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구역모임

온라인에는 끝없이 볼거리가 넘쳐난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 보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고, 배가 고파지면 음식을 만들거나 사러 나가지 않아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배달이 되어 지속적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이렇듯 웬만한 경험은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해결되는 시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다음세대는 특별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때론 이런 생활 방식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관계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여 기성 세대의 염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세대는 의외로 만남과 연결, 체험을 갈망한다. 다만 그들이 가치와 의미를 둔 곳에 한해서 말이다.

온라인을 통한 세계화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추었고,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했다. 다음세대에게는 다른 인종과 언어와 국경을 넘는 만남이 특별하지 않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낮아지고, 다양한 교류 속에서 자란 다음세대는 겉모습이나 배경이 아닌, 정서와 가치가 맞는 사람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다.

관계의 중심이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니고 같은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된다. 예를들어,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의 독서 모임,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암벽등반에서 만나는 클라이밍 크루, 온라인 게임으로 만나는 지구 어딘가 있는 친구들,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라기 보다 도전하거나 힐링하자는 취지에서 와인을 마시며 그림을 그리는 모임, 이른 아침 파도가 칠 때 차가운 바닷가에서 가끔 마주치는 서핑 클럽 친구들까지. 이들은 스스로 선택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를 비추며 성장한다.

학교나 직장 등 정해진 만남이나 의무적, 필수적인 모임이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주체적인 선택으로 시작된 만남이기에 가치와 의미를 두고 이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런 모임은 외부의 강요로 모인 것이 아니기에 특정 성과나 결과를 내야하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서로 격려하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이런 모임의 특성은 모두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만 동시에 개별적이고 느슨하다. 출석의 강요나 책임감에 의한 압박보다는 언제든 모임에서 빠질 수 있고, 자유로우며, 여유롭다.

이렇듯 겉으로 느슨해 보일지 몰라도 이 자율성과 동시에 주도성이 공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만남은 나이나 직업, 성별을 넘어 정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며, 강요나 억지가 빠진 자연스러운, 오늘날 다음세대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관계의 모습이다. 사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만남에는 깊이 있는 만남보다는 얇고 넓게 맺은 인연들. 즉, 일촌, 맞팔(맞 팔로우) 등으로 만나기에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면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쉽게 서로를 수용하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지만, 동시에 깊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런 만남을 바탕으로 모이는 모임 역시 편하고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그 넘어 진정성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던,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사회적 결핍과 외로움, 불안 장애와 같은 현상은 이러한 진정성 있는 관계의 결핍과 직결된다.

위에 나열한 모임들 중 건강한 다음세대의 모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하는 것을 어필하며 성공한 것, 이룬 것 위주의 모임이 아닌, 실패한 여정도 솔직하게 나누며 서로를 수용하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볼 수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심지어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도 이 정서적 공감 모임에 참여한다. 서로의 실력보다 함께하며, 나누고 배워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며 편안한 시간을 확보한다. 이런 다음세대의 모임과 추구하는 양상과 동시에 진정성 있는 관계의 결핍을 들여다 볼 때, 이 시대의 교회는 다음세대에게 어떤 모습이며,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살펴보게 된다.

서핑을 함께 하며 예배 드리는 서퍼 쳐치, 미술을 함께 하며 예술가들과 함께 성경을 묵상하거나 말씀을 그리는 아트 교회, 커피를 마시며 깊이 교제하고 예배하는 카페교회 등의 특성을 지닌 교회들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양상은 2000년대 초 영국국교회와 감리교회에서 시작한 교회운동으로 복음을 문화 속에 묻어나게 전하는 선교적 모습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기존의 동아리나 클럽 모임이 교회화된 것으로 보이는 이 선교적 운동은 기존 획일화된 교회 중심의 예배에서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다가가 복음을 일상에 접목한 모범적인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취지가 단순히 친교 모임이나 사교의 장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지만 사회적 모임에 정서와 취향을 도구 삼아 복음이 잘 전해진다면 이는 가히 세대를 꿰뚫는 선구자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5무 교회가 온다’의 저자인 황인권 대표는 10년간 200곳 이상의 교회를 방문하고 교회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조사 분석하여 기존 교회에 변화를 도전한다.

세계와 시대적 흐름을 조사 연구하며, 교회의 본질은 지키되 현대 교회가 버려야 할, 그리고 받아들여야 할 5가지를 과감히 제시한다. 그 중 다음세대의 만남의 형태를 반영한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구역모임‘을 사람과 맥락에 따라 교회가 새롭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 형태의 구역 모임을 없애고 현대적 형태의 새로운 구역 모임을 제안한다.

위에 열거한 특성 있는 교회뿐만 아니라 깊은 신앙 서적을 읽으며 토론하는 독서 모임, 온라인으로 정해진 시간에 새벽 묵상 함께하기, 함께 성경 필사하기, 조깅하며 삶의 고민과 신앙을 나누는 러닝클럽 등. 다음세대에게 정서적 교감과 함께 복음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주는 모임들이 이런 새로운 구역 모임의 모습이다. 이미 여러 곳에서 이런 기존 형태의 구역 모임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있다. 여전히 그 정체성과 사명을 잊지 않은 채 다양성을 존중하며 지역 사회로 나아간 여러 형태의 모임과 교회는 실로 현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달 Open Church 성도들과 함께 Running 모임을 시작했다. ‘하나님께 달려가자’라는 올 해의 표어를 바탕으로 시작한 모임이다. 이번 달에는 오클랜드 시내에서 여러 사람들을 초청해서 함께 달릴 예정이다. 미리 루트를 짜고, SNS에 광고를 올리고 나니 맞팔하던 친구들, 한 번 정도 본 적 있는 친구들, 의외의 친구들이 참여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이와 성별 배경들을 개의치 않고, 그저 만나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땀을 흘리며 뛰는 모임이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복음에 마음의 문이 열리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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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지은
Open Chuch 담임. 우리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 그로 인한 대화의 단절이나 오해로 고심하고 있는 독자에게 참 진리로 인해 건강한 세대의 다양성과 각 세대의 정체성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따끈한 에피소드와 실천할 내용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