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갑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2014년 12월 땅콩 회항 사건, 갑질 사건 등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오너의 딸이자 부사장이었던 조현아 씨가 스튜어디스의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회항시킨 일입니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승객이 탄 항공편이 46분이나 지연되었으며,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또한, ‘갑질’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신문들도 한국의 갑질 관련 기사를 쓸 때 ‘Gapjil(갑질)’로 명기한 뒤 ‘중세시대 봉건 영주처럼 부하를 학대하는 행위’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4241).

2023년 국무조정실의 ‘갑질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00명 중 25.7%가 ‘최근 1년 이내에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79.4%가 우리 사회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직장에서 갑질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응답했습니다(36.1%). 본인 또는 주변인이 경험한 갑질 사례로 학부모 갑질이 20.8%나 차지했습니다. 학부모 갑질은 학교 현장이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갑질이며 그 갑질의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녀들을 키우는 우리 부모들입니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갑질의 뜻을 ‘자신이 가진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이 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짓’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키백과 한국어 사전에서는 ‘계약 권리상 쌍방을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로 2007년 이후 대한민국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이다. 자신이 가진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이 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짓을 말한다. 갑질의 범위에는 육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 괴롭히는 환경 조장 등이 해당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Chat GPT는 갑질을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적 우위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부당한 요구나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권력 남용, 불공정한 대우,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포함합니다.’라고 존댓말로 친절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친절히 답은 해 주었지만, 그 내용은 매우 불쾌하고 폭력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참으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의 갑질, 백화점에서 손님의 갑질,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의 갑질,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등 그 사례는 다양하게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24시간 갑질에 대한 피해상담을 해주는 정부 민원안내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갑질은 서열이 있는 곳 어디에서든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갑질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상사로, 학부모로, 물건을 사는 손님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도 갑질을 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부모로서의 갑질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힘이나 지위를 가지고 힘없는 자녀들에게 마구잡이로 무례하게 구는 부모는 아니었는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시기가 앞당겨진 요즈음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도 사춘기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사춘기가 ‘중2병’이라고 불리는 중학교 시기가 되면 클라이맥스에 달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북한이 중2가 무서워서 우리나라를 못 쳐들어온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을까요.

이 시기 아이들은 온몸과 마음으로 성장통을 겪느라 그야말로 ‘뵈는 게 없는(?)’ 아이들입니다.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만의 삶으로 독립하기 위해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모의 사랑과 인내가 담긴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때부터 부모와 자식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자녀가 자주 반항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부모를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해서 때로는 거친 말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대화가 안 통한다’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리고 부모는 부모 대로 닫힌 방문 앞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질러댑니다. 문제는 그러다가 선을 넘는 것입니다. 사랑이 잔소리가 되고 잔소리가 화를 불러서 언어폭력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부모의 갑질 아닌 갑질이 시작됩니다.

2016년 개소 10주년을 맞이한 부산시 청소년 종합 상담실에서 부모 교육 자료를 발간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자녀를 슬프게 하는 말’ 8가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럴 거면 나가버려.“
“너의 형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냐.“
“다시 한번 그런 짓 하면 그냥 안 둔다.“
“아휴, 답답해 죽겠네.“
“엄마는 화내고 싶어서 화내는 줄 아니?“
“너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애야“
“너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머리가 나쁘니“
“너는 몰라도 돼.”

폭력과 비난과 무시가 가득 담긴 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 부모들이 한 번쯤 아니 수도 없이 했을 말들이라 뜨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입에서 이러한 말들이 나갔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활자로 놓고 하나하나 따져보니 참으로 무서운 부모의 언어폭력이자 언어 갑질입니다. 어떤 직장, 어떤 장소 누구에게도 하기 어려운 매우 수위 높은 말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랑과 보호가 가장 절실한 자녀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이런 말들을 내뱉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부모들의 갑질은 말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도 나타납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떤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는 냉면에 늘 식초를 듬뿍 넣어서 먹는다고 합니다. 식초를 좋아하는 엄마는 딸아이에게도 냉면에 식초를 넣어 먹으라고 강요를 하는데 딸은 식초를 싫어해서 항상 거절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딸의 식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딸의 냉면 그릇에 자신이 식초를 듬뿍 뿌리고는 ‘원래 냉면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고 한답니다. 딸이 끝끝내 거부하면 딸이 화장실 간 사이에라도 딸 몰래 냉면에 식초를 붓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갑질 중의 갑질입니다. 자녀의 식성까지 간섭하고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한마디로 “왜 내 말 안 들어!”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양육하라고 맡기신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셨기에 잘 키워낼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세상에서 하나님께 잘 쓰임 받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자녀를 키워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부모의 역할을 잘하는 것입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자녀를 양육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사랑이 지나쳐 때로는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고도 사랑이라고 착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부모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받아 살아갑니다. 그래서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 전부와도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때로는 부모를 기다려 줍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를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부족한 부모를 믿고 참아줍니다. 참고 참다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부모의 부족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처를 입고 토해냅니다. 분노나 우울로 그리고 반항이나 문제 성향으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더러는 상처를 상처 그대로 꼭꼭 싸매고 살아갑니다.

한 생명을 키워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라도 해볼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말로, 행동으로 갑질하지 않는 것입니다. 격려하는 말, 긍정적인 말, 사랑의 말, 용서와 화해의 말들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녀가 어리더라도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에게 열려있습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 세 단어만 잘 사용해도 그리고 무례하고 거칠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만 주어도 아이들의 세상은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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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