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다섯째 주 찬송
379장(통429장)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데
내가 군에 있을 때입니다. 휴가를 다녀온 그 날은 저녁도 굶었었는데, 야간산악훈련이란 걸 하다가 산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동료들의 말소리는 가까이 들리는데 앞이 깜깜하니까 어디가 동서남북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내 생각에 어림잡아 동료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 갔는데 이내 그 목소리도 점점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밤새껏 애써 숲을 헤치고 오르다 지쳐 계곡을 따라 내려왔는데요, 날이 밝아 아침에 보니 너무 먼 곳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부대에서는 나를 찾느라 야단이 났고 나는 아침도 굶은 채 점심때가 되어서야 귀대할 수 있었지요.
깊은 밤, 별빛마저 없는 캄캄한 밤에 인도자가 없다면 우리는 한 걸음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내 딴엔 확신을 갖고 열심히 걸어간다 해도 목표와는 더욱 멀리 갈 수도 있으니까요.
밤 같은 우리의 인생길에 갈 길을 비추이는 빛,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나의 갈 길을 의탁하는 신앙의 아름다운 찬송입니다.
찬송 시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데’는 영국 런던 태생의 뉴맨(John Henry Newman,1801-1890)이 지었습니다. 그는 영국 국교회 목사로서 영국국교회의 영적 기풍운동인 옥스퍼드 운동을 활발히 벌이다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종래엔 추기경에 까지 추대된 분입니다.
정확하게 찬송가에 표기된 대로 1833년에 지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그가 이태리의 시실리 섬에 요양하다 돌아오던 때입니다. 열병에 걸려 수주일간 생사를 왕래하다 원기를 겨우 되찾아 겨우 귤 운반선을 얻어 타고 귀국할 수 있었는데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흐르는 눈물을 씻으며 이 노래를 지어 읊었다고 전해집니다.
오른 쪽 위에 쓰여진 대로 LUX BENIGNA가 이 찬송의 곡 이름인데요, 라틴어로 ‘부드러운 빛’이란 뜻입니다.
이 곡의 작곡자 다익스(John Bacchus Dykes,1823-1876)는 너무나 유명한 분이죠? 영국의 훌(Hull) 태생으로 열 살 때부터 왕실교회에서 오르간을 배우고, 웨이크필드(Wakefield)와 켐브리지의 성 캐더린(St.Catherine)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탁월한 작곡가입니다.
성직자가 되어 더햄(Durham)에서 평생토록 목회를 하면서 300여 편에 이르는 찬송을 작곡했습니다. 오늘날 빅토리아 왕조 작곡가 중 최고란 칭송도 받고 있는데요, 우리 찬송가에는 많은 찬송이 실려 있습니다.
이 곡을 보면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 데” 의 앞 두 마디엔 가사가 많이 붙어 있는데, 뒤 두 마디에선 “빛 되신 주” 네 음절 밖에 안 되지요?
이럴 땐 ‘템포 디 루바토’(Tempo di rubato)로 노래하면 훨씬 생동감이 듭니다. ‘템포 디 루바토’란 이 네 마디 안에서 속도는 변하지 않고 두 마디는 점점 빠르게(accel.) 노래하고, 나머지 두 마디는 점점 느리게(rit.) 노래하라는 음악용어입니다.
“저 본향 집을 향해-” 도 같은 리듬 형태이니까 같은 요령으로 부르면 되고, “내 가는 길” 부터는 정상적인 제 속도로 부르면 됩니다. 그리고 1절 “깊은 데” 에서의 ‘데-’와 “알지 못하나”의 ‘나-’, 그리고 “비추소서”의 ‘서-’와 “하소서”의 ‘서-’와 같은 긴 음표의 화성 바뀌는 부분은 뜻을 생각하면서 불러야겠지요. 또 반진행(反進行) 하는 곳이 많지요?
예를 들어 “멀고 밤은 깊은 데”의 소프라노 선율은 하행(下行)을 하는 데, 베이스 선율은 상행(上行)하면서 공간이 좁아지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해서 합창의 미(美)를 만끽할 수 있겠지요.
특히 “한 걸음씩”, “주 뜻대로”, “기쁨으로”의 사분음표가 한 박자 한 박자 주님과 함께 손 붙잡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처음엔 멀고 깊은 밤이었는데, 마지막엔 밝은 아침으로 끝나는 희망과 기쁨에 찬 아름다운 찬송입니다.
5월 첫째 주 찬송
564장(통299장) 예수께서 오실 때에
커싱(William Orcutt Cushing, 1823-1902)목사가 지은 ‘예수께서 오실 때에’는 기독교 문학사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찬송 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커싱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힝햄(Hingham) 태생으로 씨얼스벅, 오우번, 브룩클레이, 버펄로우, 스파르타, 뉴욕 등지에서 20여 년간 목회활동을 하였습니다. 그의 나이 53세 때 아내와 사별한 이 후 절망과 고독 가운데 건강을 해쳐 종내 반신불수가 되어 시무하던 교회마저 사임하게 되었습니다.
불구의 몸으로도 사역할 일이 없을까 기도 중에 찬송시를 짓기 시작하여 그의 여생 동안 3백여 편의 찬송시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 찬송은 33살 때인 1856년에 말라기 3장 17절 말씀을 읽다가 영감을 얻어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지었습니다.
우리 성경에는 “내가 나의 정한 날에 그들로 나의 특별한 소유로 삼을 것이요”(in the day when I make up my treasured possession)라고 되어있는데요, 이 분이 영감을 얻은 번역은 흠정역(欽定譯, King James Version) 판으로 “나의 보석을 만들 때”(in that day when I make up my jewels)라고 되어 있습니다.
원 영어 찬송 시는 주님이 다시 오실 때에는 주께서 만드신 보석, 그 아름다운 보석들은 빛나는 면류관에 달아 새벽 별같이 밝고 아름답게 빛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는 우리 찬송 가사의 ‘보배’로 번역된 반짝반짝 빛나게 될 보석(jewel)들인 것이죠. 그래서 원래의 제목이 JEWELS 아닙니까?
커싱 목사가 지은 찬송 시는 우리 찬송가에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419장, 통478장), ‘기쁜 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509장), ‘예수께서 오실 때에’(564장) 등 세 장이 실려 있습니다.
JEWELS의 제목을 가진 이 멜로디는 19C 뛰어난 미국의 음악가이며 위대한 찬송 작가인 루트(George Fredrick Root, 1820-1895)가 작곡했습니다. 루트는 미국 매사추세츠 태생인데요, 어려서부터 여러 악기를 잘 다루는 등 음악에 있어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고 합니다.
보스턴으로 이주한 이 후에는 ‘내 주를 가까이’를 작곡한 메이슨 박사에게 배우기도 하고, 프랑스 파리음악원에서도 수학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으로 옮긴 그의 말년에는 뉴욕음악학교(New York Music Institute)를 설립하고 메이슨과 헤스팅스, 브래드버리 등 과 함께 이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맹인음악학교에서 크로스비(Fanny Crosby)를 만나 함께 활동도 했습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음악박사 학위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출판사도 차려 저술활동도 하고 찬송가도 발간했는데 무려 75권이나 됩니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좋은 찬송가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루트의 찬송은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갈 길을 밝히 보이시니’(524장), ‘형제여 지체 말라’(537장), ‘큰 무리 주를 에워 싼 중에’(통529장)와 멜로디만 작곡한 ‘사망을 이긴 주’(172장), ‘세월이 흘러가는데’(485장), ‘기쁜 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509장), ‘예수께서 오실 때에’(564장) 등 일곱 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 중 이 찬송과 ‘기쁜 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509장)는 커싱의 작사와 루트의 작곡이 콤비가 잘 맞아 탄생한 찬송입니다.
참고로 이 찬송은 로우리와 생키의 곡도 있는데, 이 루트의 곡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특히 후렴 첫 부분 “샛별 같은”(Like the stars)과 마지막 단 처음의 “반짝 반짝”(They shall shine)을 노래할 때면 가사와 같이 음도 가장 높기 때문에 그야말로 찬란히 빛나는 별을 보는 듯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