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아끼는 방법

방법과 형태는 평생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살자”는 처음 결심은 평생 변하지 않았다.

1725년에 시작한 일기쓰기가 1736년에는 어떤 형태로 바뀌었는지를 보면, 웨슬리식 시간관리가 얼마나 간절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웨슬리의 암호를 일부 번역하여 소개한다. 이만큼 번역할 수 있기까지, 100년 전에 웨슬리의 암호를 소개한 느헤미야 커넉, 10여년 전까지 평생 암호를 붙들고 씨름했던 리처드 하이젠레이터, 온 도서관을 샅샅이 조사해서 잃어버렸던 일기를 다시 찾아 보내 준 피터 노클과 도서관 사서들의 도움이 컸다.

웨슬리가 손으로 직접 쓴 대부분의 일기는 분실되어 지금까지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청년 시절의 일기와 노년의 일기가 일부 남아 있어서 그 때의 치열한 열정과 믿음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다행이다.

아래는 미국 선교를 떠난 존 웨슬리가 바다 위에서 태풍을 만나 죽을 뻔 했던 그날의 일기이다. 모라비안과의 만남도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1736년 1월 25일, 주일
4시 기도: 30분 옷을 갖추어 입다, 개인기도, 일기
7점 평온하다
5시 기도: 개인기도, 20분 다시 잠자다, 7점
6시 기도: 개인기도, 옷을 다시 갖추어 입다,
아침 일과 6점
7시 기도: 아침 경건 시간, 기도문을 읽다, 6점
8시: 가벼운 아침식사, 찬양, 6점
9시 기도: 찬양, 7점
10시 기도: 기독교 고전 묵상, 30분 잠깐 잠들다,
45분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6점
11시 예배: 설교, 기도, 성만찬, 6점 20명이 참석
12시: 성만찬, 기독교 고전 묵상, 20분 묵상,
기도, 6점
1시: 호킨스 부인과 경건한 주제로 대화, 더욱 심각하다
6점 바람이 강해진다
2시: 점심 식사, 6점
3시: 오글도프와 경건한 주제로 대화, 6점 태풍, 지난 번보다 두려움은 덜하다
4시: 오후 경건 시간, 기도문을 읽다, 경건한 대화(O,C,I) 6점 태풍 높은 파도,
5시: 경건한 대화 계속, 6점 태풍 정말 높은 파도
6시: 경건한 대화 계속(C), 6점 조금 두렵다
7시: 모라비안과 만나서 경건한 대화, 사람들과 함께, 7점 두렵지 않다, 태풍은 더 심하다
7시 30분: 큰 파도가 배를 덮었다, 가운데 (가장 큰) 돛대가 부러져 나갔다.
8시: 오글도프와 경건한 대화, c 6점 태풍이 강하다
9시 오글도프와 경건한 대화, c, 45분 잠깐 잠들다, 6점 태풍이 강하다
10시 기도: 경건한 대화, 15분 잠깐 잠들다, 30분 일기, 45분 잠깐 잠들다, 6점 태풍이 강하다
11시 기도: 경건한 대화, 30분 취침, 6점
12시: 조금 태풍이 물러가다

하나님께서 강권하시는 은혜: 새벽 4시에 평온했다, 성만찬 예배에 20명이 참석했다. 큰 태풍으로 가운데 돛대가 부러져 나갔다.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7점이 4번, 6점이 16번, 아침 9시에 온 맘으로 하나님께 향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덜 두렵다.

태풍 속에서 흔들리는 필체로 한 시간마다 기도하며 기록하였다. 큰 파도가 배를 덮어 흔들리고 가장 단단한 중간 돛대가 부러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한 시간마다 일기를 썼다. 어떤 글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흔들려 있지만, 깨끗하게 기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웨슬리의 일기를 단순한 일기로 보면, 그 내면의 치열한 기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자세하게 설명한 대로, 첫째, 웨슬리의 한 시간은 하나님의 카이로스 사랑에 응답하는 시간이었다. 둘째, 자신의 뜻을 멈추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기도였다. 셋째,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는 자신의 본성과 그 사랑을 빼앗아 가려는 사단의 유혹을 이겨내고 싶은 한 시간이었다. 웨슬리가 암호로 기록한 일기는 그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사랑에 감사하고 싶어서, 그분께서 이미 허락하신 사랑을 사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 결과가 한 시간마다 자신을 쳐서 하나님의 뜻에 복종시키는 기록으로 나타났다. 6점과 7점으로 점수를 주는 방법의 내면을 알면 더욱 처절하다.

지난 한 시간을 돌아보면서, 말 한 마디라도 내 욕심을 차린 것은 없는지, 몸짓 하나라도 거만하게 보인 것은 없었는지, 마음 속의 한 점까지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 투명하지 않은 것은 없었는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려고 성경 말씀에 비추어 어긋난 것은 없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점검한 다음에 주는 점수였다. 점검 목록만 수 십가지가 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 시간도 빠짐없이 기도하며 점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어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웨슬리와 홀리클럽 회원들이 모두 함께 실천한 방법이었다.

시간 관리를 경건 생활에 활용하여,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으려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처음 실천을 시작한 뒤에 멈추고 실패하는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계속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렇게 해서 감리교회가 시작되었고, 메소디스트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이라도, 하루라도, 한 주간이라도,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처절히 꿈꾸며 기도하는 웨슬리의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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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