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에 온 봄

봄의 전령, 꽃들이 봄을 알리다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들을 만나는 봄날에 우리 주변에 암으로, 질병으로 아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을 찾아가 봄의 전령, 꽃들을 한 아름 가져가 위로하고 격려하면 좋겠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다시 한번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육신의 건강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믿음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사진박현득, 글이승현

봄이 오면 생각나는 꽃, 설중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로도 불려

소싯적 우리 집은 과수원이었다. 주 품목은 사과였지만 선친이 한의원을 겸하였기에 과수원 곳곳엔 한약 재료로 쓰이는 각종 약초와 약재용 열매 나무가 있었다.

한약재로 탁월한 약효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매실이 열리는 나무
그중 하나가 설중매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설중매는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한약재로 탁월한 약효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매실이 열리는 나무를 말한다.

또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해서 서예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설중매는 옛 선비들의 풍류와 기개로도 표현되는 매란국죽(梅蘭菊竹;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사군자에서 첫머리에 꼽히는가 하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로도 불린다.

매실은 다 익기 전 초록색일 때 따서 약재로 쓴다. 그런데 선친은 약재로 쓸 만큼만 따고 나머지는 익을 때까지 놔두셨다. 그 신맛 때문에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매실이지만 다 익으면 놀랍게도 샛노란 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맛은 아주 새콤달콤하여 입에 착착 들러붙는다.

한여름 무더울 땐 거목에 잎이 무성하여 원두막에 멋진 그늘을 만들어 줘
우리 과수원의 탱자나무 담장 옆으로 대구로 가는 국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사과가 익을 철이면 오다가다 서리하는 자들이 더러 있었다. 손을 뻗어 닿는 곳에 있는 사과를 따가는 것은 뭐라 하지 않았지만, 가끔 담장을 뚫고 들어와 몇 상자나 훔쳐 가는 못된 자들도 있어 이를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과수원의 끄트머리에 평지보다 약 2미터 정도 높은 둔덕이 있었고 그 위에 매화나무를 심고 원두막을 지어 놓았다. 토질이 좋아서인지 매화나무가 우람하게도 자랐다. 한여름 무더울 땐 거목에 잎이 무성하여 원두막에 멋진 그늘을 만들어 준다. 약간의 바람이라도 설렁설렁 불라치면 그토록 시원할 수가 없다.

이 설중매를 닮은 것을 해밀턴 가든에서 보았다. 그것도 하늘 좋은 날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꽃나무를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늦은 겨울 이른 봄에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피어난 매화(꽃)이다. 그때면 사과나무에 앙상한 가지만 있는 계절이라 과수원 전체가 휑하다.

순백의 하얀 꽃을 피우며 눈속에서 꿋꿋이 서 있는 우람한 매화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더 높은 곳에 있던 터라 마을 어귀에서 십리나 되는 곳에서도 잘 보인다. ‘우리 집 다 왔네’ 하게 된다.

이 설중매를 닮은 것을 해밀턴 가든에서 보았다. 그것도 하늘 좋은 날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꽃나무를! 물론 기후가 달라 한국처럼 꽃 위에 눈 덮어쓸 일도 없을 것이고 매실이 열리지도 않겠지만 그 빼어난 하얀 꽃잎의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신묘막측 하신 솜씨를 찬양하기에 충분하다.

원트리힐 벚꽃

너무 기쁜 나머지 사진을 수십 장 찍었다. 나무가 젊어서 수묵화에나 나오는 멋진 고목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광각으로도 찍고 클로즈업으로도 찍고 밑에서 위로도 찍는 등 매화꽃과 한참을 노닐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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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
1978년에 해외 연수를 갔다가 카메라를 구입한 이래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어 짬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여행 다니며 풍경 사진을 즐겨 찍어왔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멋진 풍경을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여 독자와 함께 감사하며 찬양하고자 포토에세이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