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서울 쥐 시골 쥐’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서울 쥐가 친구인 시골 쥐가 사는 시골에 놀러 갔는데 비록 풍성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과일이며 쌀알, 채소 등 늘 넉넉했고 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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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 쥐는 치즈도 고기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시골 쥐에게 서울에 오면 자기가 사는 멋진 집도 보여주고 훌륭한 음식도 대접하겠다고 으스대면서 초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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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시골 쥐는 서울 쥐가 사는 곳에 갔고 서울 쥐가 사는 으리으리한 저택이며 고기, 치즈 등 생전 보지도 못한 음식들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커다란 고양이를 피해 숨어야 했고 주인아줌마의 내리치는 빗자루를 피해 온 힘을 다해 도망 다녀야 했지요. 시골 쥐는 너무 무서워 이런 곳에 어떻게 사냐며 곧바로 시골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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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하게 밥때가 되면 늘 이 이야기를 떠올랐습니다. 오늘도 우리 집 밥상은 김치 하나에 온통 보리만 보이는 잡곡밥입니다. 막내는 안 먹겠다고 밥투정을 부리고 먹성 좋은넷째는 그것까지 먹겠다고 달려들다 야단을 맞습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당신은 배가부르시다며 아이들 다 퍼주시고 조금 남은 밥을 밥그릇에 담지도 않으시고 양푼 채 드십니다.
나는 오늘도 우리가 시골 쥐인지 서울 쥐인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먹는 것은 늘 시골쥐 같은데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