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째 주 찬송/12월 둘째 주 찬송

12월 첫째 주 찬송/210장(통245장) 시온성과 같은 교회

‘천지창조’는 천사들의 노래,‘사계’는 사람들의 노래
‘사계(四季)’는 일반인들에게 비발디의 작품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하이든의 작품도 걸작입니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그의 나이 80을 바로 앞둔 고령에 대작(大作)인 두 개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Die Schöpfung)와 ‘사계’(Die Jahreszeiten)를 작곡했는데 1798년과 1801년, 3년 사이에 각각 완성하였습니다.

‘사계’도 ‘천지창조’에서와 같이 음화(音畵, tone painting)를 써서 개구리 소리, 새소리, 빗소리, 소나 사자의 울음소리, 맑은 시냇물 소리, 안개, 폭풍우, 천둥소리 같은 자연의 현상들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천지창조’가 세 천사가 인도하는 천사들이 하나님의 창조 업적을 찬양하고, 아담과 이브가 행복을 누리는 에덴동산을 그린데 비해 ‘사계’는 세 명의 농부와 마을 사람들이 춘하추동 주님의 뜻을 따라 즐거이 감사하며 사는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천지창조’가 천사들이 노래하는 천상의 노래라면 ‘사계’는 인간들이 노래하는 지상의 노래이기에 짝을 이루는 이 두 작품이야말로 형제인 셈입니다.

주일 한날 교회에서 드리는 행위만이 예배가 아니라 일주일 내내 가정, 직장, 이웃, 사회활동 등 우리네의 일거수일투족 일상이 예배일 진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이웃의 삶은 우리의 본이 될 만합니다.

곡명 AUSTRIAN HYMN은 하이든이 ‘황제 찬가’로 작곡하여 1797년 2월 12일 오스트리아 황제인 프란츠 2세의 생일에 초연한 이래, 오스트리아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 멜로디는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C장조, ‘황제’(Kaiser), Op.76, No.3의 제2악장에서 주제와 4개의 아름다운 변주로 쓰여 더욱 사랑받고 있지요. 찬송으로 사용된 하이든의 곡은 우리 찬송가에 이 찬송과 ‘저 높고 푸른 하늘과’(78장)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영국 국교회 뉴턴(John Newton, 1725-1807)목사가 “하나님의 성이여 너를 가리켜 영광스럽다 말하는도다”(시 87:2)는 말씀을 기초로 지은 이 시는 그가 쿠퍼(William Cowper, 1731-1800)목사와 함께 편찬한 ‘올니 찬송가’(Olney Hymns, 1779)에 ‘시온 혹은 하나님의 도성’(Zion, or the City of God)이란 제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12월 둘째 주 찬송/304장(통513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 사랑이야기’기록하기엔 하늘공간도 모자라
미국 어느 주에선가 초등학교에서 손글씨 교육 대신 ‘키보드 타이핑’을 필수과목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키보드의 편리함에 글을 쓰면서 두뇌활동과 함께 얻어왔던 평온함과 인내심, 사고력과 창의력을 잃지 않을까 하여 반대 여론이 분분합니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 교회학교에서 지육부장(智育部長)이란 걸 했는데, 주보나 성가악보를 만드는 일이 주 업무였습니다. 소위 가리방이라 일컫는 철판에 유지(油脂)를 대고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철필로 긁어 쓴 다음, 그것을 등사판에 붙이고 잉크 묻은 롤러를 밀면 말쑥한 인쇄물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죠. 어린 시절 교회에서 얻은 필경사(筆耕士)자격증이 지금껏 가운뎃손가락 끝에 굳은살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사보(寫譜)하면서 시창청음(視唱聽音)을 마스터한 경험이 있었기에 고교 교사 시절, 음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악보를 베끼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사이는 어떻습니까. 피날레나 시벨리우스 같은 컴퓨터 사보 소프트웨어가 발달되어 재생과 출력까지 하니… 손 사보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나의 명 수업도 이젠 구닥다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손글씨가 사라지는 시대, 다른 한편에선 성경필사가 열심입니다. 어리석어 보이지만 필사가 단순히 베껴 쓰기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손으로 한 자 한 자 베끼다 보면 눈으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인답니다.

찬송 시의 작사 작곡자인 리만(Frederick M. Lehman, 1869-1953)목사는 미국의 시골 교회에서 사역을 했는데, 목회자 사례비도 감당 못하는 워낙 작고 가난한 교회였기에 생계를 위하여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치즈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1917년 어느 날, 아내가 싸준 점심 도시락에서 “바다를 잉크로 가득 채우고 하늘을 양피지로 삼아도 어찌 하나님의 사랑을 다 적을 수 있을까”란 쪽지를 발견합니다. 이 시구는 11C 경 마르쿠스(Joseph Marcus)가 지은 유대교 칠칠절 찬송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짧은 시구에 감동을 받아 시와 멜로디를 단숨에 지었다고 합니다. 가장 높은 음(d)으로부터 순차 하행하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함께 3절은 이 찬송의 스케일을 말해주며 그야말로 압권이지요.

“바다를 잉크로 가득 채우고/ 하늘을 양피지로 만들었다 해도/ 땅 위의 모든 나무줄기 가 깃촉 펜이라 해도/ 세상 모든 사람이 필경사라 해도/ 하나님의 사랑을 기록하기에/ 바다가 마르고/ 하늘 가득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도/ 모두 기록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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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연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1960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광범위하게 교회음악 활동을 하면서 김명엽의 찬송교실1-5을 예솔에서 출판했다. 이번 25회 연재를 통해 교회력에 맞추어 미리 2주씩 찬송가 두 곡씩을 편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