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스쿨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초.중.고.대학 미션스쿨이야말로 황금어장이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전도 자체가 어려운 이 현시대에 특히 더 그렇다. 현재 한국기독교 학교연합회 회원인 초, 중, 고교만 해도 130여개이고 대학교까지 합하면 꽤 많은 숫자이다.

미션스쿨은 1,2 주에 한번 채플 시간이 있다. 전교생이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다. 보통은 학교에 계신 교목이 설교하는데 가끔 한 번씩 문화사역자, 또는 아티스트를 초청해 문화예배를 드린다.

아무리 미션스쿨이라 해도 비기독교 학생이 80% 이상을 차지하기에 그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젊은 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찬양 사역자를 주로 섭외하기에 나 같은 젊은 아티스트가 초청되어 가서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연주하러 무대에 올라가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학생들이 여자 고등학생이다. 신나는 곡을 연주할 땐 박수 치면서 흥분해서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피날레로 댄스 비트의 빠른 곡을 연주할 때 올라와서 다 같이 춤추자고 하면 서슴없이 무대로 올라와 자신의 끼를 발휘하기도 한다.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화답하고 간증할 때는 방청객 리 액션을 보이며 크게 ‘아멘’ 하기도 한다. 정녕 이런 리액션이 온전히 주님을 향한 게 아닌 그때의 감정 표출일지라도 채플 시간에 자거나 거부하지 않고 이렇게 집중해 주는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다.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교 채플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모든 대상 층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사역이 미션스쿨 대학교 채플 사역이다. 대학생 역시 비신자가 90% 이상이고 자기 주관이 가장 뚜렷해진 때여서 미션스쿨의 필수과목인 채플 시간을 가장 못 견뎌 한다.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는 채플 폐지 운동이 심각하게 벌어질 정도로 채플 시간을 대놓고 싫어한다. 또한 출석 체크를 위해 대부분의 대학교 채플 실 좌석이 지정석이라 얼굴도 잘 모르는 학생 사이에 앉아 채플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이나 호응은커녕 대놓고 이어폰 꽂고 스마트 폰 삼매경에 빠진다.

나는 처음 대학교 채플을 섬기고 나서 ‘몇 백 명 또는 몇 천 명의 젊은 층이 모여있는 곳에 이렇게나 반응이 없을까?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걸까? 나는 대학교 채플은 안 맞나 보다’ 고 실의에 빠졌었는데, 마치고 나서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내 SNS나 유 튜브 계정에 찾아와 ‘채플이 항상 이랬으면……’, ‘역대 채플 중 최고!’, ‘너무 재미있고 멋있었어요!’, ‘아까는 옆 사람 때문에 제대로 반응 못 했는데, 속으로 엄청나게 크게 박수 치고 있었어요.’등의 코멘트를 달아주는 것을 읽고,
‘아… 이들이 싫어서 표현을 안 한 게 아니라 옆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어서 반응을 못 한 거구나~.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구나!’고 깨달아서, 채플 시간 당시에는 벽에다가 대고 연주하고 얘기하는 것 같아 에너지가 두 배 이상으로 들고 힘들지만, 이 또한 귀한 사역이라 여겨져 계속 대학교 채플을 진행 해왔다.

열악한 학교 음향시설
학교의 음향 시설은 열악하다.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어느 고등학교에서의 일이다. 채플 사역 전에 교목께 미리 필요한 케이블과 테이블, 전기 코드 등을 시작 시간 1시간 전에 준비해달라고 이야기를 해놓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약속한 날에 채플 사역을 하러 갔다. 하지만, 나와 매니저가 도착했을 때는 교목도 방송반도 아무도 없었고, 그들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30분이 지난 후였다.

매니저와 나는 최대한 빨리 설치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미리 요청한 장비 중 대다수가 준비되지 않아 방송반 학생이 가져오기까지 또 기다려야 했다. 시작 시간 20분 전이 되자 학생들이 속속들이 체육관에 도착해 소통이 더 어려워져 결국 시작 시간까지 설치가 안 됐다.

“목사님, 저희가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설치가 안 됐습니다. 바이올린과 마이크 소리 자체가 나지 않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미 학생들과 선생님은 모두 도착해 있었고, 예배 시간을 더 미룰 수 없었다.
“일찍부터 오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음향을 잘 몰라서 실수했네요. 이번 신앙 수련회가 내일까지 계속되니 혹시 내일 한 번 더 와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목사님이 물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여 열심히 달려왔는데, 공연을 아예 못 하다니! 여태까지는 사역지에 가서 어떻게든 부족한 대로 공연을 했었는데 이렇게 공연을 못 하고 돌아간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학교 신앙 수련회 기간이라 하루 더 기회가 있어 귀한 영혼들 앞에서 찬양할 수 있었기에 흔쾌히 다음날 다시 가서 공연했다.

바이올린을 두고 오다니!
무선 기기와 소형 믹서가 든 하드케이스, 여러 종류의 케이블과 어댑터가 든 가방, 씨디 상자, 의상과 메이크업 가방, LED 의상, 전동보드, 식사와 음료를 챙겨 안동의 어느 고등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차로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면 3시간 반에서 4시간 걸려 도착하는 거리다. 고속도로를 달려 한 반쯤 갔을까? 매니저가 물어봤다.
“해나 씨, 바이올린은 해나 씨가 챙겼죠?”
“네? 저는 가벼운 가방 두 개만 챙긴 기억밖에 없는데요? 바이올린 두 대 든 무거운 케이스라 매니저님이 항상 챙기시잖아요!?”

급한 대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와 뒷좌석을 확인해봤는데 제일 중요한 바이올린이 없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사역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되고 서울로 돌아갔다가 가자니 시간이 너무 늦는다. 그래서 바로 담당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다.
“학생들이 너무 기대하고 있어서 오늘 꼭 오셔야 됩니다. 교장님께 말씀 드려 채플 시간을 몇 교시 늦춰보겠습니다. 꼭 전자 바이올린 소리 우리 학생들한테 들려주세요~.”

그래서 서둘러 차를 돌려 다시 서울로 향했다. 조금 후 전화가 왔을 땐 교장도 동의하셔서 모든 학년의 수업 스케줄을 다 변경하여 채플 시간을 늦췄다고 말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지만 결국 서울로 돌아가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시 안동으로 열심히 내려가서 그 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기다리고 변동이 있었던 만큼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하나님도 역사하셨다.

이렇듯 내가 실수를 해도 귀한 채플 사역을 주님께서 이끌어가신다. 한 명의 어린 영혼이라도 돌아오길 바라며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지금까지 꾸준히 채플 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