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

세대마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어왔다. 전쟁 이후 세대는 일본의 영향으로 인해 ‘벤또, 구루마’ 등 일본어가 섞인 말을 사용했고, 베이붐 세대에는 ‘날라리, 왕따’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X세대에는 삐삐를 통해 소통하던 숫자 언어가 있었다. ‘8282, 486, 7942’ 등. 밀레니얼 세대는 ‘ㅋㅋ, 솔까, 안습, 지못미’ 등이 있었다면, Z세대 이후 다음 세대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다음 세대와 대화하다 보면 신조어인 듯하면서도 그들만 통하는 언어들이 있어 대화의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주로 앞 글자만 따서 만드는 축약된 단어들, 쉽게 추측하기 어려운 단어들, 들어보지 못한 표현들은 꽤 당황스럽다. 대화 중 이런 약어나 생략된 단어를 들으면, 심지어 문맥 속에서도 단순히 줄임말인지 비속어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요즘 신조어에는 줄임말이 많다. 무엇이든 빨라진 시대인 만큼 긴 구문을 앞 글자만 짧게 추려 새로운 단어를 만들곤 한다. 듣다 보면 마치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는 듯하다. 또한 신조어 중에는 도저히 의미를 추측하기 어려운 말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표현들은 주로 숏폼, 즉 인스타나 틱톡, 릴스, 쇼츠 등에 떠도는 밈(meme-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따라 하고 변형하면서 퍼뜨리는 표현)에서 만들어지거나 영향력 있는 틱톡커들이 사용하는 말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대부분 재밌게 본 쇼츠에서 생성된 표현들이 많아서 특정 이미지나 영상을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들이다.

또는 다음 세대가 대부분 즐겨 하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롤 등의 게임에서 등장하는 용어를 실생활에 접목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캐릭터나 진행 방식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표현들이 꽤 많다. 그러니 다음 세대와 대화하다 모르는 단어 때문에 문맥이 이해되지 않아 그 의미를 물어보면, 그 밈이나 배경 전체를 설명해야 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물론 친절한 다음 세대 대부분은 그 단어나 맥락의 뒷배경과 상황을 설명해 주지만 대화는 이내 멈추고,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한때 청년 사역을 하며 새로운 언어를 업데이트하기에 바빴던 적이 있었다. 함께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업데이트해야만 따라갈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세대 안에서도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서로 따라잡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음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숏폼을 보고, 게임을 하며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아프리카 들판 그 어디쯤에서, 이동 중 버스가 고장 나 몇 시간째 지체된 가운데 원고를 쓰고 있다. 이 나라의 언어를 능숙하게 할 수는 없어도,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내가 현지 언어 몇 마디를 사용하니 금세 마음을 열고 현지 음식을 나누어 주며 친절을 베푼다. 물론 그다음에는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손짓발짓 다 해 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렇듯, 언어는 조금만 관심을 쏟아도 마음을 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다음 세대의 언어도 생각보다 그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음 세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관심사와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현재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다음 세대의 언어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폼미쳤다: 컨디션이나 실력이 최고다.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라는 뜻으로, 어떤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대상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캐리: 팀을 승리로 이끌다(차후 자세히 설명).
영크크: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데,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나 분위기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샤갈: 욕의 아름다운 버전으로 욕의 강도를 낮추고 재미있게 변형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야르: ‘맛있겠다. 좋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탄의 표현이다.
밤티: 못생겼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야호: 손짓과 함께 인사하며 말하면, 안녕이라는 표현이다.
할렐야루: 기분 좋거나 일이 잘 풀렸을 때 유쾌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엠비스챤: MBTI를 마치 종교처럼 믿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
느좋: 느낌이 좋다를 줄인 말로 사람, 장소, 분위기, 패션 등이 마음에 들 때 쓴다.

최근 교회 겨울 캠프의 주제가 “케리하다”였다. ‘케리’라는 단어는 그 본래 “나르다, 지다” 라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뭔가 잘 해낸 것을 보고 “케리하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배워 예수님이 십자가를 ‘케리’한 것은 “십자가를 지신 것이며, 동시에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한 일을 이루신 사건”이라는 의미로 설교했다. 그런데! 그런데!

일상에서 사용하는 ‘캐리’의 의미는 달랐다. 이들이 쓰는 캐리는 게임에서 유래한 용어로, 팀 게임에서 한 사람이 뛰어난 실력으로 압도적으로 잘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뜻인 것이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 용어를 설교자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참여했다. 그리고, 캠프 내내 청소년, 청년들은 팀을 위해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단체 훈련 게임에서 실제적으로 한 사람씩 팀을 ‘케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세대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공감해 주거나 함께할 필요는 없다. 다 알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들의 언어에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꽤 많은 것을 한 것이다. 그러니, 다음 세대의 언어를 다 알지 못할지라도,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대화가 지연될지라도 어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다음 세대와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언어가 때로는 무례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다음 세대 대부분이 평소 사용하는 언어 외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빠르게 변하는 문화 속에서 스스로 도태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지식은 풍부하지만 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많지 않기에,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상대가 어느 정도 상처받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더욱 배움이 필요한 세대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가 건전한 콘텐츠를 가까이하고, 언어를 분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수 있다. 건강한 숏폼이나 게임 문화를 통해 언어를 선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한 걸음 다가가 서로를 격려하고 세우는 언어, 창의적이고 친절한 언어는 함께 사용하며 격려해 주며 아름다운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도 좋겠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이기적인 표현들이 좋은 의미가 아님을 알려주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기존의 건강한 말을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가 건강한 콘텐츠와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되도록 권장하고 격려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자세는 다음 세대 사역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모든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대화하며 부단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언어 측면에 있어 교회 내에서만 사용되는, 다음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풀어서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다음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신앙의 개념들이 우리의 실제 삶에 가까이 다가와 마치 밈처럼 매일 사용하는 언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특정한 용어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의 일상에 지속적으로 적용된 밈 말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한 지식과 표현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어색해하지 말고 부담스러워하지도 말고 다음 세대를 위해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가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