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는 못 살아!’

‘금쪽 상담소’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정신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가 진행자로 나와서 어른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방송입니다.

이 방송에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농구계를 이끌던 유명 여자 농구선수(현재는 감독)와 그녀의 딸이 출연해서 자신들의 문제를 털어놓았습니다. 비록 결혼은 했지만, 30대 후반의 딸은 여전히 모든 면에서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남편의 차를 바꾸는 것 조차도 엄마와 상의를 한다고 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딸의 신혼집에 가서 살림을 도와주고 있는 엄마는 ‘나는 완벽하게 낳았는데, 딸아이가 좀 모자란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결혼 전 엄마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어 마치 호텔 룸서비스를 받는 수준이었다는 딸의 말에 오은영 박사는 ‘자라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자라증후군’이란 성인이 되어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간섭한 양육 방식의 결과로 자녀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존적이고 자신감 없는 성격으로 자라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위험을 느끼면 껍질 속으로 몸을 ‘쏙’ 숨기는 자라의 모습에서 유래한 비유라고 합니다.

내용 출처;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자라증후군’ 부모의 주요 특징은 자녀의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모든 결정을 대신 내리는 과잉보호의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녀는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질 기회를 잃어버리고, 자립심이 떨어지며 자율성도 부족해집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보호로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게 되고,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대인관계나 직업적인 면에서도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인기에 이르러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들이 성장해서 건강한 독립과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부모의 사랑과 안정적인 관계 형성입니다.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주는 정서와 애착은 분리되어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식 간에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문제들의 결과는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고아원과 병원을 운영하며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던 존 보울비(John Bowlby)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이 아이들에게서 끊임없이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관찰하던 보울비는 사람이란 먹고 자는 것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애착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됩니다.

보울비는 애착이란 아동이 주 양육자와 형성하는 정서적 유대관계로 아동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안전 기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규명지었습니다. 애착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살아갈 독립성과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맺는 관계 형성이 정서적, 신체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보울비는 이때의 관계 맺음이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보울비의 이론을 바탕으로 심리학자인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낯선 상황 실험’을 했습니다. 1970년대에 진행된 이 실험에서 에인스워스는 아동이 양육자와의 떨어짐과 다시 만남을 경험할 때 보이는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그 실험 결과 에인스워스는 애착유형을 안정형 애착, 회피형 애착, 저항형(불안-양가형) 애착, 혼란형 애착의 4가지 형태로 분류했습니다.

안정형 애착의 아이들은 엄마가 방을 떠날 때 약간의 불안감을 보이지만 곧 회복하고, 엄마가 돌아왔을 때는 반갑게 다시 맞이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모를 신뢰하고 의지합니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아이들은 엄마가 떠나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다시 돌아와도 무관심하거나 회피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부모가 아이들의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보이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저항형(불안-양가형) 애착 유형의 아이들은 엄마가 떠날 때 극도로 불안해하고, 다시 만나도 안정감을 쉽게 찾지 못합니다. 엄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화를 내거나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이는 부모가 때로는 관심을 주지만 일관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혼란형 애착입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엄마가 떠날 때나 돌아올 때나 상관없이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대부분 불안정한 행동을 합니다. 이는 보통 부모가 아동에게 위협적이거나 학대적으로 양육할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보울비와 에인스워스에 따르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 더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어려움에 잘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돌아올 때 언제든 부모가 의지할 수 있는 안전한 기지가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 아빠와 관계를 맺고 형제자매와 관계를 맺습니다. 어찌 보면 그 전부터 이미 뱃속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학교생활에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성인이 되면 직장에서의 관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배우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한순간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때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기 때부터 관계를 통한 건강한 애착 형성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도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입니다.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리 신앙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그분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기에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할 때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기도와 성경 말씀을 통해 그분의 마음을 이해할 때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잘 형성되었다면 우리 주변의 이웃들과의 관계도 잘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 속에서 그러한 신뢰와 사랑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부모와 자녀 간의 첫 만남부터 성장 가운데 이루어지는 애착 형성 및 정서적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성경에서는 자녀를 양육할 때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본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바르게 신앙하는 모습을 배웁니다. 부모의 자세가 자녀의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양육하고 필요에 따라 징계와 훈육을 통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동시에 자녀는 부모를 존중하고 순종하며, 그 사랑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경외심을 배워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관계 형성 가운데 세상이 원하는 크리스천의 모습,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