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좀 먹어봐, 맛이 좀 간 것 같은데……”
“어제 한건데 벌써 상했을까요?”
“그러게나. 어제 펄펄 끓여놨는데 맛이 좀 간 것 갔네.”
호주 멜번으로 떠난 지 햇수로 10년이 된 임집사가 3년마다 한번씩 친정 찾아 오듯 아들 둘을 데리고 다니러 옵니다.
떠난 지 4년되던 해 젊디 젊은 사랑하는 남편을 간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어린 두 아들을 기둥 삼아 슬픈 날들을 믿음으로 이겨내더니만
이번에는 새로운 사랑 만나 인사시킨다고
하늘 높은 줄 알고 땅 넒은 줄 모르는듯한 기~다란 새신랑과 함께 아이들의 고향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
“뭐 맛있는 거 해줄까? 호주에서 먹어보기 힘든 거 말해보셔.”
“홍합이요, 그린 머슬! 호주에는 뉴질랜드 냉동 홍합만 있어서 싱싱한 뉴질랜드 홍합 먹고 싶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실한 초록 홍합을 사다가 허더분하게 한 들통 끓이고,
바비큐 틀에도 굽고 실컷 먹였습니다.
다음날 저녁에 홍합 국물을 먹으려고 펄펄 끓인 뒤
한 국자 떠 먹어보니 약간 맛이 간듯합니다.
‘어? 맛이 좀 갔나?’생각하며 한 국자 또 떠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맛을 좀 보라고 임집사를 불렀습니다.
“어머나, 맛이 갔는데요?”
나는 국자로 푹 떠서 꿀꺼덕! 벌컥!
두 국자를 마셨는데 임집사는 말 그대로
진짜 코딱지만큼 살짝 입만 대보고 맛이 갔다고 합니다.
“더 먹어봐. 고것 먹어봐서 맛을 알겠어?”
“아이구~ 맛이 갔다구요. 정말 맛이 갔어요.”
맛이 어데로 간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맛이 갔다고,
먹으면 절대 안된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래? 나는 두 국자나 퍼 먹었는데?”
“큰일나요, 식중독에 젤 잘 걸리는 게 어패류에요. 여름 어패류!”
베테랑 간호사답게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해줍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미 두 국자의 맛이 간 홍합 국물은 벌써 내 뱃속 깊숙이 들어가 앉았을 텐데요.
“괜찮겠지?”
“글쎄요~”
그렇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밤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살살 아랫배가 아파오더니
급기야는 땀을 뻘뻘 흘리게 배가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맛이 간 홍합 국물이 다른데로 간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찾아왔나 봅니다.
십여 분 이상을 뒤틀리는 창자를 부여잡고
죽을 둥 살 둥 버둥대다가 갑자기 위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태어나서 난생처음 그렇게 토해보고 쏟아보긴 처음이었습니다.
강철 같은 위 덕분에 체한 적 한번 없던 내 위가
맛이 간 홍합 국물로 인해 된통 혼이 난 것이지요.
위 아래로 몇 번을 다 쏟아내자 기진맥진 힘이 다 빠졌습니다.
“맛이 간 걸 그렇게 두 국자나 벌컥벌컥 드셨으니 참내!
일주일은 고생하셔야 할 거여요.”
딱, 일주일! 정말 딱, 일주일!
일주일이 지나자 상한 홍합 국물이 다 빠져나갔는지
살살 아프던 배도 괜찮아지고
울렁거리던 속도 제자리를 찾아간 듯 합니다.
잘못 먹은 홍합 국물로 이처럼 된통 고생을 했는데
잘못 먹은 말씀으로,
잘못 알고 받아 먹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어긋난 길로 간다면
그에 따르는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아무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상한 홍합 국물!
맛이 간 잘못된 말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