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와 크라이스트처치 한인사회

‘지진, 테러, 감염병’이 덮친 크라이스트처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온 세계의 질서와 생태계를 바꾸어 놓고 있다. 대변혁이 예고된다. 생존하기도 급급한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크라이스트처치 한인장로교회 담임 최승관목사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은 우연인가

이미 지구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예고되고 있었다. 뉴질랜드를 한정해서 보자. 지난 10년간 지진, 테러, 코로나바이러스 3중 재앙이 겹쳤다. 성경 속에서 3중 재앙은 치명적인 예고이다.

성경은 재앙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지진은 심판의 도구로 쓰이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임재하실 때 동반되는 현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진만으로는 ‘하나님의 심판이다 아니다’로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테러와 같은 난리는 이스라엘이 병들었을 때마다 징계의 채찍으로 사용하셨다. 더군다나 염병, 즉 전염병은 대부분의 경우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의 이 사태를 단순하게 하나님의 심판인가 아닌가(?)로 논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상황이 하나님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

‘이러면 안 된다. 위험하다, 이렇게 계속하면 끝이 온다. 그러니 돌아서라 아직 기회가 있으니 속히 돌아서라 돌아서야 산다!’는 하나님의 강력한 메시지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깨어 일어날 때이다. 뉴질랜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성경적인 가치관으로 회개하고 돌아서야 할 때이다.

크라이스트처치는 3중 재앙의 직격탄 맞아
지난 10년 간의 지진 상처를 치유될 즈음, 호주 백인 청년 한 사람이 수년간을 테러를 준비한 끝에 2019년 3월 15일 모스크 사원 두 곳에 침입해서 사람들을 사냥하듯이 살상을 저질렀다. 49명이 죽는 비극이 발생했다.

날짜를 따져 보니 소름이 돋는다. 10년 전의 지진, 1년 전의 테러, 그리고 팬데믹 코로나, 3중 재앙이 겹쳤다. 지진 발생으로 5000여 명이었던 한인 인구의 반이 줄었다. 테러의 공포를 지나 하늘길이 막힌 지금, 숫자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 세대의 주 업종이었던 택시업이 중단되었고, 관광 관련 사업들이 멈추어 섰으며, 모텔 사업과 식당들의 적자는 말이 아니다. 지진 이후에 한인 커뮤니티 활동은 기본적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믿음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절망과 두려움뿐이다.

우리에게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셔
창세기 3장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환란이 없었던 시기는 거의 없었다. 지금보다 더 격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 인류는 생존해 왔다.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지 않는 한 고난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치열하게 살면서 동시에 앞으로 천 년 만년 더 지속될 것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록다운이 시작되고 크라이스트처치의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혹은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예배를 드렸다.

‘담대하게 거침없이’부흥의 불길이 일어나길 기대

뉴질랜드 한인과 모든 민족 그리고 마오리와 파키하가 연합해야

사진으로 서로의 모습을 공동 카톡방에서 나누기도 하고, 각 가정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아서 부활절 ‘골방찬양제’로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위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3주간은 속절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3주가 지나가던 어느 날, 번개 같은 영감이 떠올랐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찬스다. 반강제적으로 활동을 중단시켜 놓은 지금이 전교인이 동시에 경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다’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우리교회는 전교인이 성경일독표를 따라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지 4년째다. 일독표를 따라 매일 성경을 읽고, 목회자들은 그 주간의 범위 안에서 설교를 선포하고, 가정들이 주일 저녁마다 가정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나누며 영적 교감을 나누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가 격리중, 시간은 충분하고 일은 딱히 없다. 경건 훈련하기에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수요예배를 강의식으로 하고, 신앙 성숙 훈련을 위한 성경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훈련을 시작했다. 카톡방 17개 그룹 목회자팀, 당회팀, 허브장팀, 여성 중보기도팀, 남성 리더쉽 스쿨, 유치부 교사팀, 청년 리더팀, EM Leader Team, 협력사역회팀, 마더와이즈팀 등 모든 카톡방을 담임목사가 직접 개설해서 매일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훈련을 함께했다.

4단계 훈련을 조금 세밀하게 소개하면, 성경 본문을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는 읽기 3번 반복, 터치구절 체크, 영적 질문, 묵상, 고백, 기도, 선포, 어제의 점검 등등을 통해서 매일 주님과 동행하는 훈련을 각자의 카톡방에서 나눴다. 매일 수시로 터지는 카톡 소리가 평상시에는 지겨울 수 있었는데, 자가 격리 중에는 은혜의 단비가 되고, 영적 감동 터치가 되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심어주는 말씀의 맛과 위력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뉴 노멀과 언택트의 시대
삶의 기준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미래 예측불허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노출되어 있다.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교회는 교회답게, 성도는 성도답게’ 제대로 살아야 할 때이다. 성도들이 진짜이고, 교회가 진짜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때이다. 물러서거나 한눈 팔 때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진짜 모습을 입증해야 할 때이다.

그리스도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성경대로 사는 것’이다. 성경대로 살아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때이다. 그러면 세상이 바뀐다. 성경은 모세가 기록하기 시작했지만 하나님 말씀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말씀으로 지금도 세상을 이끌어가고 계신다는 사실을 우리가 입증해야 할 때이다.

성경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진리이다. 삶의 기준이 수시로 변하는 대변혁의 시대일수록 성경대로 살아야 영생까지 도달하게 된다. 한눈 팔면 안 된다. 이제는 성경대로 살아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급하게 변해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우리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인 성경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을 돌파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3가지 행동 원칙
첫째는 아가페 사랑이요, 둘째는 크.섬.으.종이요(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 셋째는 비폭력저항 정신이다. 오른편 뺨을 때리면 왼편을 돌려주고,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까지 벗어주고, 오리를 가자 하면 십 리를 가 주는 비폭력저항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비폭력 무저항이 아니다. 비폭력저항이다. 폭력을 폭력으로,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평화로 대하고, 악은 선으로 저항함으로써 폭력을 쓰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여 굴복시키는 비폭력 저항이 그리스도인의 영성이다. 아가페 사랑, 크.섬.으.종, 비폭력저항 이 3가지 영적 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경건 훈련이 필요하다. 거친 세상 속에서 삶아 남는 생존을 넘어 빛과 소금이 되려면 강도 높은 경건 훈련이 필요하다.

희망을 보았다
자가 격리 시작 직후 59명의 목사가 참여한 가운데 뉴질랜드의 회개와 영적 부흥을 위한 40일 COVID-19 연합기도회가 오클랜드 한인교회협의회의 주도 하에 전국의 교회들이 릴레이로 매일 기도의 불기둥을 올렸다. 곧이어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 선교사, 다민족 목회자가 포함된 39명이 줌으로 화상통화를 하면서 40일 금식기도회를 이어갔다.

나처럼 고립된 지역의 목사들은 전국의 목회자, 평신도, 선교사 그리고 다민족 목사들과 영적교제를 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

특히 브릿지 역할을 하는 이중언어 이중문화가 준비된 젊은 세대들이 통곡하며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키위목사들의 뉴질랜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함께 나누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엘리야 시대에 엘리야가 ‘하나님, 저만 남았습니다.’라고 하소연할 때, ‘아니, 이스라엘 내에는 바알에게 절하지 않는 순결한 나의 종이 7,000명이나 있어’라고 말씀하시던 주님의 음성을 듣는 듯했다.

뉴질랜드 정부 발표에 의하면, No Religion 인구가 2001년도에는 100만명을 조금 넘었는데, 2018년에는 226,4601명 48.2%가 무신론자이다. 급속한 무신론 사회로 무너지고 있다. 심각한 상황은 확실하다. 기독교 인구는 어떠한가? 신구교포함 1991년에는 70%에 가까웠었는데, 2006년도 49%, 2013년도 43%, 2018년도에는 33%로 감소했다.

불과 30년 사이에 인구 중 40% 가까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뒤집어 보자. 아직 뉴질랜드에는 인구 30%가 크리스천이다. 아직 불씨가 전역에 남아 있다.

무너지고 떠나가는 사람만 보지 말고 아직 굳건하게 신앙을 지키고, 뉴질랜드의 영적 재부흥을 꿈꾸는 남은 자들을 바라보자! 그리고 연합하자! 우리에게는 아직 인구의 30% 가까운 크리스천들이 남아 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함께 준비하자. 첫째, 매일 같은 분량 같은 본문의 성경 읽는, 성경 먹는 ‘키위’로 연합하는 것이다. 둘째, 뉴질랜드 전역에 기도하는 7,000명의 기도 용사를 연결하고 모으는 일이다. 셋째, 다음 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10년 전에 1.5세 이중문화 이중언어가 되는 교역자를 찾기 위해서 미국과 호주를 한 달 동안 투어 했다. 결과는 경악이었다. 그들도 준비가 안 됐고, 미국 내에서도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돌아가는 지름길, 차라리 우리가 기르자’라는 선택을 했다. 10년 공을 드린 결과, 4명의 부교역자들이 모두 1.5세 출신들이다.

미국, 호주, 몽골, 뉴질랜드 1.5-1.7세들이 모였다. 자가격리 중 모든 세대 모든 교육기관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팬데믹으로 흔들려 보니 견고했다. 지도자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지도자들이 바로 서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

혼자의 힘은 미미하다. 하지만, 뉴질랜드 전역의 한인교회들과 모든 민족, 마오리와 파키하가 연합한다면 사도행전 마지막 장 마지막 절의 말씀처럼 ‘담대하게 거침없이’(사도행전 28:31)부흥의 불길이 일어나리라 소망하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