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가 보자, 캄보디아로!

태국과 라오스, 베트남의 중앙에 위치한 캄보디아가 아트 코리아의 다음 사역지가 됐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가 인구의 95%를 이루는 뿌리 깊은 불교 국가다.

태국에서의 아트 코리아의 활약을 접해 들은 캄보디아 TV 방송사에서 우리를 초청 해 캄보디아에 가게 되었다. 예정된 날짜의 스케줄을 모두 빼놓고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던 와중, 출국 2주 전에 갑자기 캄보디아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 사정이 생겨서 이번 일정을 취소한다는 통보였다.

어떻게 한 나라의 방송사에서 행사 2주 전에 일정을 취소할 수가 있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긴급회의를 소집한 리더들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나갔다.

“하나님, 저희가 캄보디아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나아갔는데, 이렇게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주님의 뜻이 어디에 계십니까? 저희가 방송사를 통하지 않고라도 캄보디아에 가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리더들이 받은 마음은 동일했다.
“가라!”

그래서 2주 동안의 캄보디아 선교 준비가 시작됐다. 우선 항공료를 마련해야 했다. 몇몇 중.대형 교회에 선교 후원금을 요청했지만 교회들이 아직 문화 선교에 대한 필요와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후원 받는 것이 어려웠다. 해서, 각자의 지인과 교회 성도 개개인에게 후원 편지를 보내 개인 후원을 받았고, 또, 비보이들은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해 항공료를 모았다. 항공료는 기적적으로 모였지만, 2주 동안의 체류를 위한 숙식과 공식 스케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나님, 주님께서 가라시니 무조건 갑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 우리를 왜 캄보디아 땅으로 보내시는지 주님의 뜻을 보여주세요.”하고 기도하며 매일 예배로 마음을 모아 캄보디아 사역을 준비했고, 출국일에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트 코리아의 소문을 들은 다수의 한국인 선교사가 우리를 맞으러 나와 있었고, 이미 2주 동안의 숙식과 공연 스케줄도 다 짜 놓으셨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여호와 이레, 채우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의 주된 사역지와 숙소는 선교사들이 사역하시는 학교, 교회, 센터, 태권도장 등이 되었다. 찬 대리석 바닥에 얇은 천 하나 깔고 자야 했지만, 누울 곳이 있어 감사했다.

현지인들이 먹는 알랑미에 오이 두 조각, 튀긴 치킨 두 조각이 전부인 한 끼 식사였지만, 먹을 것이 있음에 감사했다. 가끔 준비해 주시는 김치나 불고기는 그야말로 특식이었고, 더 큰 감사의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수많은 현지 어린이들부터 학생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음악과 춤, 또, 말이 통하지 않아 준비한 복음의 내용을 그린 스킷 드라마를 통해 주님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셨다. 매 공연마다 태국 때와 같이 마지막엔 다 함께 주 안에서 기뻐 뛰며 주님을 찬미하는 천국의 장이 열렸다.

이것을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캄보디아에 보내신 거라는 걸 확신했다. 더운 날씨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찬물로 샤워를 하며, 찬 바닥에서 자야 해서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우리를 통해 많은 영혼이 구원에 이른다는 기쁨에 계속 사역의 강행군을 펼쳐나갔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 노방 공연을 펼쳤다. 대부분이 비포장도로로 이루어진 외곽 지역에는 마루 매트를 깔 만한 평평한 지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큰 돌멩이 몇 개만 치우고 먼지 풀풀 나는 흙 바닥에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진행했다.

무거운 스피커를 끌고 나가 테이블 위에 설치하고,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금세 많이 모여든다. 40도에 육박한 더운 날씨에 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하는 것은 땀으로 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번은, 대학교 정문 게이트 앞에서 노방 공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큰 소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왔다! 순간, 이 소가 어느 쪽으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사람이 없는 음향 장비가 설치된 테이블 쪽으로 돌격했다. 아! 이제 음향 장비는 끝이구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소도 무언가 큼직한 게 있는 것을 봤는지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버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도 물질 피해도 없었다.

또 한 번은 어느 선교사가 선교하시는 외곽 지역의 어느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노방 공연을 했다. 한 번도 스피커나 음향기기, 음향 악기를 보지 못한 어린이들이 있는 미개한 마을이었다. 공연을 시작할 때엔 날이 밝았으나, 산에 위치한 마을이다 보니 해가 금방 떨어져 곧 어둑어둑해졌다.

선교사가 급하게 전기를 끌어다가 형광등 몇 개를 연결해 공연하고 있는 구역을 밝혀주셔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을 보고 수백 마리의 하루살이와 모기떼가 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얼마나 많은 모기에 물렸는지 알 수 없다. 시골 모기라 말라리아를 전염시킬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공연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순수한 영혼들 때문인 것 같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 그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을 각자 한 명씩 끌어안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과 이 땅에 쩌렁쩌렁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그저 씨만 뿌리고 갔지만, 물을 주고 자라게 하여 거두실 분이 하나님이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마을을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