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리고 당신도 그렇습니다

카공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약속이 있어 대학가 앞 카페를 가게 되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3층이나 되는 큰 카페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카공족들이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카공족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문득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의자에 ’진득하니’ 오래 앉아 있는 사람,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집중을 방해하는 잡소리가 들릴까 봐 귀에 솜을 끼우고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간혹 누군가가 옆에서 조금이라도 부스럭거리면 신경이 쓰여 눈치를 주곤 했던 경험이 자주 있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둘러보니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큰 소리로 웃고 또 누군가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카공족들에게는 그것이 그리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문한 음료수가 나왔다고 알리는 진동벨 소리도, 카페 안을 가득 메우는 음악 소리도 그들에게는 큰 방해 거리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멀티(multitasking)가 잘 된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창조물이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언젠가 크루즈 여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배 한 쪽에 마련된 기다란 비치 의자(Beach Chair)에 누워 쉬고 있는데 문득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듯 눈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단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나 다양했습니다. 아니 다양하다 못해 전 세계 약 75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니 하나님이 얼마나 신묘막측한 분이신지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겨우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로 만들어진 사람들의 얼굴이 이렇게 다양한데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다르고 다양할까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유형도 매우 다양합니다. Dunn과 Price라는 교육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학습에 있어서 환경적 요인, 정서적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 생리적 요인 등이 모두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학생은 주변이 조용해야 공부가 잘되지만 어떤 학생들은 항상 TV나 음악 소리가 들려야 공부가 잘됩니다.

어떤 학생은 밝은 빛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학생은 어두운 곳에서 불을 켜고 공부하는 것이 더 잘 맞기도 합니다. 추운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생, 따듯해야 공부가 더 잘 되는 학생, 딱딱한 의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푹신한 소파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학생도 있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고,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학생이 있지만, 공부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공부만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아침에 능률이 오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저녁이나 밤에 능률이 오르는 학생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어떤 방식이 덜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두 다른 만큼 각각의 사람들에게 맞는 그들만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오르고 그 결과로 상위권대학에 진학하여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성적이 오르는 나름의 방식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아이들이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고 다양성의 일부인 자신도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기에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가 되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78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12월 4일 SBS 뉴스에서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을 소개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 내용은 현재 한국의 인구감소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의 상황을 넘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합계 출산율이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 남침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뉴스는 보도했습니다.

마침내 우리 사회에 다양성의 문이 활짝 열려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결혼으로 인해 다문화 가정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감소 된 인구로 노동시장의 문도 활짝 열려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K-팝이라는 장르가 생기고 K-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이 바로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 자녀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의 존재가 소중한 창조물이란 것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타인의 존재도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다름을 인정하면 함께 공존하며 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부모들부터 먼저 그러한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코로나바이러스도 무섭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옆집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옆집 OO는 이번에 XX를 잘했다는데….’, ‘옆집 OO는 학교에서 XX 상을 받았다던데….’ 하는 이 ‘옆집 바이러스’가 옆집을 넘어 아파트로 확산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비교하며 마음이 요동칩니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자신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생각의 유연성을 가지고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배워야 합니다. 또한, 배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해야 합니다. 부모도 자녀들과 함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발달해서 인간이 인공위성을 만들어 띄우고 달나라를 여행해도 길가의 풀잎 하나, 기어다니는 작디작은 개미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창조주의 놀라우신 창조물인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소중한 것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다른 이들도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예수님의 피’라는 사랑의 값이 매겨져 있습니다. 그 예수님의 사랑의 값이 매겨진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가치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얼마짜리 인생입니까?
나는 예수님의 피 값으로 산 ‘예수님 짜리’ 인생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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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