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 세 가족
1986년부터 무려 8년간이나 방영되었던 드라마 ‘한지붕 세 가족’이 생각난다. 도시에 사는 이웃들 세 가정을 모델로 한 시추에이션 홈드라마였다. 우리 가족도 한 가정에서 시작하여 두 딸이 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으니 이제 세 가정이 되었다. 그러나 한 지붕은 아니고 세 지붕 세 가족으로 각자 도생하고 있다.
아장아장 걷는 두 살도 안 된 큰딸을 데리고 미지의 세계 뉴질랜드로 와서 유학과 이민 생활을 교회 중심으로 시작하게 하셨고 또 한 명의 딸을 선물로 주셔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딸들을 어렸을 때부터 교회 안에서 믿음으로 양육하고자 아내와 나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다. 솔직히 먼 미래를 보고 계획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살며 재산을 넉넉히 축적하거나 노후를 잘 대비하지는 못했지만 그때그때 주님을 의지하며 기도하면서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그 순간 순간들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아내와 나는 부모로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도 자녀로서 뉴질랜드에 와 계셨던 부모님을 성의껏 모셨고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신앙과 사랑으로 양육된 딸들은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알고 어떤 환경에서도 견뎌내는 경쟁력 있는 인물로 키워져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한국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보내졌다.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학생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힘든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과정을 다 마치고 큰 딸은 이미 소아과전문의가 되었고 이제 둘째는 전공의 과정을 마무리하며 가정의학과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내와 나는 딸들이 대학을 한국으로 올 때 즈음부터 그들이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에서 배우자를 만나게 될 확률이 높으니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같이 시작했다. 그 기도의 결과 정말 딸들도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인물들과 결혼을 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보면 욕심을 부린다면 끝도 없으나 자족함과 주님의 선물임을 인정하고 지금의 사위들을 보내주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더욱 신기한 것은 두 딸 모두 교제할 당시는 애석하게도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남자들이었다. 물론 집안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상황이 교회를 잘 다니는 신실한 청년들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는데 교제하면서 결혼을 생각할 즈음 딸들은 남자 친구들에게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같이하지 않는 한 부모님께 소개할 수 없고 본인들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담대히 이야기하였단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흔쾌히 거부감 없이 동의하고 결혼 전부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여 세례도 받고 매 주일 한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같이 식사를 하는 등 ‘한 교회 세 가족’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사실 한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한 결혼한 자녀들을 매주 본다는 것은 한국의 바쁜 생활 패턴을 생각할 때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사위들이 더 열심히 교회에 출석하고 이번에 딸과 사위 네 명 모두 교회에서 직분도 받게 되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Dreams Come True
유학과 신앙이란 주제로 글을 쓰면서 한국에서의 30년 생활과 뉴질랜드에서의 30년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회고해 볼 수 있는 은혜에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들의 모든 삶 일거수일투족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주님을 의지하고 기대하게 된다.
2002년 유학원과 학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미국과 호주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유학으로 시작하며 보습학원 그리고 대학 진학 컨설팅에까지 이르면서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되니 나름대로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어디를 다니더라도 내 사무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런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소망이 생겨 기도수첩에 막연하지만 이런 비즈니스를 위하여 기도했다.
그 당시 사회 인프라를 생각할 때 아직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데이터 통신이 이렇게 빨리 발전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우리의 일상으로 올 수 있을지 사실 개념조차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내 소원을 벌써 알아채셨을까? 현재는 휴대폰이나 간단한 통신 단말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24/7 based work가 가능한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한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출장은 물론 심지어 제3국으로 휴가를 가도 언제든 나의 비즈니스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실시간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랍고 놀랍다. 꿈꾸는 대로 소망하는 대로 기도하는 대로 결국에는 이루어 주시고 응답하시는 주님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또한 공간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내가 그만두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니 ‘경력 단절’이 아닌 ‘경력 조절’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내가 계획하였다고 하기보다는 나의 소망을 기도했고 그 기도에 응답하신 주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과 영성
이제 우리 딸과 사위들은 30대 초반으로 앞으로 30여 년간 이 시대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세대가 되었다. 좋든 싫든 인정하든 안 하든 아내와 나는 60을 넘어 가정과 사회에서 주도권을 자녀 세대에 물려주고 기도로 후원하는 서포트 세대가 되었다. 서운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가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 한가지는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삼위일체이신 그분은 늘 동일하시기 때문에 그 신앙의 영적인 유산을 자녀들에게 잘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기도한다.
두 딸이 3개월 차이로 결혼을 준비하며 예비 사위들과 같이 만날 기회들이 많았다. 산행도 여러 번 했고 여행도 하면서 두 친구에게 추천하여 준 책이 몇 권 있는데 제일 먼저는 성경책, 그리고 그다음으로 최고의 지성인으로 또 학자로 인정받았던 고 이어령 박사의 저서 ‘지성에서 영성으로’란 책이었다. 이 책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학구적인 이어령교수가 바울과 같은 회심 이후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며 쓴 책 중 하나이다.
이 책 제목을 다른 표현으로 해보자면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사람으로 살아가자’라고 권면하고 싶어 선물해 주었었다. 두 사위가 한국에서 최고의 명문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그 분야에서 30대 초중반 젊은 나이에도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이라 지성으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직은 초신자로서 믿음의 반석을 잘 다져야 함이 필요하고 지성인들의 영성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 책을 선물하여 주었다.
가장 귀한 선물
내게 있어서 가장 기뻤던 순간들을 꼽으라면 당연히 두 딸들의 의과대학 합격 소식이었다. 딸들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너스로 나 자신을 위한 귀한 선물도 있었다.
큰 딸이 대학생 시절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으냐고 물어봤을 때 ‘아빠 같은 사람 만나면 결혼하겠다’라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자 60년 가까이 살면서 가장 감동이었고 딸들이 아빠를 향하여 보내는 무한 신뢰에 열심히 살아왔던 보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