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벌거벗은 몸으로 가난하게 살다

몸에 걸친 옷 하나 없이 한평생 벌거벗은 몸으로 가난하게 사는 생명. 햇볕 싫어하는 야행성 생명체(Nocturnal creatures). 우리 모두 잠든 사이 소리 없이 세상에 나와 세상 구석구석 땅 헤집고 사는 언더그라운드 생명체(Underground creatures). 제 몸 스무 배쯤 거뜬히 늘였다 줄이는 환경 적응 신통방통 생명체. 인간 가까이 사나 차갑고 끈적끈적한 벌거벗은 몸 인간의 혐오 대상. 종종 공상과학(Sci-fi) 흉물스러운 외계 생물체 모델. 집 없는 달팽이 민달팽이(Slug) 연체동물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나눈다.

몸에 붙은 네 개의 촉수(Four tentacles) 안테나처럼 몸안에 넣었다 빼었다 하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 두 개의 촉수 동시에 눈이 되고 제각기 눈과 코도 된다. 마치 외계인(?) 수준 첨단 기능 갖춘 채 내 집 민달팽이 그동안 날 빤히 쳐다보고 내 냄새까지 맡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어째 무섭다는 생각. 또 다른 두 개 촉수 음식 만지고 맛본다.

한 몸으로 암컷 수컷 기능 동시에 가진 신비한 자웅동체(Hermaphrodite). 두 시간에 걸친 교미 후 둘 다 어미처럼 새끼 낳을 수 있다! 한 번에 80~120 여개 알 한 해 여섯 차례 낳는다. 한평생 한 몸에서 약 9만 마리 손주까지 보는 자손 축복 보유자 민달팽이! 평생 내 정원 안에서 짝 만나 손주에 손주까지 보았단다.

매사 서두를 줄 모르는 민달팽이(Slow movers). 사람 두 세 발자국 민달팽이 한 시간 거리. 작은 정원 밤새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려도 다 못 다니는 느림보. 사람 서른 발자국 떨어진 데 옮겨놓으면 제집 못 찾는 길눈 어두운 동물. 1초에 0.012 미터 속도. 1초에 12미터 달리는 우사인 볼트(Usain Bolt) 민달팽이 보다 수천 배 이상 빠르다.

쩝쩝거리며 온갖 야채 과일 먹어치우는 그 이빨 무려 27,000여 개! 하루 자기 몸 40배 배부르게 먹어야 배 두드리며 잘 먹었다 만족하는 대단한 식성. 나쁜 야채까지 먹어 거름 만드니 환경 차원(Ecosystem) 이로운 동물. 달팽이 겨울 오면 동면하는 게으른 동물. 하지만 민달팽이 날씨 추워도 겨울 방학 모른 채 부지런히 일한다.

민달팽이 지난 자리 왜 끈적끈적 비단결 점액 자취 남기나? 액체와 고체 중간 신기한 크리스털 물체 생산하는 첨단공장 시스템. 곰팡이 박테리아 피해 제 몸 보호하는 비법. 친구 만나 교미할 데이트 장소 남기는 메시지. 공중에 매달린 채 즐기는 신기한 교미 생태. 때로는 교미 후 수컷 중요 부위 잘라먹기도 하는 진귀한 습성. 다른 암컷 넘보며 바람피우지 말라는 경고인 듯?

배고픈 포식자 나타나면 맛있는 제 몸 한 부위 뚝 떼어주거나 도마뱀처럼 꼬리 일부 잘라주고 유유히 그 자리 떠난다(Taildropper slugs). 강자 만나 싸울 무기 삼십육계 도망질 재주 없는 느린 짐승 맛있는 제 살 떼어주는 엄청난 희생정신. 하얀 소금 싫어하는 민달팽이 소금 뿌리면 물로 변한채 소리 없이 사라진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미안한 마음…

“민달팽이(Slug) 집달팽이(Snail) 서로 다르나?” “달팽이 집 제거하면 민달팽이 될 수 있나?”종종 묻는 질문. 닮은 점 있으나 애당초부터 달리 태어난 다른 종류. 진화 기록 불확실. 하지만 민달팽이 빈 달팽이 집 빌려 숨기도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다. 하여 민달팽이 중간에 낀 존재(In-betweeners) 세미 민달팽이(Semi-slugs) 별명 붙었다.

“이제 들짐승들에게 물어 보게. 그것들이 자네들에게 가르쳐 줄 테니. 공중의 새들에게 물어 보게. 그것들이 자네들에게 말해 줄 걸세. 땅에게 물으면 땅이 가르쳐 주고 바다의 고기들도 일러 줄 것이네.”(욥기서 12:7-8; 쉬운성경).“땅에게 물어보면 땅이 가르쳐 준다”는 그 말씀 기억하며 오늘 난 땅의 피조물 민달팽이 찾아 나의 어제 발자취 돌아본다.

35년 전 아내와 두 딸 네 식구 이민 봇짐 꾸린다.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떠날 때 집 없는 민달팽이 이민길.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일찍 잠자리 들지 못한 채 밤에도 늘 바빴다. 영어학교 수업 후 홀로 언어 실습실(Language lab) 공부하다 헤드폰 내려놓고 관리인과 함께 학교 나섰다. 그 길로 나가 곧장 런던 소호(Soho) 차이나타운 식당에서 일하다 식당 문 닫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 막차 타고 집에 돌아와 그 늦은 밤 학교 숙제하였다. 여섯 군데 학교 찾아 선교 목회 준비하였다. 밤 꼬박 새워 준비한 박사과정 과제물 지도교수 만나려 몇 시간 아내와 함께 운전하였다. 비행기로 차로 동유럽 집시 선교 다녔다. 두 교회 돌보며 바삐 달린 내 발길 낮도 낮이었고 밤도 낮이었다. 배우는 것도 일하는 것도 모두 현지인보다 느린 이민자 행보. 영어 문화적응 늘 항상 느림보 민달팽이 발걸음. 가난 고난 문화충격 민달팽이 가장 싫어하는 짠 소금 맛. 제 몸 숨기려 달팽이 빈 집 찾아 웅크린 민달팽이 그 모습 나의 지난 모습. 중간에 낀‘세미 민달팽이’(Semi-slugs) 모습 내 모습.

구약시대 성소 발 달린 성소. 가는 곳 돌 몇 개 주워 단 쌓은 후 제물 올리고 정성 다해 하나님 찾았다. 이집트 떠난 히브리 민족 광야길 가는 동안 성소는 천막. 지었다 헐었다 반복하며 둘둘 말아 어디든 언제든 떠날 준비된 천막교회 모바일 교회(Mobile church). 원래 원조 교회 민달팽이 교회였다. 민달팽이 등에 짊어진 짐 없었다. 솔로몬 시대 이후 등에 집을 올려 달팽이 교회로 만들었다. 하여 오늘날 교회 집이 짐이 되어 온갖 집안싸움 부추긴다.

“예수님, 우린 언제 저런 예배당 한번 짓고 예배드리지요?”“우리도 은행 대출받아 건축헌금 시작할까요?”금으로 도색한 예루살렘 금 성전 바라보는 제자들 입 떡 벌어진다. 멀리서도 번득이는 광채 눈부실 정도 찬란한 예루살렘 성전. 하지만 예수님 반응 싸늘하시다.“저 예배당 그렇게 좋아 보이니? 언젠가 돌 위에 돌 하나도 안 남을 텐데…”제자들 황금 성전 건축 꿈꾸는 동안 예수님 성전 헐기 운동 예언하신다. 하여 생전 숙원 사업 중 하나 바로 교회 대청소 작업.“내 집(돈 투기 장소 아니라) 기도하는 집이다!” 이걸 어쩌나. 아버지 하나님께 드릴 밥상까지 뒤엎으신다. 이런 불효 막심한 일 또 어디 있나?

한국 떠나 영국 도착 후 필리핀 슬로바키아 호주 또다시 영국 런던 케임브리지 그리고 오늘 싸우스엔드(Southend-on-Sea) 해변도시. 지난 35년 내 발길 그리고 오늘 내 모습. 어제 내 모습 달팽이 집 짓기에 바쁜 발길이었나? 오늘까지 달려온 나의 발길 정원 울타리 밤새 돌고도는 민달팽이 밤길. 촉수 네 개 바짝 세운채 새로운 세상 바라보고 만지고 맛보고 느끼며 민달팽이 삶 살았나? 오늘 하나님 내 모습 내려다보시며 말씀하실까?“맞다. 넌 집 없는 민달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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