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을 갖지 않게 하소서!

“이게 웬 떡이냐?”

코로나바이러스로 레벨 4 록다운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나라 전체가 꼼짝없이 갇혀버린 자택감금에,
한번도 누리지 못했던 황금연휴(?)를
강제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리둥절, 어리버리,
우왕좌왕, 허겁지겁,
고심참담 그렇게 몇 주를 보내고

다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모두가 조금은 움츠린 듯이
활기도 잃어버리고,
열정도 잃어버리고,
미래도 잃어버린 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은혜로 살아 가더랬습니다.

그러다 올 것이 왔다는 지역감염 2차 웨이브를 맞아
다시금 우리는 둥지에 갇힌 새처럼
겨우 푸드득 펴던 날개를 다시 접고는
종종걸음으로 또 살아가게 되었지요.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정리를 하자!
옷도 정리하고,
그릇들도 정리 좀 하고,
살림살이도 좀 정리하자!

버려도 될 것들,
켜켜이 껴안고 살고 있는 쓰잘데기없는 것들,
이참에 좀 버리고 쌈박하게 좀 살아보자!
하나님 부르시면 미련없이 달려 가게끔!

하루는 그릇 정리!
하루는 옷 정리!
하루는 살림 정리!
하루는 냉장고, 양념정리!

겹겹이 쌓여있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
나의 마음 같아 속이 불편합니다.

동그랗다고, 네모랗다고,
이쁘다고, 특이하다고,
넙데데 하다고, 옴팍 하다고,
크다고, 작다고 사다 쌓아 논 그릇들…

생일이라고 받은 옷,
한국 다녀왔다고 받은 옷,
한국 간다고 주고 간 철 지난 옷,
10년 동안 한 번도 걸친 적 없는 기념(?)옷!
딸이 입다가 버린다는 옷!

얼룩지고 냄새나도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뭉쳐놓은 오래된 이불도, 담요도, 베개도!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
병 밑바닥에 눌어붙은 가지가지 양념들,
이 병 저 병 먹다 남은 똑같은 소스들…
아주 끝이 없습니다.

규모없이 살아 온 나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이유를 붙이면 지구를 돌고도 남을 법하게 많은
이유 아닌 핑계를 대면서 꾸역꾸역 사다 놓은 것들이
구석구석 잘도 처박혀 있습니다.

오늘 살다 내일 천국여행 갈 것처럼
모두모두 모아모아 아낌없이 버립니다.
미련없이 휙휙! 집어 던집니다.

내 속에 뭉쳐있던 더러운 죄악들이 떨어져 나간 듯
속이 다 시원합니다.

왜 이리 못 버리고 껴안고 살았는지…
버리자니 아깝고,
남 주자니 민망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못 가서 밖에 버린 물건들이 하나둘씩
다시 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쓸만한데 왜 버렸지?
아직 입을만한데 왜 여기 있지?
그래도 이건 버리면 안 되는 건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들여와 제 자리에 처넣습니다.

나의 마음에 가득 찬 죄악들을 버리고 또 버리고서는
무엇이 아깝다고, 무슨 미련이 있다고
버리지 못하고 또 들여와
마음 가득 처넣듯이 말입니다.

주여, 더러운 죄, 버린 죄에 이리 미련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생을 긍휼히 여기사 버린 죄를 다시
마음에 처넣지 못하도록 성령으로 충만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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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