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거기서 바지를 벗으면 안 돼. 떨어지면 우리가 치워야 하잖아.”
나무 위에서 벌어진 돌발 상황에 모두가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누군가는 재빨리 비닐을 들고 움직였고,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습니다.
당황스러운 장면이었지만, 그 순간 저는 ‘돌봄’이란 결국 이렇게 몸을 내어 주는 일임을 다시 배웠습니다.
뉴질랜드 우드힐 트리어드벤처에서 10년 넘게 장애인 친구들과 숲을 걸었습니다. ‘에임하이’라는 이름으로는 5년째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나무사이를 건너는 코스는 겉으로는 놀이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게는 감각을 깨우고 몸을 정돈하는 또 하나의 배움터입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매번 새로워지는 자리입니다.
감사한 변화도 있습니다. 지금은 장애인 20명과 동행 봉사자 20명이 후원으로 마련된 버스를 타고 함께 숲에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후원과 누군가의 시간, 누군가의 기도가 모여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봅니다. 에임하이가 ‘함께 짐을 지는 공동체’라는 말이 추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활동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처음 장비를 착용하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무거운 하네스가 불편해 울기도 하고, 안전모를 벗어 던지기도 하며, 안내를 기다리지 못해 앞으로 뛰어가기도 합니다. 현장 스태프들도 긴장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지만, 동시에 따뜻한 미소로 응원해 줍니다.

‘위험해 보이는 길’이 사실은 ‘함께 가는 길’이 되도록 우리는 한 걸음씩 속도를 맞춥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스스로 건너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에는 플라잉 폭스를 타고 내려옵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은 끝까지 조마조마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빛이 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성장은 종종 이렇게 두려움과 기쁨이 함께 오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1:1로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시간은 동행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아이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우고, 우리는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반복해 줍니다. 교회가 약한 지체를 더 귀히 여기며 한 몸을 이룬다고 말할 때 저는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누군가의 손이 한 사람의 몸을 세우고, 그 몸이 다시 마음을 일으킵니다.

한국에서는 주 1회 감각통합실을 이용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과 대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방학 동안 자연 속에서 그와 비슷한 자극을 ‘즐거운 놀이’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치료의 공간이 되고, 배움의 교실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방학 프로그램은 주 2~3회의 야외활동과 실내 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동물원, 인라인 스케이트, 수영, 박물관, 카약, 승마, 볼링, 아이스 스케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합니다. 평소 여러 사정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함께’ 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리고 우리 봉사자들은 ‘섬김이 누군가를 세우는 동시에 나를 새롭게 한다’는 진리를 배웁니다. 실내 프로그램도 주 2~3회 진행됩니다. 양초 만들기, 태권도, 댄스, 미술,
음악, 요가, 퍼즐, 학습 및 소·대근육 발달 활동 등을 소그룹으로 운영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인 20명과 봉사자들, 그리고 스태프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를 함께 엮어 갑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학기 중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넓히고, 공동체 안에서 ‘나는 환영받는 존재’라는 감각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은 경험을, 더 즐겁게 이어 갈 수 있도록 기도와 자원봉사, 그리고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누군가의 한 번의 참여가 한 아이를 성장시키고, 한 번의 후원이 한 가족의 숨을 돌리게 합니다.
작은 관심과 나눔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우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더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