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의 영적 요구

사람은 영적인 존재다. 모든 사람에게는 영적인 필요가 있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 정의에 따르면,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아무런 탈이 없이 평안한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감정적 안정감만이 아니라, 영적인 평안을 포함한다.’

호스피스 사역에서 영적 돌봄은 본질적인 부분의 하나이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가 가진 영적 고통을 해소하여 평안에 이르도록 돌보는 것을 말한다. 환자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도록 도와 자신과 이웃, 환경과 화해를 이루도록 돕는다. 현재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 속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죽음 앞에 인간은 가장 깊은 한계를 경험한다. 영적인 존재로서 초월적인 것, 완전한 것, 영원한 것, 궁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한계 상황에서 부딪혔을 때, 메마른 광야를 만났을 때, 비로소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 자기 존재를 고민하게 된다.

호스피스 관점에서 영적 요구?
호스피스에서 정의하는 영적인 요구는, 인간 내면의 깊은 차원의 소리라고 말한다. 인간이 영적인 평안과 만족을 얻으려는 근본적인 욕구인 것이다. 호스피스에서는, 삶의 마지막에 사람들이 가지는 영적 요구를 4가지로 정리한다.

절대자와의 관계이다. 인간은 죽음에 직면하게 될 때 영적인 눈이 열린다

이때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죽음 너머의 초월적인 어떤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만나게 된다. 비신앙인들은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을 가지게 된다.

신앙인들은 “하나님은 지금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가?”라고 질문한다. 죽음 앞에서 신앙이 흔들릴 때, 하나님과의 화해를 통해서 현재는 물론 죽음 이후에도 평안을 누리기 원하는 강력한 욕구가 일어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의 추구이다. 죽음 앞에 선 사람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잘한 일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았는가?” 등의 질문을 하게 된다. 삶의 무의미와 허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욕구이다. 남은 시간과 삶을 가치 있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용서와 사랑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때, 후회와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용서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지금까지 삶에서의 잘못들을, 하나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용서받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죽음의 수용과 영원에 대한 희망이다
죽음이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기는 하지만, 죽음 앞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바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가족과 자녀들이 잘 살기를 바라고, 다음 세상에 대해 알고, 영원에 대한 희망을 갖고자 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적인 필요?
성경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안경을 준다. 새로운 관점, 프레임을 준다. 죽음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다. 그것은 하나님을 만나는 문이다. 죽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만날 수 없다. 그렇기에 죽음은 은혜이며 감사가 된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장 21절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For to me, to live is Christ and to die is gain)

죽는 것은 다시 얻는 것이다. 신앙은 그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 준비는 관계성에서 시작되고 관계성에서 끝난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사신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신앙인으로서의 삶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다. 나 자신의 삶에 주인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이 회개이다. 회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실제를 보는 것이다.

회개함으로 하나님과의 평화를 체험하게 되면, 영적인 안정과 깊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 존재의 의미와 희망의 요구도 함께 충족된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인 고독, 외로움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해결되기 때문이다. 다윗은 시편 23편 1절에 말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The Lord is my shepherd, I lack nothing)

평안은, 나의 인생에 주인이 계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주님이 나의 목자이시다. 그분의 음성을 들으면 부족함이 없어진다. 그분의 인도를 따르면, 세상에서 원하고 바라는 것도 사라진다. 세상의 끊임없는 방황이 끝이 난다. 죽음의 두려움도 사라진다.

선하신 목자가 있는가? 그분을 인정하면, 그분의 온전하고 선하신 뜻이 이루어진다. 모든 상황과 환경이 그분의 선하신 뜻으로 해석될 때 죽음은 아름답고 선한 것이 된다. 영적인 필요는 바로 그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영적인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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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 전공. 코람데오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양주한인예수교장로회(고신)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7년부터 사명교회를 개척하여 담임하고 있다. 만10년 6개월 동안 뉴질랜드 CREATIVE ABILITIES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으며, ‘호스피스 사역’과 관련하여 글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