데도 배 한 모퉁이에선 배가 뒤집힐 듯 흔들려도 아랑곳 않고 힘찬 찬송을 부르고 있는 모라비아 교도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웨슬리 형제는 굳센 믿음으로 열심히 찬송하는 무리들을 통해 크게 감동하였고 비로소 찬송의 크나큰 위력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죠. 웨슬리는 이 후 피터 뵐러(Peter Böhler)라는 모라비아교도 지도자와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음식이 참 맛있었는가 보죠. 뵐러가 “내게 혀가 천개가 있을지라도 그 혀로 하나님을 찬송할 것입니다.”라고 했답니다. 바로 그 대목, ‘천개의 혀’란 어휘에서 영감을 받고 이 시를 바로 지었다고 합니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O for a thousand tongues to sing)이란 말은 18절의 장시 중 7절 가사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찬송은 보통 수 십 절이 되었거든요.

원래의 영어가사인 ‘천개의 혀’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만개의 입’이 되었는데,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케일이 크지 않습니까? “천개가 뭐냐 만개이지” 했던 모양인데, 우리에겐 원작보다 한층 더 은혜롭습니다.

입술에 하나님의 존영이 있다 하지 않습니까(시편 149;6). 우리에게 만개의 그 어떤 중요한 일이라 해도 찬송보다 값진 일은 없지 않겠어요?

AZMON이란 이름을 가진 이 멜로디는 독일 베젠스펠스(Wesensfels) 태생의 작곡가인 글뢰저(Carl Gollhelf Gläser, 1784-1829)가 지은 것인데요, 미국의 유명한 찬송가 작곡자인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박사가 찬송가로 편곡하여 그의 찬송곡집인 ‘현대 찬송가작가’(The Modern Psalmist, 1839)에 발표하였습니다.

곡명의 뜻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지파들이 나누어 가질 가나안 땅의 사방 경계선들을 가르쳐 주실 때 거명하신 ‘아스몬’이란 지명입니다(민수기 34;4-5).

모차르트 이펙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숨결을 머금은 놀라운 찬송의 이펙트가 이 찬송 시에 여덟 개 쯤 열거되어있습니다. ①찬송가운데 “구주 주신 은총을” 깨닫게 되는 “은혜”와 감사의 이펙트, ②삶의 현장에서 늘 “도와주시”는 인도와 보호의 이펙트, ③솔로몬 때처럼 성전 가득 “크신 영광”을 보이시는 임재의 이펙트, ④첫 번 성탄 때 천군천사들처럼 기쁨의 소식을 “널리 펴 다 알게 하”는 복음전파의 이펙트, ⑤악신 들린 사울 왕을 다윗이 찬송으로 낫게 했듯 “위로”와 신유의 이펙트, ⑥나날이 잔치 같은 “희락”의 이펙트, ⑦기드온 용사가 나팔을 불며 빈 항아리를 깼듯 “죄의 권세를 깨뜨려 그 결박을 푸시”는 권능의 이펙트, ⑧더럽고 “추한 맘을” “정케”하시는 사죄의 이펙트 등등…

웨슬리는 1738년 5월 21일 주일에 회심하였다는데요, 그 일주년을 기념하여 이 찬송을 지었다고 합니다.

9월 둘째 주 찬송/86장(통일 86장) 내가 늘 의지하는 예수

우리는 주님을 쉽게 “친구”라고 노래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감히 예수님을 친구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제자가 감히 선생님께, 하찮은 종이 감히 주인에게, 백성이 감히 임금님께 버릇없이 친구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직접 우리를 “친구”라 하셨습니다.

“너희는 나의 친구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운 것이다.”(요한복음 15;14-16)라고요.

그러기에 예수님은 이 노래 곡명처럼 우리의 THE BEST FRIEND, “좋은 친구”가 되신 것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미쁘신 좋은 친구”를 가끔 애매한 친구로 여길 뿐입니다.

1891년, 이 찬송을 작사 작곡한 빌혼(Peter Philip Bilhorn, 1865-1936)은 시카고의 무디 선생 전도 집회에서 회심한 후, 이 집회의 음악인도자가 되었습니다. 음악책임자이다 보니 집회를 위해 먼 도시로 이동할 때마다 많은 악기를 운반해야하는데 그 중 덩치가 크고 무거운 오르간이 큰 골칫거리였지요.

마침 전직이 차량제조업이었던 빌혼은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 간편한 휴대용 오르간을 발명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빌혼 오르간(Bilhorn Brothers Organ Co.)입니다.

내가 어렸을 적, 접으면 가방이고, 펴면 건반이 나오는 사과궤짝 같이 생긴 이 작은 오르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군 교회에서 사용하던 것 같은데 요즈음 키보드의 전신인 셈이지요.

빌혼은 복음찬송을 2천 편 이상 작사 작곡했는데요, 그 중 우리찬송가에는 모두 다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찬송과 ‘우리를 죄에서 구하시려’(260장), ‘내 맘에 한 노래 있어’(410장)는 작사 작곡한 찬송이고, ‘나 가나안 땅 귀한 성에’(246장)와 ‘허락하신 새 땅에’(347장)는 작곡만 한 것입니다.

영어 찬송의 “Oh,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는 우리말로 “내가 참 의지하는 예수”, “미쁘신 나의 좋은 친구”, “내가 의지하는 예수”, “나의 사모하는 친구”로 매 마디마다 다른 번역을 쓰고 있지만 영어 찬송엔 같은 말로 다섯 번이나 거푸 노래합니다.

1절만 보아도 여덟 문장 중 무려 다섯 번이나 되니까요. 주님이 제일 좋은 친구라는데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말의 ‘미쁘다’란 말은 ‘믿음성이 있다’ ‘미덥다’ ‘진실하다’란 뜻이지요.

후렴에서의 “예∿수”와 “친∿구”를 보십시오. 2분 음표의 긴 박자도 “미쁘신”이란 시어(詩語)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음악적 표현 아닙니까? “예∿수”에서는 내성(內聲)인 알토와 테너가 “나 의지하는”(Jesus every day)하며 8분 음표(♪)로 노래하는가 하면, “친∿구”에서는 여자와 남자 저성(低聲)이 “나 사모하는”(Jesus all the way)하며 좋아 어쩔 줄 모르죠.

후렴 부분을 원어로 한 번 불러 볼까요. 시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He will help you when you fall,
He will hear you when you call;
Oh, the best friend to have is J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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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연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1960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광범위하게 교회음악 활동을 하면서 김명엽의 찬송교실1-5을 예솔에서 출판했다. 이번 25회 연재를 통해 교회력에 맞추어 미리 2주씩 찬송가 두 곡씩을 편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