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저 할아버지는 연세가 어떻게 될까? 그럼 저 할머니는?”

교회를 이전하고 나자 키위교회 담임목사가 부탁을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이웃을 위한 마켓이 열리는데

혹시 당신 교회에서 아침 10시 반에 와서
한 시간만 물건 정리 좀 해줄 수 있겠소?”

“오케이~”

흔쾌히 대답을 하고 다음 달 첫 번째 토요일에
한 부대(?)를 이끌고 마켓을 도우러 갔습니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 마당부터 시작하여
교회 입구와 강당 여기저기에
갓 구원 온 케이크, 핸드 메이드 쨈, 구수한 쿠키 등
먹거리와 잡동사니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눈에 차는 물건은 하나도 없지만
어찌하든 마켓이니만큼
‘이런 물건들이 팔릴까?’
속내는 걱정이 좀 됩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봉사자들이 바글바글 많은데
젊은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덜덜덜 손 떠는 할머니,
지팡이는 흔들흔들,
다리는 후들후들 할아버지…

오늘 돌아가셔도‘오래사셨다’고 할 분들.
“저 할아버지는 연세가 어떻게 될까?
그럼 저 할머니는?”

남편에게 살짝 귓속말로 물어보지만
처음 온 남편도 뭐 알겠습니까마는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모두가 휘청거리는 연세 높으신 분들 뿐입니다.

“이 마켓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몇십 년째 노숙인과 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와서 함께 돕자 기운이 나는지
그릇을 옮기던 그나마 좀 젊어 보이는 할머니가
자랑스럽게 말을 합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이런 좋은 일에 동참하는 거네?”

우리가 할 일은 여자들은 펼쳐 놓은 물품들을
박스에 깨지지 않게 차곡차곡 넣는 것이고,
남자들은 그 박스들을 창고로 옮기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으면
줘도 안 가져갈 물건들만 가득한 마켓에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 들어 쿠키도 사가고
쨈도 사가고 찻잔들도 사 가곤 합니다.

어느 주일에,
교회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교회 앨범들을
무심코 펼쳐보았습니다.

그런데 성가대에 서 있는 사람들 중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어어~? 어디서 본 사람인데?”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손 떠는 할머니,
다리 후들후들 거리던 할아버지의
젊은 날의 모습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반추해보건데,
그 할머니, 할아버지는
족히 40년은 이 교회를 섬겼다는 말이 되겠지요.

평신도로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한 교회를 40년 이상 섬겨 오고
오늘까지도 마켓에 나와 자신의 맡겨진 일을
충성되이 행하고 있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교회투어(?)를 하며
내 입맛에 맞는 교회를 찾아다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러한 사람과 늘 동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