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하이 카페음악회

음악이 흐르면 떨리는 선율을 따라 가슴에서 노래가 나와

아주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입장료는 커피 한 잔.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문화를 개척하고 있는 에임하이 카페가 마련한 선물이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장애도 장애가 아니다.

지난 2월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과 청년, 교사와 학생, 자원봉사자와 전문 직종에 있는 다양한 가족들이 에임하이 카페에 모이기 시작했다.
장애인과 어린이와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하는 카페이다. 장애도 존중받고, 어려도 인정받고, 전문인도 배려받는다.

카페 음악회 선물한 제자들교회 청년들
다양한 실수와 실패가 거듭되는 과정에서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가 더욱 두터워가는 독특한 공간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은 이곳에서 훈련받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나간다.

수요일마다 모이는 꽃꽂이 교실은 예쁜 꽃으로 재능을 기부한다. 알게 모르게 매달 커뮤니티 전문가들의 전략회의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찾아와 가볍게 한 잔 커피를 놓고 이야기꽃을 펼친다. 아이들도 웃고 떠드는 에임하이 열린 공간의 특징이다.

에임하이 카페에 “카페 음악회”를 선물한 것은 제자들교회 청년들이었다. 첫 번째 연주자 이기현은 오클랜드 대학 거리공연(버스킹) 대회 1등 경력이 있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자이다.

그가 연주하는 루핑 음악은 하나의 바이올린으로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다. 하나의 리듬을 연주하기도 어려운데 하나의 바이올린으로 다섯 개의 리듬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독특한 연주자이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직장 건축설계사로서 바이올린 연주는 취미로 하지만 전문 연주자들에게도 인정받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K-Pop부터 젊은이들의 락 음악과 흘러간 팝송까지 다양한 장르가 바이올린 선율의 미묘한 떨림으로 선보였다. 헤리 포터의 “주제곡”과 겨울왕국의 “얼어붙은 심장”은 노스코트 에임하이 카페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녁 산책을 나왔다가 음악 소리에 이끌려 음악회에 참석한 가족은 “다음 주에 생일 축하 노래 연주해 주세요, 생일이예요”하며 신청 곡을 예약하기도 하였다.

9월 마지막 토요일 연주는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시작으로, 비발디의 “사계절”을 연주했다. 두번째 연주자는 이기혜였다. 뉴질랜드 대표로 영국 로얄리그 장학금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 연주 활동에 참가하고 돌아온 실력 있는 연주자이다. 뉴질랜드 청년 현악기 연주자로 인정받아 최근에는 오클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객원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이날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절”은 오클랜드 펌프 하우스에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음악으로 연극인들과 협연하기도 했던 곡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을 살려서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빠른 선율로 재미를 더해 연주하는 곡이다. 작은 음악회의 신선한 울림이었다.

재미있게 소통하는 음악회
피아노 독주는 제자들교회의 김난희 사모가 맡았다. 모짜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엘리제를 위하여” 같은 작은 피아노 소품이 뜻밖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피아노가 아닌 작은 키보드여서 아쉽기는 하였지만 용기를 내어 연주한 듯하다. 김 사모는 50년의 피아노 연주와 합창 지휘 경험이 음악회를 빛나게 했다.

에임하이 카페 음악회는 재미있게 소통하는 음악회였다. 곡이 연주되는 중간에도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갔다. 주문하는 손님들과의 대화가 음악과 어우러지는 특별한 순간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몬티의 “차르다시”는 묵직한 저음과 높은 고음이 빠르게 교차하는 곡이다. 난이도가 높은 반면에 헝가리 춤곡으로도 연주되는 경쾌한 리듬이 청중을 사로잡았다.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에 계속된 음악회는 클래식 바이올린과 전자 바이올린의 듀엣 연주로 막을 내렸다. 락 음악으로 편곡된 “캐논”이 에임하이 카페의 창밖을 넘어 노스코트 쇼핑몰까지 퍼져나갔다. 곡이 연주될 때마다 카페 밖에서도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준 모든 이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오클랜드의 숨은 음악인들, 가끔 양로원과 병원을 방문하여 음악을 선물하는 음악인들, 가족들을 위해서만 연주하는 곡을 사랑하는 연주자들이 에임하이 작은 음악회를 꾸준히 이어가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음악에 열정이 있거나 편안한 분위기의 마을 카페를 찾는 분이기 쉽다. 오클랜드 노스코트에 소중한 공간이 생겨서 고맙다. 음악이 흐르면 떨리는 선율을 따라 가슴에서 노래가 나온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카페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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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