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특히 동남아에 한류열풍이 점점 거세지면서 케이팝을 좋아하고 춤과 노래를 따라 하는 십 대들이 태국에 주를 이루었다. 대형 몰이나 백화점 실내 외에 삼삼오오 그룹 지어 거울 역할을 하는 대형 유리 앞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케이팝 안무 연습을 하는 팀이 수십 팀이다.
한국어에 대한 열정도 커서 기본적인 한국어 대화와 읽기, 쓰기가 가능할 정도로 공부한다. 이렇게 한국 사람에게 호의적인 이들에게 문화를 통해 선교하는 데에 절호의 기회를 하나님이 허락하셨다.
아트 코리아의 멤버인 히스팝 팀이 주최를 하여God’s Wave(하나님의 물결/흐름)를 줄인 말로 ‘G-Wave’라는 타이틀로 태국에서 비보이, 커버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히스팝은 태국과 및 동남아권 문화 사역에 비전을 품고 팀 전체가 태국 방콕으로 이주해 장기 사역을 시작한 팀이다.
이 G-Wave 대회를 통해 현지 댄서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전도와 동역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대회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아트 코리아 문화팀이 모두 방콕으로 달려갔다.방콕의 대형 쇼핑몰 센트럴 월드의 한 공간을 빌려 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관료, 무대, 조명, 음향, 홍보, 상금 등 꽤 큰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히스팝이 방콕에 정착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터라 후원업체나 교회를 많이 섭외하지 못해서 재정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인쇄비가 저렴한 한국에서 포스터와 현수막 등의 인쇄물을 모두 출력해갔다. 첫 회이기 때문에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방콕 구석구석을 누비며 포스터를 부착하고 전단을 돌렸다. 또한 무대와 음향, 조명을 최대한 저렴하게 대여해서 대회 전날 우리가 직접 설치하고 댄스 플로어도 직접 바닥에 테이핑해서 깔았다.
멤버 전원이 대회 당일 날 게스트 아티스트로 공연을 해야 하는데 모든 작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새벽이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보람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첫 회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참가자가 지원했다. 비보이뿐만 아니라 케이팝 커버댄스 하는 팀도 꽤 많았다. 그럴듯하게 케이팝 그룹의 의상을 갖춰 입고 메이크업도 나름으로 열심히 해서 대회에 나왔다. 대회 중간중간에 우리 팀들이 공연했고, 관객이 익숙한 케이팝 그룹이 아닌데도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자매 사역자들이 연합하여 CCM 댄스 곡에 안무를 짜서 노래와 춤을 선보였을 때는 마치 걸그룹이 온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을 보고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케이팝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주님을 향하는 날이 속히 오게 해주세요.’
대회 막바지에 나의 단독 공연에는 히스팝 래퍼와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다. 캐논을 연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앞에 있는 모니터 스피커에서 불이 난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연주하면서 뒷걸음질 쳐서 불을 피해 무대 뒤쪽으로 갔다. 연주를 중단해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무대에 같이 있던 래퍼가 불붙은 스피커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었다!
‘위험해!’ 하고 속으로 소리 질렀다. 래퍼는 불이 안 붙은 쪽을 한 손으로 들어 무대 밖으로 옮겨놓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공연을 계속했다.
후배 사역자이지만 정말 존경스러울 만큼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박수 보내고 싶었다. 무대 밖에 있던 스태프가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고 그냥 대회는 그대로 진행됐다. 큰 사고나 피해 없이 불이 진압되고 대회가 이어져 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그렇게 첫 대회는 주님의 인도하심 아래 성공적으로 마쳤다. 출전한 현지 댄스 팀들과 히스팝이 좋은 관계를 맺어 그 중 몇 명은 히스팝 유나이티드(Hispop United) 팀으로 결성되었다. 정기적으로 히스팝 사무실로 출근해 댄스, 영성 훈련을 받고 현지 사역팀으로 발전해 나갔다.
그 이후로 G-Wave 대회가 입 소문이 나서 더 많은 후원자를 만나 더 큰 규모로 성장해갔다.
2회 때부턴 실내가 아닌 쇼핑몰 외부 공연장에서 개최했으며 매해 아트 코리아 팀들이 함께하기 위해 태국으로 나갔다. 2회 때는 대회 상금 액수도 조금 높아졌지만, 무엇보다 대회의 네임밸류가 상승해 참가팀이 확연히 많아졌다.
그들의 퍼포먼스와 실력도 1회 때에 대비해 우세해졌다. 정말 자신들이 케이팝 스타인 마냥 실제 그룹의 의상과 흡사하게 제작해 입고, 안무와 표정도 수준급으로 표현해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두 그룹의 한 명 꼴로 걸그룹 멤버에 남자가 끼어있었다. 어떤 팀은 걸그룹 커버댄스를 모두 남자 멤버들로 구성해 출전하기도 했다.
태국은 워낙 성 정체성이 무너져있고 성전환자가 많아 저들이 그저 춤만 여성적으로 추는 건지 아니면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시금 태국 땅을 위해 울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가수 공민지의 친언니인 CCM 가수 공민영이 게스트 아티스트로 함께하게 되었다. 당시 투애니원의 인기는 동남아 전역의 케이팝 팬들 가운데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 공민영과 객석에 함께 앉아 대회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팬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서 선물을 주며 사인과 사진을 요청해 왔다. 이미 공민지의 태국 팬덤에서 친언니가 온다는 소문이나 미리 선물을 준비해온 것이다.
그들의 꿈은 케이팝 스타를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것이었으며 스타를 닮아가기 위해 춤 연습도 하고 메이크업도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이었다. 상류층의 십 대들은 한류스타처럼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비싼 주사도 정기적으로 맞고 있었고, 성형수술을 하러 한국으로 원정 가는 사람도 많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저들의 주인 되시고 저들은 주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성적으로, 문화적으로 방황하는 태국인 영혼의 심령 가운데 성령의 단비가 내려져 복음이 심기어지는 날이 속히 오길 기도하며 G-Wave대회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