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오늘은 드뷔시의 음악을 듣습니다. 우리에게 달빛(Claire de Lune)으로 잘 알려진 드뷔시는 프랑스의 작곡가입니다.

평범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지만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드러나면서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고 1883년과 그 이듬해에 연속해서 로마 대상(Prix de Rome)에 응모해 2등 상과 1등 상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그는 당시 예술가들의 사교모임 살롱인 시인 말라르메의 ‘화요회’에 드나들며 상징주의 시인들과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를 갖습니다.

여기에서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의 언어가 지니는 암시성과 인상주의 그림의 빛이 빚어내는 유연성을 자기의 음악으로 끌어들여 인상주의 음악을 창시했습니다.

그렇기에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려면 꼭 거쳐 가야 하는 시인이 동시대의 프랑스의 시인 말라르메입니다. 말라르메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상징주의의 하늘에 혜성같이 나타난 시인입니다.

“사물의 이름을 말해 버리는 것은 시가 주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이 된다.”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e 1842-1898)가 한 말입니다. 다른 시인들이 사물의 이름을 ‘명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말라르메는 사물의 이름을 감추기 위해 상징의 길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언어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해방하기 위해 그는 읽은 모든 책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고 시(詩)를 썼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목신의 오후입니다. 다음은 그의 시의 일부입니다.

목신(牧神)의 오후 / S. 말라르메
아 이 요정들의 모습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이네들의 발그레한 살빛 하그리 연연하여
숲 속 같이 깊은 잠에 싸여 졸리운 대기 속에 하늘하늘 떠오른다.
—————— 중략
그대를 찬미하노라, 처녀들의 분노여,
오 성스러운 나신이 무겁게 짓누르는 미칠 듯한 감미로움이여, 번갯불이 몸을 떨 듯,
불타는 내 입술의 목마름을 피하려 그대는 미끄러지듯 달아난다.
살의 저 은밀한 몸서리 침이여,
무정한 여자의 발끝에서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에까지,
——————- 하략

이 시(詩)에서 영감을 얻어 드뷔시가 작곡한 곡이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입니다.

프랑스의 문학에 상징주의의 구름이 짙게 드리웠을 때 음악과 미술계에는 인상주의의 물결이 밀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의 선봉에 서있었던 사람이 바로 드뷔시입니다.

오랫동안 유럽 음악의 대세였던 낭만주의의 선율에서 탈피하여 색채와 이미지의 음악을 만들어내려 했던 드뷔시의 음악적 성격이 이 작은 곡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는 ‘현대 시가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에게서 확고히 뿌리를 내린 것처럼 현대음악은 이 곡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어떤 곡이기에 이렇게 새로운 물결을 음악에 불어넣었는지 오늘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Prelude a l’apres midi d’un faune)
이 곡은 말라르메의 시의 내용을 대체로 따르고 있지만 모호하여 포착하기 힘든 환상적이고 관능적인 꿈, 그와 같은 흐릿한 희열을 음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플루트로 연주되는 첫 부분은 계속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발전시켜 나가며 가볍게 하프의 여운이 남겨져 여름날 미풍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줍니다. 눈을 감고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요정들에게 가까이 가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Jean Martinon이 지휘하는 French National Radio Orchestra의 연주로 듣습니다.

드뷔시: 피아노 모음곡 영상(Image) 1 & 2
관현악에서 인상주의적 음악 어법에 자신을 얻은 드뷔시가 피아노를 통하여 사물이나 정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는 시도가 이 피아노 모음곡 영상(Image)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905년에 그가 출판업자에게 ‘이 곡은 슈만의 왼쪽, 쇼팽의 오른쪽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에 차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자신감에 못지않게 이 곡들은 그때까지 피아노가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인상주의 음악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불리는 이 피아노 모음곡은《영상 1집》과《영상 2집》이 있습니다.

오늘은 명장 Arturo Michelangeli의 피아노 연주로 3곡을 감상하겠습니다.

제1집 1곡‘물에 비치는 그림자’(Reflects dans l’eau)
섬세한 아르페지오로 그림을 보듯 물의 반사가 반짝이며 흔들리듯 시적인 정서를 자아냅니다.

제1집 3곡 ‘움직임’(Mouvement): ‘움직임’이라는 추상적인 감각이 소리로 나타납니다. 리듬의 반복이 운동과 힘의 맥박을 느끼게 하며 경쾌하고 활기찬 느낌을 줍니다.

제2집 1곡 ‘나뭇잎을 스치는 종소리(Cloches a travers les feuilles): 살며시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을 타고 먼 데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인상주의 화폭처럼 묘사한 곡입니다.

음악 감상을 마친 뒤 하나님 말씀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예술이든 혹은 유행이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좇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관점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전도서 1장 9-11절

  1.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2.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3.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힘을 다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쟁취하려 헛된 시간을 보내지만 하나님께서는 해 아래에는 새것은 없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해 위의 것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 위에 계신 분은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시고 그분만이 영원히 새로운 분이십니다
    다음 주에도 드뷔시의 음악을 소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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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