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개기월식> 지구에서 달이 붉게 보이게 되는 적월( 赤月, Blood Moon)

새벽 1시가 넘도록 추운 바닷가에서의 촬영이었지만 즐거운 고생돼

이번엔 하나님의 걸작품 적월개기월식(Super Blood Moon) 출사에 대한 촬영기이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개기월식(Lunar eclipse)을 몇 차례 눈으로 관측한 적은 있었지만,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기월식이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태양 빛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 위에 놓이며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태양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고, 태양 빛 중 파장이 긴 붉은 빛이 지구의 대기에 굴절되어 달 표면에서 반사되기 때문에 지구에서 달이 붉게 보이게 되는 적월(赤月, Blood Moon)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개기월식이 오클랜드에서는 5월 26일 밤 11시 11분부터 시작되어 11시 25분까지 14분 동안 이어진다고 하여 도심 광해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으면서 집에서 가급적 가까운 곳인 마라에타이 바닷가로 가기로 했다.

나름 좀 넉넉잡고 가느라 9시 20분에 출발해서 마라에타이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니 이미 달은 반달로 기울어져 있었다. 뉴스에 나온 정보는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시작하는 시간이 11시 11분이라는 것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계로 보이는 몇몇 분이 이미 삼각대를 설치하고 600mm 렌즈(대포라고 부른다)로 달을 찍고 있었다.

모퉁이 저쪽 끝에서는 무슨 의식이라도 하는 것인지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궁금했지만, Blood Moon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 나의 관심사는 첫째, ‘달이 핏빛(Blood)으로 변한다는데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출을 월식으로 잠식된 부분에 맞춰야 하고 그러다 보면 밝은 부분이 과도하게 희게 표현될 것이다.

이리 되면 계수나무가 나오는 달은 포기해야 한다. 더 큰 망원렌즈로 당겨서 계수나무를 담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한 화면에 달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달의 모양이 바뀌어 가는 일정 구간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그리 크지 않은 150mm 줌렌즈를 선택했다.

또 달이 흘러가는 동안 월식으로 먹히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 지구 그림자의 가운데를 지나가는가? 아니면 위쪽 또는 아래쪽으로 지나가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오클랜드는 그림자의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래쪽 귀퉁이로 지나간다.

그래서 개기월식 기간도 14분 정도로 짧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위쪽 귀퉁이를 지나가게 되고 또 적도 근처에서는 지구 그림자의 가운데로 가게 되어 월식 지속 시간도 2~3시간 정도로 길다고 한다.

그러려면 한 화면에 일정 구간을 다 담아야 하고 달이 지나가는 궤도를 따라 카메라가 5~10분에 한 장씩은 자동으로 찍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에 새로 업어온 카메라를 동원했는데 타이머 기능이 성공적으로 잘 작동해주었다. 컴퓨터에서 확인해보니 그림자의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부분이 오늘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다른 친구의 경우, 월식이 진행되는 달의 위치가 지표면에서 대략 80~90도로 거의 수직 수준인지라 대형 망원렌즈의 경우 자체 무게와 지구 중력이 합쳐져 촬영 도중 렌즈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의 처음 선택은 잘된 것이었던 셈이다.

둘째, 보름밤에 담는 은하수이다. 이건 상식이지만 보름밤에는 달이 밝아 은하수는 숨어버린다. 그런데 오늘 같은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밤이면 은하수를 담을 수 있게 된다. 붉은 보름달과 함께 하늘을 수놓고 있는 은하수를 상상해 보면 온몸에 전율이 생기고 심장이 뛴다.

다른 사람은 온통 달 찍기에 여념이 없는 때에 나는 또 다른 카메라로 은하수를 찍고 있었다. 너무 황홀했다. 도움 주신 별 전문가 조강욱님께 감사하며 새벽 1시가 넘도록 추운 바닷가에서 행한 촬영이었지만 즐거운 고생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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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
1978년에 해외 연수를 갔다가 카메라를 구입한 이래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어 짬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여행 다니며 풍경 사진을 즐겨 찍어왔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멋진 풍경을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여 독자와 함께 감사하며 찬양하고자 포토에세이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