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거울에 나를 비추기 ‘느낀 점’

비행기는 두 가지 방법으로 조종할 수 있다. 계기 비행과 시계 비행이다. 계기 비행은 계기판이나 관제탑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비행이고, 시계 비행은 노련한 조종사가 자기의 시야에 들어오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가지고 비행하는 것이다.

경력이 오래되고 베테랑 조종사는 이 두 비행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계기 비행을 선택한다. 높은 창공에 올라가면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구름이 있다든지 갑자기 돌풍이 불어온다든지 전혀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상황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노련한 조종사일수록 계기 비행을 한다.

그런데 자기의 실력을 과신한 조종사들이 때로 시계 비행을 감행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순간에 관제소를 향해서 도와 달라 한마디만 하고 비행 상태를 계기 비행으로만 돌려놓기만 해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데, 끝까지 자기가 눈으로 보는 것, 경험들, 배웠던 여러 가지 지식만 의지하다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인생의 매뉴얼
우리 인생의 매뉴얼이 무엇일까?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를 지으시고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구원받은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신 설명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 삶의 유일한 지침서인 말씀에 따라 믿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자기의 경험이나 눈앞에 당장 보이는 어떤 현상만을 쫓아서 찾아가는 사람의 삶을 감히 비교할 수 없다.

큐티는 귀납적으로 해야 한다든지, A형이나 B형으로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이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 삶의 인생 매뉴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매일 말씀을 펼치고 묵상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삶이 너무 바쁘고 고달파 매일 큐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주일 예배의 말씀을 붙들고 한 주간을 살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말씀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지 말고 말씀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려고 해야 한다.

삶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 때나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될 때 주셨던 그 말씀을 기억하면서 선택과 결정을 하려는 것이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고 큐티의 출발이다. 말씀이 내 삶에 녹아들게 하려면 묵상할 때 깨닫고 느끼는 점이 있어야 한다. ‘느낀 점’을 찾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느낀 점 찾기
느낀 점은 ‘나 찾기’ 혹은 ‘말씀의 거울에 나 비추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은 우리의 거울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저희가 악을 즐겨 한 것 같이 즐겨 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고전 10:6) 성경에 기록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우리의 거울이 된다는 의미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즐겼던 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하는 것이다.

내가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이 되어 보면 어떤 느낌이 들 수 있다. 내가 요셉도 되어 보고, 열두 해 혈루증을 앓는 여인의 마음을 한번 품어 보는 것이다. 그 현장 속에 내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고 느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느낀 점을 ‘공감대 찾기’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나와 ‘공통점 찾기’라 할 수 있다.

느낀 점은 연구와 묵상에서 찾은 여러 가지 의미와 교훈 중 새롭게 깨닫게 된 내용, 도전을 주는 점, 마음에 감동이 되는 부분, 은혜받은 대목이나 회개하고 싶은 부분에 해당한다.

느낀 점은 말씀 묵상 중에 내 마음에 제일 많이 와닿는 것이다. 큐티는 내가 스스로 말씀을 펼치고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깨달음이나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매일 큐티를 해도 무미건조한 마음으로 숙제하듯이 한다면 아무런 영적 유익이 없다. 성령으로 기록된 말씀이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영혼이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대감이나 설렘 없이 말씀을 펼치지 말자. 한 말씀이라도, 아니 한 단어라도 내 마음을 박힐 수 있도록 기도하고 큐티하면 좋겠다.

느낌은 주관적인 작업
내용 관찰이나 연구와 해석이 객관적인 작업인 것에 반해 묵상과 느낀 점은 내가 본문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느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느낌’이라는 표현 때문에 감성적인 부분만 해당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느낌이란 발견한 진리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모든 부분을 가리킨다.

따라서 ‘본문에 비추어 내 삶은 어떠한가?’와 아울러 ‘왜 나는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가?’를 성찰하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다. 느낌은 매우 주관적인 산물이지만 말씀이라는 객관적인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통해 가지는 느낌은 자기 객관화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의 모든 말씀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 마음에 느낌이 오고 감동도 일어나게 된다.

어떤 말씀을 들을 때 이 말씀은 베드로에게 하는 말씀이지, 이 말씀은 내 아내가 들을 말씀이고, 그건 김 집사가 들어야 할 얘기지 하는 식으로 말씀을 들으면 묵상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귀만 높아지고 머리만 커져갈 뿐 가슴은 냉랭한 신자가 되고 만다.

느낀 점 기록하기
큐티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글쓰기는 마음에 떠오른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 준다. 느낀 점을 자신의 글로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결단하게 되고 삶의 적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억은 짧지만 기록은 오래간다.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면 큐티의 내공이 쌓이게 된다.

필자는 오랫동안 큐티를 글로 써서 나누는 일을 해오고 있다. 비록 컴퓨터 자판으로 기록하지만 하루 정도는 너끈히 기억 속에 묵상한 말씀이 머문다. 글쓰기는 훈련이 필요하다. 서툴지만 일기를 썼던 마음으로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자. 큐티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됨을 깨닫게 된다.

유대인들이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박해와 멸망의 역사 속에서도 민족의 전통성이나 신앙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록이었다. 서기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소명을 가지고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써놓았던 큐티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그날의 감동이 새롭게 밀려온다.

함께 훈련했던 집사 한 분이 일 년 동안 한 큐티를 책자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 격려 글을 부탁해서 흔쾌히 써드리겠다고 하면서 물어보았다. 왜 만드시냐고? 손주들에게 선물로 주려 한다고 하셨다. 이보다 값진 믿음의 유산이 있을까 싶다.

비록 서툴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라도 기록하는 훈련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기록을 통해 나의 느낌을 객관적인 깨달음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본문을 대할 때 하나님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어쩌면 큐티는 하나님의 마음을 내 마음에 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전 기사혼자 있는 시간
다음 기사8월 셋째 주 찬송/8월 넷째 주 찬송
김 철우
고신대 및 동 졸업. 전 오클랜드 사랑의교회 담임. 대학 때 소개받은 말씀묵상(Q.T) 신앙과 목회의 기초를 이루고, 서울 사랑의교회‘날마다 솟는 샘물’ 월간 큐티지에서 6년 동안 큐티전문 사역자로 활동했다. 큐티 클리닉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