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직전에 나온 슈베르트 최고의 걸작

현악 5중주 C 장조 D956
“마침내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1대, 첼로 2대를 위한 5중주곡을 처음으로 썼습니다. 이 곡은 몇 주 후에 초연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 관심이 있으시면 부디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1828년 9월에 슈베르트가 출판업자 프로스트에게 쓴 편지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49일 뒤 그 해 11월 19일 슈베르트는 빈의 초라한 다락방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나이 31살이었습니다.
흔히 슈베르트 최고의 걸작이자 지금까지 작곡된 모든 작곡가의 현악 실내악 작품 중 가장 위대한 곡이라고 손꼽히는 이 곡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현악 5중주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으며 그 당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자필 악보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악보는 1853년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나온 악보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특이한 악기 편성
이 현악 5중주의 악기 편성은 현악 4중주(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에 비올라가 추가되는 보통의 현악 5중주와는 다르게 첼로가 추가되었습니다. 현악 5중주에 첼로가 두 대인 편성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슈베르트가 비올라 대신 첼로를 택한 이유는 저음부를 부드럽게 강조되면서도 때로는 아주 강렬한 느낌을 끌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31살 젊은 나이의 슈베르트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아마도 임박한 죽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두 대의 첼로는 마치 삶과 죽음의 듀엣인 양 끝이 없이 긴 노래를 부릅니다.
음악학자 호머 울리히는 이 곡을 가리켜 “고귀한 이념과 아름다운 선율, 다양한 분위기에 있어 이 작품에 필적할 만한 작품은 없다.”고 평했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작품이기에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자신의 장례식 때 이 곡의 제2 악장을 연주해달라고 청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선더스는 자신의 무덤 비석에 이 곡 제1악장의 제2 주제를 새겨 달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 속에 천국이 있다
이 곡은 실내악으로서는 보기 드문 대작이어서 연주 시간이 거의 한 시간이나 됩니다. 이 곡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현대음악의 거장 스트라빈스키에게 ‘슈베르트의 음악은 좀 지겹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스트라빈스키가, ‘무슨 말씀, 그 속에서 난 천국을 발견합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짧은 삶이 아쉬운 슈베르트는 작품 속에서 오래 살고 싶어 마지막 백조의 노래를 길게 불렀을 것입니다.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악장 장조 화음과 단조 화음이 조금은 불안한 조화를 이루며 시작하지만 곧이어 두 대의 첼로가 화창한 봄날처럼 포근한 마음의 평화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합니다.

제2악장 제2 첼로의 피치카토가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면서 깊고 풍부한 선율을 연주하다 갑자기 슬픔과 격정을 폭발시킨 후 극도의 여린 음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치 슈베르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제3악장 시골 춤곡처럼 활기차게 시작하지만 곧이어 느려지면서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끝에서는 다시 빨라지면서 활력이 살아나며 마무리됩니다.

제4악장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빠른 템포로 감정이 격앙되면서 화려하면서도 장중하게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이 막을 내립니다.
현악 사중주단과 첼로의 대가가 어울린 명연주가 많은데 우리는 Melos Quartet와 Rostropovich가 함께한 연주로 들었습니다. Rostropovich의 명성이 헛되지 않은 아름다운 연주가 돋보입니다. 다음으로 들은 곡은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피아노 5중주 송어입니다.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송어’ A 장조 D.667
가곡 왕 슈베르트는 여러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괴테나 하이네와 같은 유명한 시인들의 시도 있지만 슈베르트의 음악 덕분에 그들의 시가 오늘까지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곡 “죽음과 소녀”를 쓴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 (M. Claudius)나 오늘 들을 피아노 5중주 송어에 사용된 가곡 송어의 가사를 쓴 크리스티안 슈바르트(Christian Schbart)가 그럴 것입니다.
착하고 마음 약했던 슈베르트는 1817년 20살 때에 이 시에다가 곡을 붙였습니다.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화살보다도 더 빨리 헤엄쳐- 뛰노네-
나그네 길-멈-추고 언덕에 앉-아-서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를 바라네
젊은 어부 한 사람 기슭-에-서-서 낚싯대로 송어를 낚으려- 하였네
그걸 내려-보-면서 나그네 생-각-엔 거울 같은 물에서 송어가 잡히랴
그 어부는 마침내 꾀를 내어 흙탕물을 일으켰노라
아 그-송어 떼가 모여들어 이윽고 송어를 낚아 올렸네 마음이 아프게 나그네는 보았네

1819년에 슈베르트는 성악가 포글(Vogl)과 함께 오스트리아 북부 산지 도시로 휴양 차 연주 여행을 하던 중 부유한 음악 애호가 파움가르트너(Sylvester Paumgartner)를 만납니다. 관악기와 첼로를 연주했던 그는 친구들과 집에서 실내악을 연주했었는데,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송어〉는 바로 이 모임을 위해 작곡되었습니다. 특히 파움가르트너의 제안으로 이 곡에 가곡〈송어〉가 4악장 변주곡의 주제로 사용되었습니다.

독특한 편성의 피아노 5중주
현악 4중주에 피아노가 들어가는 보통의 피아노 5중주의 구성과 달리 슈베르트는 이 곡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5중주로 작곡했습니다. 그의 현악 5중주에서 비올라 대신 첼로를 더 넣은 것처럼 피아노 5중주에서 바이올린 대신 더블베이스를 넣은 것은 부드러운 저음을 사랑하는 슈베르트의 특별한 선택이었습니다.

모두 5악장으로 된 이 곡은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들의 연주를 위한 곡으로 모처럼 슈베르트의 다른 어떤 곡보다도 밝고 명랑하며 청년의 순수한 마음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작입니다.
Richter의 피아노와 Borodin Quartet, Georg Hortnagel의 더블베이스 연주로 들었습니다.

음악 감상 뒤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전도서 9장 10절입니다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

죽음 앞에는 천재도 범인도 구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겸손한 마음으로 주어진 삶을 살면서 우리에게 영생을 약속하신 분을 믿고 사는 동안 두려워하지 말고 죽는 날까지 충실히 맡겨진 일을 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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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