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째 주 찬송/507장(통합273장) 저 북방 얼음산과
찬송 악보 왼쪽 아래를 보면‘저 그린랜드 얼음산으로부터’(From Greenland’s icy Mountain)라고 쓰여 있지요?
이 찬송의 작사 작곡자는 모두 유명한 분들입니다. 찬송이 태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왼쪽 위단에 1819년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작사자인 히버(Reginald Heber, 1783-1826)목사의 장인인 쉬프리 목사와 여러 명이 바로 그해 5월 30일을 해외선교주일로 정하고 그 전날 모여 회의를 하던 중, 마침 동석한 히버 목사에게 적당한 찬송을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히버 목사는 그 자리에서 4절까지 지어내 이튿날 주일예배 때 당시 유행하던‘베거스 오페라’(beggar’s opera,; John Gay가 런던에서 당시 유명한 가요를 짜 맞추어 창작한 오페라)에 나오는 선율에 맞추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히버는 영국 쳬셔(Cheshire) 출신의 영국 국교회 목사입니다. 아버지도 목사님이었는데 어려서부터 시작(詩作)에 재능을 보였고, 옥스퍼드 대학 재학시절에 장시(長詩)를 써서 당대 최고의 뉴디게이트(newdigate)상을 받을 만큼 뛰어났다고 합니다.
호드넷(Hodnet)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목회를 시작해 이 후엔 감독까지 되었습니다. 그의 찬송이 우리 찬송가에 5편이 들어 있습니다. 모든 찬송 중 최고의 찬송인‘거룩 거룩 거룩’(8장)과‘실로암 샘물가에 핀’(225장),‘자비로 그 몸 찢기시고’(233장),‘주 예수 우리 구하러’(346장),‘저 북방 얼음산과’(507장) 등이 그 것입니다.
작곡자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은 너무나 잘 아시죠? ‘내 주를 가까이’의 작곡자이고 미국 최초의 음악박사 말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베거스 오페라의 선율에 맞춘 이 찬송이 ‘복음지’(1821.7월호),‘크리스챤 옵서버’(1823) 등 여러 잡지에 실렸을 때, 때마침 죠지아 주 서바나에 사는 하워드(Mary Howard)란 자매가 이 찬송 시에 큰 은혜를 받은 모양입니다.
자매는 같은 교회의 음악감독이던 메이슨에게 작곡을 부탁하여 MISSIONARY HYMN이란 새로운 곡조가 탄생된 것입니다.
찬송을 들여다보면 마치 지구본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북미 북동부에 위치한 그린란드의 얼음 섬도 보이고, 오대양에 펼쳐진 크고 작은 섬들, 육대주에 솟은 험한 산지와 사막, 온갖 잡신과 우상들이 득실거리는 지구 곳곳이 한 눈에 들어오지요?
그 곳에 사는 여러 나라, 어두움의 여러 민족들이 아수성대며“어서 와서 빛을 비쳐주세요”
“어서 와서 우릴 구원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것이 1절의 요지입니다.
그리고 2절은 제자인 우리로서의 책임을 묻습니다.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시면서 부탁하신“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능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행전1;8)라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주님의 제자가 된 우리는 이 말씀을 행하기 위해 우리의 체력과 시간과 물질을 모두 드리자고 다짐하지요. 선교지에 직접 가서 봉사할 분은 온 몸으로, 그리고 먼 곳에서 그들을 물질로 후원하실 분들은 기도와 헌금으로 도울 것을 권합니다.
3절은 더욱 재미있는데요, 시적이면서 시각적인 표현이죠. 주님의 복음은 바람 따라 퍼지며, 물결 따라 전해진다는 것인데 바람 닿는 곳마다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며, 바다 물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2월 둘째 주 찬송/300장(통합406장) 내 맘이 낙심되며
찬송은 네로 황제의 박해로 로마에서 두 번째 투옥된 바울이 외롭고 추운 감옥에서 그의 젊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쓴 편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처음 변론할 때에, 나에 편에 서서 나를 도와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 나를 버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물이 돌아가지 않기를 빕니다. 주께서 내 곁에 계서서, 나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나를 통하여 전도의 말씀이 완전히 전파되게 하시고, 모든 이방사람이 그것을 들을 수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주께서 나를 사자의 입에서 건져 내셨습니다.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구원하셔서, 그분의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디모데후서4;16-18).
이렇듯, 엘리야나 바울 모두의 고백이 극한 역경 가운데서 일구어진 열매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 태생의 에번스(J.Bruce Evans)가 작사 작곡한 이 찬송의 원 제목은 HIS GRACE IS ENOUGH입니다. 에번스는 웨일즈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받은 20C 사람으로만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찬송을 부르노라면 즉시즉시 응답이 이루어지는 느낌이 들곤 하지요.
첫째 단(1-4마디), 셋째 단(9-12마디)은‘낙심’, ‘근심’, ‘괴로움’, 절망, 두려움, ‘번민’, ‘눈물’, ‘환난’, ‘슬픔’등 절망적인 가사에 비해, 둘째 단(5-8마디), 넷째 단(13-16마디)은 주께서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짐을 져주시고, 속삭여 주시고,‘새 희망’과‘용기’를 주시며‘주님의 능력’을 주시는 소망의 가사로, 명암이 극명하게 나타나지요.
그리하여 드디어 후렴에서 옛 바울의 고백이 터져 나오지 않습니까? 그동안 경험했던 시련들이 이제는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죠. 낙심과 근심, 번민, 환난 등이 말입니다.
또 “그 은혜가 내게 족 하네”를 세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이라든지, 반음계적인 진행 등이 즐거움의 표현으로 보이며, ‘족 하네’와 ‘지날 때’의 조약 상행과 늘임표(fermata)가 넉넉함의 자랑과 기쁨을 표출하는 클라이맥스입니다.
It is enough’입니다.
“족 하네”에 생각나는 한분이 있지요. 바울입니다. 그가 주님께 세 번씩이나 육체에 가시를 없이해 달라고 간구했을 때,“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에서 완전하게 된다.”(고후 12;9)는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까?
성경학자들은 바울의 가시가 그에게 자주 발병한 두통, 안질, 말라리아 혹은 간질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요, 그 가시는 능력 있는 바울의 기도를 통해서도 제어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겸손하게 하시려고 그러시나보다 이해하며,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무르게 하려고 더욱 더 기쁜 마음으로 그 약점들을 자랑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것은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고린도후서 12;10)라고 고백했지요.
바울은 그리스도의 능력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고통에서 자유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