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퇴직을 주제로 만든 옷

작년에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일이다. 헬스장에 갔다가 집에 왔을 때 화장실에 샤워기가 틀어진 채로 쓰러져있던 어머니를 발견했다. 너무 놀랐던 것은 물이 틀어진 채로 얼굴이 샤워실 바닥에 맞닿아있어 얼굴은 창백했으며 눈코입이 하얗게 불어있었다.

너무 놀라 인기척이 없던 어머니를 번쩍 들고 거실에서 할 줄도 모르는 인공호흡을 해보다가 정신을 차려 119에 구조요청을 했었다. 다행히 구급차는 7~8분 만에 도착했고 병원으로 도착해서 의식은 깨었지만, 가족을 아무도 못 알아보시고 말도 못 하셨다. 의사는 뇌출혈이라고 했고 급하게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며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었다.

그때 참 어머니의 인생이 짠하며 덧없다고 생각했다. 이유인즉슨 아버지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고, 무엇보다 40년 동안 같은 회사에 성실하게 근무하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 2/3를 지냈던 회사를 정년퇴임하고 3개월 남짓 만에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한 걸 보고 하염없이 나도 허탈하여 눈물이 났었다. 이전에 어머니께 퇴직하고 무얼 하고 싶냐고 여쭈어봤을 때, 열심히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며 운동도 할 거라며 기뻐하시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어머니의 중환자실을 지키며 한국에 들어와서 어머니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꽤 빠른 시간 만에 회복되셨고. 그 시간 동안 일하느라 바쁜 스케줄을 다 미루고 어머니랑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퇴직을 주제로 옷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 동안 회사에 일하며 보냈던 아들로서의 알 수 없는 그 시간의 경험을 들으며 어머니의 삶을 함께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일터와 관련된 20문항의 그곳의 환경과 경험, 또 일에 대한 생각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서 보여드렸고 답을 받았다.

회색 서류봉투 코트

그 중에서 기억나는 답 중의 한 가지는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라는 질문에 “상사들에게 핀잔을 듣거나 여성으로서 승진의 불이익이 있을 때 마음이 며칠간 울적했고,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오뚝이처럼 일어났지만 혼자 망망대로에 서 있는 기분을 스스로 극복해야만 했던 것이 힘들었다”고 하셨다.

갑자기 문득 어머니가 가끔 화장실에서 나에게 국제전화로 전화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나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하시다가 보고 싶다며 눈물 흘리실 때가 있었다. 그때인가 싶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회사에서 버텨내며 강인한 모습 뒤에 약한 모습들은 화장실에 숨어 눈물을 훔치곤 하셨었다.

ReHire
그래서 가고 싶었다. 그 어머니가 겪던 그곳을, 상상해서 가서 어머니를 도와주고 싶었다. 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쏟았던 그 삶들을 알아주고, 배워가고, 인정해드리고 싶었다.

Work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는 단어를 나는 ‘Monday’라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Monday’라는 단어를 써서 회사에서 쓰는 ‘Stationary’를 표현해보기도 했고, 특히 ‘Monday’라는 단어로 프린트를 만들 때 비슷한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어냈다

‘Monday’ 월요일은 ‘Won day’ 승리의 날, ‘Mom day’ 어머니의 날이라는 뜻이다. 어머니는 일터에서 잘 버텨 내셨고, 그날은 승리의 날이며 ‘어머니의 날’이라는 표현의 프린트였다. Schedule이라는 무언가 일과 관련된 단어가 쓰인 노트를 원단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스케쥴 노트 체크 셔츠

그리고 전체적인 옷들을 양면으로 해서 한 면은 어린듯하게 케쥬얼하게 입을 수 있으며, 옷의 반대편은 일터에서 입을 수가 있는 편한 느낌의 정장 원단을 많이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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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석
더니든 오타고폴리텍 패션디자인과 졸업. 남녀 공용 의류 브랜드 invis-Able(인비스에이블)에서 디자이너로 있으며, 그의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옷에 대한 의미나 생각들을 그저 일상에서 입는 옷보다는 삶과 신앙에 적용해 보는 것으로 함께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그의 옷에 대한 일상을 입어 보는 글을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