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토 크루(힙합, 비보잉, 댄스 선교팀)를 후원하는 한 크리스천 기업가 부부가 멘토 크루를 베트남 공장으로 초청하였다.
“해나야, 너도 같이 가자!”
멘토 크루 단장님이 나도 합류하기를 권하셨다.
“하지만, 저는 멘토 크루 단원도 아닌데요? 멘토 크루만 초청하신 것 아니에요?”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해나와 멘토 크루가 함께하면 더 큰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 너도 경험해 봐서 알잖아. 우리 같이 가서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복음 전하자!” 라는 단장님 말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회라 생각하고 함께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베트남 공장의 규모는 으리으리했다. 수만 평에 이르는 공장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렀다. 직원들의 일부는 매주 공장에서 드리는 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드리고 있었지만, 대다수는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 부부가 문화 영역을 통해 공장 직원들에게 예수님을 알리고자 우리를 초청하신 것이었다.
공항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했다. 이동 중 거리 풍경과 베트남 곳곳의 경치를 보며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인 듯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금세 맨 앞쪽으로 수 십 대의 오토바이가 몰려들어 선두에 선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무질서하게 오토바이들이 튀어 나간다. 실제로 오토바이 사고가 굉장히 자주 난다고 하지만, 오토바이의 양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한다. 무질서함 안에 우리는 모르는 질서가 있는 것이다.
한참을 달려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었다. 숙소에 짐도 풀 새 없이 바로 공장 옆 공터에 마련된 공연장소로 향했다. 다음 날 있을 행사를 위해 큰 무대와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고, 수많은 의자도 놓여있었다. 가방과 간단한 짐들을 한쪽에 쌓아놓고 바로 음향과 무대 체크에 들어갔다.
난생처음으로 베트남에 와서 수많은 현지인을 만나 그들 앞에서 공연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그들을 마음으로 품고 음악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사했다. 솔로 연주 순서도 있었고, 멘토 크루와의 K-pop 협업 퍼포먼스도 있었기에 리허설 시간이 길어졌고, 어느덧 해가 져 공연장 이외의 주변은 깜깜해졌다.
리허설을 마치고 짐을 챙겨 버스에 탑승하여 마련된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며 쉬고 있는데, 자매 하나가,
“혹시 제 휴대폰 보신 분 계세요?”라고 자매들 모두에게 물었다. 그래서 모두 함께 그 휴대폰을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리허설 하는 도중에는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어놓고 안 꺼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방은 공연장 옆쪽에 다른 짐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리고는 내 가방도 혹시 분실된 게 있는지 확인해봤다. 휴대폰은 내가 바지 주머니에 갖고 다녔기 때문에 분실되지 않았지만, 사역 때 사용 하는 아이패드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제 아이패드도 분실된 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다른 가방도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가 리허설에 열중해서 가방과 짐들을 쌓아놓은 곳에 신경을 못 쓴 사이에 도난 된 것이었다. 리허설 때는 음향, 조명 업체 직원들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고 그들을 의심할 수 없었다.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지만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이 들어 계속 마음이 안 좋았다. 이 마음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하는 게 어려울 듯했다.
‘아, 주님…! 선교하러 왔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이패드가 분실되다니요…… 어떡해요? 가져간 사람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이 다 밉고 원망스러운데 사역을 어떻게 하지요? 주님, 내 마음을 만져주세요. 용서하는 마음을 주세요.’
참담한 마음으로 주님께 하소연하듯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도 중에 하나님이 마음에 이런 감동을 주셨다.
“너의 삶도, 물질도 모두 내가 준 것이니 내가 쓰려고 가져간 것뿐인데 무엇을 원망하느냐?”
“그렇네요, 주님. 내가 가진 모든 게 다 주님 것이지요? 제가 잠시 망각했습니다. 주님의 자녀를 의심하고 미워한 저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기시고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아이패드 가져간 사람이 그 안에 있는 복음 내용의 영상을 보고 주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기도 드렸다.
역시 기도가 답이다! 마음이 어렵든 평온하든 주님께 기도로 나아갈 때 답을 주시고 평온한 마음을 허락하시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다음 날, 드디어 수많은 베트남 영혼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똑같은 공장 유니폼을 입고 공연장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두 십 대, 또는 이십 대 초반의 나이로밖에 안 보였다.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에 비해 대학교,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공부하고 이렇게 활발히 주님께 쓰임 받는 나를 돌아보니 주님의 축복에 더욱더 큰 감사를 올리게 되었다. 아이패드를 도난 당한 안타까운 마음은 이미 사라졌고, 공장의 근로자들을 향한 긍휼한 마음이 더욱더 깊어져 마음속으로 그들을 위해 중보하며 공연에 임했다.
B-boy 공연을 시작으로 우리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K-pop 커버 곡을 했을 땐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다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며 그들의 젊음을 불살랐고, 마지막에 함께 찬양할 때는 수십 명이 줄이어 기차를 만들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환호했다.
그들이 환호하는 이 곡이 누구를 찬양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연이 시발점이 되어 다음에는 그들이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여 진심으로 찬양하는 날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도 계속 베트남 땅을 위해 중보하며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