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랑 언암어스신 어진어스신”

줄탁동시가 일어난 날

“으아랑 언암어스신 어진어스신 엉신하신 으아랑 “ 한 밀알 식구가 윈터 가든을 다녀 오늘 길에 차 안에서 방언이 터진 듯이 크게 노래를 부릅니다. “그 사랑 변함없으신 거짓 없으신 신실하신 그 사랑”이라는 찬양을 부르고 있다고 누군가 말해 줍니다. 동시에 모든 밀알 식구가 함께 찬양을 부릅니다. 이런 소통이 일어날 때 밀알 식구 모두는 아버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기적을 경험합니다.

이 식구는 언어 표현을 몇 가지 단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말 대신 손을 잡아끌면서 자기의 필요를 요청하곤 합니다. 어느 분들이 ‘거시기’로 많은 표현을 하듯이 이 식구도 때로는 몇 가지 단어로 많은 표현을 합니다. 봉사자들이 말하는 단어를 듣고, 요청하는 것을 가져다주면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같은 단어를 반복합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원하는지 유추해야 합니다. 이것을 원하는지 저것을 원하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그것도 한 번에 하나씩 시간을 두고 물어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 표현하는 단어와 다르게, 정작 원하는 것은 좁고 사람이 많은 교실에 앉아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합니다.

한번은 봉사자가 이 식구가 원하는 대로 가는 길을 따라가니, 끝 간데없이 계속 앞으로 갑니다. 끝없이 따라가다가 이 식구도 봉사자도 지쳐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 차로 태워서 데려옵니다.

반대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밀알토요학교 토요모임에는 모일 때마다 걷기와 구기 운동을 합니다. 이동에 시간이 걸리므로 차로 이동합니다. 파크에 도착하여 봉사자들이 학생에게 차에서 내리자고 하면 손사래를 흔들고 내리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비가 덜 비치는 나무 울창한 숲을 걷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숲 앞에 도착하여서 걷자고 하면 꼼짝하지 않고 내리지 않습니다. 교실에 있을 때는 끝없이 밖으로 나가자고 요청하지만 정작 밖에 나가면 자동차 안에 앉아 있기만 합니다.

어쩌다 차에서 내려도 숲 앞에 서서 산책 코스로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요청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우리가 요청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줄탁동시’입니다.

교육이나 신앙의 과정에서 최적의 타이밍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줄탁동시’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합니다. 이 뜻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질을 쪼는 소리를 내면,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껍데기를 쪼아 깨주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들을 보고 우리는 병아리 같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어떤 교회 유치부를 병아리 반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보았습니다.

이처럼 병아리는 배우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한자 ‘줄’의 의미는 ‘안에서 쪼는 소리’입니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내적인 준비가 되어 있을 때를 상징합니다. 더불어 어미 닭은 스승이나 멘토를 상징합니다. 탁하고 밖에서 쪼아주는 행위는 배움의 적절한 시기에 결정적인 도움이나 가르침을 주는 것을 뜻합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간의 완벽한 상호작용과 조화가 있을 때 가장 큰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더 나아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게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도 내포합니다.

교사가 무리하게 가르치거나, 반대로 학생들의 준비가 충분히 되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교육효과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발달 장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처럼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명확하고 시의 적절한 피드백이 상호 활동과 배움의 효과를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그 줄과 탁의 시점이 언제 일어날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식구가 표현은 못 하지만 판단력도 있고 똑똑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 판단과 그 지식과 그 의사소통이 탁하고 맞아지는 시간이 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좋겠다고 늘 말합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표현하고 싶은 그 많은 말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면 하고 싶고 가고 싶은 좋은 것들을 우리가 다 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밀알 토요학교에서 발달 장애라는 껍질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요청을 이해하게 되는 적절한 시간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줄탁이 동시’에 일어나서 교사나 봉사자가 요청에 맞춰 시의적절한 응답을 하고 식구들 안에서 진정한 성장과 깨달음이 일어나면 이런 시간들은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줄탁이 동시에 일어나려면 어미 닭이 언제일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알 껍질 벽 너머 작은 움직임이 일어날 때까지 오랫동안 지켜보는 인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사와 봉사자들에게도 같은 인내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요청과 응답 사이에 시간이 좀 필요한 듯 보입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여유가 교사와 봉사자의 중요한 자질입니다. 그는 밀알 밴을 타고 다니며 ‘그 사랑’을 수 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나거나 며칠이 지나고 이 찬양 중 ‘그 사랑’ 같이 반복되는 단어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같은 시간에 거의 전 구절을 부르는 것은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라디오를 틀어 줘”하고는 찬양이 나오자 “으아랑 언암어스신 어진어스신” 부르기 시작합니다. 벤 안에 있던 모든 교사와 봉사자 학생들이 같이 호응해서 “그 사람 변함없으신 거짓 없으신…,” 찬양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줄탁동시가 일어났습니다.

밀알 선교단은 비록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서 줄탁이 서툴더라도 영적인 줄탁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알껍데기 안에 밀알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생각들과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 봉사자와 교사는 알 밖에서 잘 알지 못합니다. 단지 그들이 원하는 먹을 것이나 가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적인 필요는 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영적인 필요를 추정하고 우리식대로 채우려고 합니다. 우리는 찬양하고, 말씀을 들려주고, 그림을 그리고, 성경 영화를 보여주고, 이야기 책을 읽어 줍니다. 그리고 함께 예배하고 성찬을 나눕니다.

우리가 그 마음과 영적인 필요를 다 알지 못해도 성령님께서 인도하시니 믿으므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안에 있는 생각과 마음과 또 영적인 피로들을 아십니다. 우리는 밀알을 통해서 밀알 찬양 예배를 통해서 그들의 영적인 필요가 하나님과 탁 맞아떨어지는 그런 시간들이 보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매주 찬양하고 예배하고 함께 삶을 나눕니다. 그런 날에 이런 줄탁동시의 기적도 보게 됩니다. 그 사랑을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으아랑 언암어스신 어진어스신” 그날의 감동이 눈앞에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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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충성
장로회 신학대학 신대원, 기독교교육 대학교 석사 졸업. 밀알선교단장. PCK선교사. 장애인 토요학교, 연합주간센터 (UNITED CROSS CULTURAL COMMNUNITY CENTRE, 치매 어르신 주간센터, 주바라기 사랑방)를 운영하며, 인생에서 하나님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