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통만 커졌으니 어찌하오리이까

“망태 할아버지 와, 망태 할아버지!
망태 할아버지는 깜깜한 밤중에 잠 안 자고 떼쓰거나 말 안 듣는 애들을 커다란 망태에 집어넣어서 멀~리 잡아간데. 그러면 엄마도 못 보고 집에도 못 오고 너 혼자 살아야 해. 빨리 자. 안 자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 어휴, 무서워~.”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 자고 칭얼거리거나, 정신없이놀려고 하는 두 아이들을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며 괜한 망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공갈과 협박을 해 댑니다.

“엄마, 무서워. 잉잉!”
“쉿! 울면 안돼! 망태 할아버지가 들으셔. 저 소리 들리지? 망태 할아버지 오는 소리!”

밖에서 스산하게 부는 바람소리를 망태 할아버지 오는 소리라고 겁을 주며 온 몸과 목소리까지 떨어 가며 무서운 척 별짓을 다해 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숨소리를 죽여가며 이불 속에서 쌕쌕거리다가 스르르 잠이 들곤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일찍 좀 자주면 밀린 일들도 좀 하고, 조용하게 책도 좀 읽고, 오붓하게 남편과 시간도 좀 가질 수 있으련만 있는 힘이 다 소진될 때까지 잠도 안 자는 아이들이 얄밉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망태 할아버지가 등장하더니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합니다.
가까이 지내던 집사님네 갔다가 금방 아이들을 재우고 나오는 것이 신기해 물었더니 망태 할아버지 얘기를 해주더군요.
그래서 저도 집에 돌아와 망테 할아버지를 써 먹었더니 놀랍게도 약발이 잘 받았습니다.

망태 할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숨을 죽이고 꼼짝않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시도때도 없이 써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망태 할아버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어른들이 지어낸 망태 할아버지라는 것을요. 이제 그만큼 머리가 커졌다는 거겠지요. 엄마의 공갈 협박은 이렇게 곧 생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 어른들에게 참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너네 그러면 하나님한테 혼난다. 벌 받어. 지옥간다.”

하나님한테 혼나고 벌받는 것보다 지옥 간다는 말이 너무 무서워서 친구들과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지옥간다는 말이 무서웠는지…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망태 할아버지를 무서워했던 것만큼 지옥간다는 말이 무서웠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나님한테 혼난다고 해도, 벌받는다고 해도, 지옥간다고 해도 눈하나 깜짝 않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이 애들한테 공갈 협박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처럼요…
그만큼 머리가 커졌다는 거겠지요?

세월지나 내 머리통이 수박통만큼이나 커졌나봅니다. 교훈과 책망과 훈계의 말씀을 들으면 그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말씀안에서 긴장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핵이 머리 위에서 터져 세상이 멸망한다해도,
곧 주님 오실 때가 가까 온 징조들이 눈앞에 보인다 해도 전혀 요동치 않고 내 소견에 욿은대로 그저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사사기 21장25절)”

오, 주여!
나는 있고 하나님없이 살아가는 이 죄인을 구원하소서.
머리통만 커져서 내 소견에 옳은대로만 살아가는
어리석은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하나님 소견에 옳은 길로 따라 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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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