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릎 꿇게 만든 핫도그

0
13

서부 아프리카 토고에 선교하러 갔었을 때였다. 내가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머물렀던 어느 마을은 저녁 5시가 되면 전기가 나갔고, 물이 없었기에 씻거나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먼저 마을 우물에 가서 내가 사용할 물을 길어와야 했다.

그 우물 안에는 여러 가지 벌레들이 헤엄치며 여러 도마뱀 사체들이 떠 있었던 정글 같은 우물, 24살 나에게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5시가 훌쩍 넘어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더 알고 싶어 작은 전등으로 성경과 노트를 비추며 말씀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토고의 열악한 환경은 나에게는 뿌듯하고 기쁨이 넘쳤던 선교지로 기억에 남는다.

그때 당시 나의 현실은 몸도 많이 약해지고 배가 많이 고파 힘들었었다. 토고에서 매일 먹었던 식단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데, 아침에는 계란 1개와 초콜릿 우유 1잔, 점심에는 뿌리를 삶은 죽, 저녁에는 탁구공만한 미트볼 1개와 감자 같은 yam. 나에게는 식사도 훈련 같았다.

매일 이렇게 먹다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토요일 점심 도시락이었다. 그 이유는 아침에 싸는 점심 도시락으로 아메리칸 핫도그 1개가 나오기 때문이다. 길쭉한 흰 빵 가운데 놓인 소시지. 일주일 동안 기다려지는 가장 귀한 식사 시간이었다.

모처럼 갖는 휴식 시간인 어느 토요일, 나는 그 당시 화제였던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면서 아침에 싸 온 핫도그를 먹다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게 무한도전을 보며 먹고 있던 중, 어느 순간 내가 먹고 있는 내 핫도그는 예전과 달리 더 크런치하고 바삭한 식감과 입과 입 주변에 무언가가 꿈틀 거리며 소름 끼치는 느낌이 가득했다.

“헉!”

순간 내 손에 든 핫도그를 보니 깨알 같은 수많은 갈색을 띤 작은 개미들이 핫도그 빵 안에 있는 소시지 전체에 달라붙어 침입자들처럼 정신 없이 먹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네들 도시락처럼 열심히 먹고 있는 개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개미들이 도둑놈 같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도 소시지랑 색이 비슷해서 급히 먹느라 나는 알아보지 못했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차마 얼굴은 거울로 보지 못했지만, 핫도그를 들고 있는 나의 왼손 팔은 개미들로 징그럽게 바글바글 거리고 있었다. 징그럽기도 하고 당황스러워 웃기기도 하고 서러워 눈물이 나기도 하며 여러 감정이 몰아쳤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개미들 때문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난 너무 배고픈데… 저녁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났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핫도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개미가 핫도그보다 단백질이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릿속에 여러 생각을 하다가, 나는 개미와 함께 먹으면 더 단백질이 많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개미가 바글거리는 핫도그를 빠르게 입에 넣고, 개미가 붙어있는 입과 손을 씻기 위해 물을 찾으러 달려갔었다.

내가 선택한 행동에 나 자신도 당황했었고 순간 몰려오는 서러움에 눈물이 가득 찼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고생하며 아프리카에서 선교하고 있는데, 왜 저의 작은 핫도그를 개미로부터 지켜주지 않으셨나요?”

“하나님 좀 너무하지 않으세요? 이 핫도그가 제게 얼마나 귀한지 아시잖아요?”

“하나님 저 정말 서운해요!”

나는 주님께 많이 삐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격려와 위로를 들을 줄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주님은 나에게 따듯하게 물으셨다:

“찬미야, 네가 선교사라고 해서 더 큰 혜택과 특권이 주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나의 가슴속 깊이 찔렸던 한마디!
“나는 너의 자판기가 아니란다.”

그렇다. 하나님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자판기가 아니셨다. 마치 $1달러를 넣으면 그에 맞는 음료수가 나오는 것처럼, 내가 선교라는 순종의 동전을 넣으면 그만큼 나의 삶을 축복하시는 자판기가 아니셨다.

선교는 나에겐 하나님의 부르심의 순종이었고, 순종은 하나님과 하는 거래가 아니다. 내가 순종한다고 해서 나에겐 모든 일이 형통하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았었다.

하나님께서 나의 삶 가운데 축복된 상황을 주시면 주님의 은혜이고 선물이지, 나의 믿음과 헌신을 가지고 하나님과 거래하여 당연하듯이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의 부끄러운 믿음에 주님께 바로 무릎 꿇고 회개하며 나아갔었다. 나도 모르게 선교사로서 고생하면서 내 안에 하나님으로부터 특권을 받아야 한다는 교만의 씨앗들이 어느새 내 마음 안에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주님께서 훈련시키신 내려놓음과 포기가 어느새 자판기에 집어넣을 동전처럼 하나님께 요구할 특권으로 느껴진 것이다. 처음부터 자격 없는 나에게 새 생명 주신 것도 은혜고, 내가 그 동안 나의 믿음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헌신하며 순종하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였는데 말이다.

내가 교만으로 넘어지기 전에 개미를 통해 깨닫게 해 주신 하나님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나의 성숙함도 아닌 주님께서 허락하신 또 다른 은혜인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개미는 나의 귀한 도시락을 뺏어 먹은 도둑이 아닌 나의 교만을 보게 해 준 귀한 손님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