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슈베르트(Frazn Schubert, 1797~1828)

단명했던 천재 슈베르트

천재들 중에는 의외로 단명(短命)한 사람이 많습니다. 불과 31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슈베르트는 단명했던 천재 음악가의 하나입니다. 18세기가 끝나기 불과 3년전에 오스트리아 빈의 초등학교 교장의 아들로 태어난 슈베르트는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와의 뜻과 달리 작곡가가 되기를 원했기에 평생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 생전 인정받지 못하고 빈곤하게 살며 또 병고(病苦)에 시달렸던 슈베르트지만 그는 삶의 고통과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편안히 몸을 누일 방 한 칸이 제대로 없었고 작곡에 꼭 필요한 피아노 한 대도 없었지만 그의 가슴속에서는 멜로디가 끊임없이 샘솟았습니다.

그렇게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단숨에 오선지에 옮겼기에 그는 31살의 짧은 생애에 1,000곡이 넘는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방대한 숫자도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작품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아름다움이 더욱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그는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음악가입니다.

‘미완성’ 교향곡의 3악장? 화요음악회에서 들은 슈베르트의 첫 작품은 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입니다. 많은 가곡을 작곡했기에 가곡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는 가곡만이 아니라 실내악도 많이 남겼으며 또한 교향곡도 9곡이나 작곡했습니다.

제가 미완성 교향곡을 처음 들은 때는 대학교 1학년때입니다. 어느 날 같은 과 학생들끼리 학교 앞 다방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여학생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요즘 클래식 음악 많이 들으신다는데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그때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던 때라 당황해서 그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교향곡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다시 ‘그럼, 슈베르트 미완성 좋아하시겠네요. 몇 악장 좋아하세요, 저는 3악장이 좋던데요,’하면서 생글생글 웃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미완성 교향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냥 모른다고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저는 2악장이 좋은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미완성 교향곡은 2악장으로 끝나고 3악장은 없다는 사실을 안 순간 나는 3악장이 좋다며 생글거리던 여학생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녀는 클래식 풋내기인 나를 놀리기 위해 그런 질문을 했는데 내가 덜컥 나도 3악장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얼마나 망신이었을까를 생각하니 혼자서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듣기 시작한 미완성 교향곡이지만 그 후로 이 곡은 교향곡뿐이 아니라 클래식의 모든 곡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때 엉겁결에 2악장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저는 이 교향곡의 2악장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안단테의 2악장은 절망 속에 방황하는 슈베르트가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콘트라베이스가 피치카토로 조용히 울린 뒤 바이올린이 청아하게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하는 소절에선 가슴이 아리도록 아픕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교향곡 슈베르트 음악의 특징은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그는 음악을 하며 즐거워했고 또 자신의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존경했던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서 자기가 전하기 원하는 사색적인 대화에 참여하도록 강요했지만 슈베르트는 자기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으며 자기와 같이 즐거워하기를 원했습니다.

이런 슈베르트의 악풍(樂風)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의 하나가 미완성 교향곡입니다. 그는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지만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곡은 8번 미완성과 ‘그레이트(Great)’라고 불리는 9번의 두 곡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8번 미완성 교향곡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곡이며 슈베르트의 이름을 음악사에 우뚝 서도록 만든 곡입니다.

이 곡이 미완성이라 불리는 이유는 슈베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다 2악장을 마친 뒤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고 미완성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교향곡이 모두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밖에 없는 셈입니다.  

슈베르트가 25세 때인 1822년 10월 30일 빈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기록은 있지만 언제 중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슈베르트가 헝가리의 귀족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딸 까로리네의 음악 가정교사를 하다가 사랑이 싹트면서 후작의 노여움을 사 쫓겨났던 때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오선지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파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남겨진 것이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합니다.

미완성의 곡이었기에 이 곡은 슈베르트 생전에 연주되지 못했고 거의 잊혀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슈베르트가 죽은 뒤 그의 음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빈 음악협회가 이 곡의 악보를 찾아내어 1865년 12월17일에 초연을 했고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슈베르트가 죽은 뒤 43년만이었습니다. 그 뒤 이 곡은 전세계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사랑을 받았고 유명 교향악단들이 다투어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미완성의 완성 이 곡은 형식적으로는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닙니다. 이 두 개의 악장은 모두 내용이 충실하며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사랑으로 휘어잡기에 누구라도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율이나 짜임새 면에서 그 어느 교향곡에도 뒤지지 않으며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이기에 더 이상 완성될 수 없는 ‘미완성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듣는 곡입니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써 다정히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나는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고 브람스는 이 곡을 평가했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지휘자 바인가르트너(Felix Weingartner)가 ‘마치 지하의 세계에서 온 것처럼’이라고 표현한 저음 현악기의 신비한 선율로 시작되는 악장입니다.

2악장: 안단테 콘 모토, 몽환적인 제1주제의 선율과 목가적인 제2주제의 선율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좋은 연주가 많고 그 중에서 칼 뵘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와 브루노 발터가 지휘한 뉴욕 필하모니의 연주가 쌍벽을 이룹니다만 화요음악회에서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오늘 헤어지기 전에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마태복음 5장 3-4절입니다.

“(예수께서)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슈베르트는 평생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에게 남겨놓았습니다. 그가 살아 생전 믿음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예수께서 말씀하신 복과 위로를 하늘나라에서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의 아름다운 음악과 고운 마음씨를 사랑하는 저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