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니까 훨씬 풍성해 보이구만,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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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을 고른 후 14코를 떠서 링을 만든 후, 긴 뜨기를 16개 만들어요. 그리고 한 구멍에 긴 뜨기 한번, 사슬 하나, 긴 뜨기를 이렇게 만드는 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 실 바꿔서 기둥 포함해서 긴 뜨기 두 개, 사슬 두 개, 긴 뜨기 2개…”

우리 집사님의 수세미 뜨기 강의는 계속되어지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지혜로운 여인은 그 말뜻을 언능 알아듣고 휘황찬란(?)한 손놀림을 하며 거뜬히 모양을 만들어 가는데 긴 뜨기가 뭔지, 사슬이 뭔지, 기둥이 뭔지 영어보다 더 어렵고 헬라어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전도회 선교기금 마련’의 일환으로‘수세미 바자회’를 준비하면서 뜰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처음 떠보는 사람들은 실과 코바늘 제공, 친히 가르쳐 주심까지 하는데 한번도 뜨개질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너무 어렵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고속 손놀림으로
예쁜 원피스가 만들어 지고,
먹음직스런 호빵이 나오고,
빨간 딸기가 열리고,
햇빛에 빛나는 눈꽃송이가 맹글어 지는 요술 손들이 많습니다.

코바늘 하나를 가지고 실을 돌려가며 뜨니 멋드러진 작품들이 나옵니다.
도저히 이렇게 예쁜 작품들을 가지고 지저분한 그릇을 닦는 수세미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가장 쉽다는 호빵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쉬워요. 이렇게 이렇게 한 다음 2코, 그 다음엔 3코, 그 다음엔 4코! 다시 4코, 3코, 2코…
이렇게 이렇게 하면 호빵이 되어요.”

호빵인지 찐방인지…
코바늘을 잡고 가르침 받은대로 시도를 해 봅니다.
그런데 뜨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태클(?)이 들어 옵니다.

“아니, 바늘을 이렇게 잡아야 하는데 손을 엎어서 잡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그렇게 바늘을 잡고 어떻게 뜨신 담? 뜨지 마시고 영업부장하세요…”
아니,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영업부장을 하라니요?

내가 누꼬?
못 먹어도 GO 아이가?

뜨고 풀고, 풀고 다시 뜨고…
호빵인지 찐빵인지…
하루 걸려 하나 뜨고 너무나 대견스러워 하는 나!

“호호~ 나도 하나 떴어요~”

수북이 쌓여있는 수세미 더미에 겨우 하나 보태면서
너무너무 스스로 자랑스러워 합니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찐빵인지 호빵인지…
좀 익숙해 지자
원피스에 도전해 보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몇 날 며칠을 걸려 습득한 후
그런대로 선생님의 원피스 모양이 나오길래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호들갑스럽게 자랑을 했습니다.

“오, 내가 첨으로 뜬 원피스! 넘넘 이쁘지? 넘 잘 떴지?”

집사님들이 뜬 원피스와 내가 뜬 원피스를 번갈아 보던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뜬 원피스는 왜 허리가 없지? 이건 허리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뜬 원피스는 다른 것에 비해 허리도 없고 뚱뚱하고 깁니다.

“아, 이건 허리 없는 원피스! 박스형 원피스에요. 좀 뚱뚱하니까 훨씬 풍성해 보이구만, 당신처럼!”

두 코 떠야 하는데 세 코 뜨고, 세 코 떠야 하는데 네 코 뜨고 세단 떠야 하는데 네 단 뜨고…
이왕 뜨는 거 좀 더 풍성하게,
좀 더 큼직하게 뜨면 어때서시리…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넘 풍성해서 그런 걸 어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