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사람도 정오엔 밖에 안 나가는데!

아트 코리아 대표인 홍광표 선교사는 태국 선교사이다. 신학을 하기 전 연극배우를 했던 홍선교사는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갔다가 태국 선교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아트 코리아의 첫 해외 사역은 동남아의 허브 HUB인 태국이 되었다.

태국은 불교 국가로 인구가 전 세계 20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K-pop 열풍이 불기 시작한 때라 한국인 아티스트에게 우호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우리는 태국 선교를 계획했다.

30명이 넘는 멤버들의 항공료와 태국에서의 공연 진행 비용 등은 실로 큰 금액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금 마련을 위해 ‘싸와디 캅, Thailand!’라는 타이틀로 후원 콘서트를 열었다.

많은 지인과 더불어 해외 선교에 관심이 있는 관객의 축복과 기도를 받으며 콘서트를 은혜롭게 마쳤다. 끝나고 멤버들이 모여 감사 기도를 하는 도중이었다. 누군가의 손이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는 게 느껴졌다.
“어! 뭐지?”

눈을 뜨고 손을 펴 보니 금반지 하나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래서 누가 이걸 주고 갔나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여자분이 황급히 걸어가는 게 보였다. 얼른 뛰어가서 그분을 잡고,
“권사님! 혹시, 이거 권사님께서 저에게 쥐여주신 건가요?” 하고 여쭤보니,
“네, 맞아요. 3대째 어머니의 유품인데, 콘서트 도중에 주님께서 아트 코리아에 드리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별것 아니지만 선교 경비에 보태 쓰세요.”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채우시며 역사하시는 하나님도, 그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그 권사님도 기가 막혔다. ‘과연 나는 이런 귀한 물질을 주님께 드리는 것에 순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후원 콘서트, 길거리 버스킹 등을 통해서 기적과 같이 기금이 마련되어 아트 코리아 전원이 태국으로 출발했다. 태국에서 첫 번째 사역은 쇼핑몰 외부에서 아트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여는 야외 콘서트였다.

현장으로 모두 이동해 일찍부터 뙤약볕에서 기도하며 대기했다. 무대팀, 조명팀, 음향팀을 모두 현지 팀으로 구성해서 섭외했는데, 모두 약속 시간보다 수 시간 늦게 도착했다. ‘코리안 타임’보다 더 늦는 게 ‘동남아 타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아래 마냥 대기하는 게 너무 힘들고 콘서트 리허설조차 시작하기 전에 진이 다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는 와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대에 설치하고 있는 조명과 음향기기 위에 재빨리 비닐을 씌우고 건물 안으로 대피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선포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비를 그쳐 주시옵소서! 하나님, 비를 그쳐 주시옵소서!”라고 반복하며 외쳤고, 다른 멤버들도 따라서 손을 들고 선포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와 같은 경험이 예전 KOSTA 때도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믿음으로 선포했다. 그러자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굵게 내리던 빗줄기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몇 분 후, 정말 거짓말같이 비가 뚝 그치고 금세 ‘짠’ 하고 해가 났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해서 모두 다 같이 눈물로 기도 드렸다.

‘동남아 타임’과 줄기차게 내린 비 때문에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콘서트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pop 때문에 몰려든 수많은 젊은이들이 마지막에는 다같이 뛰며 주님을 찬양하는 예배자의 모습이 된 것을 목도했을 때, 사람의 준비는 미흡했더라도 이미 주님은 모든 것을 예비하고 계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2주간의 선교 기간 중 공식 스케줄이 잡힌 날은 콘서트 전 시간에 콘서트 장소 근처에 나가 노방 공연을 통해 콘서트 홍보를 했고, 스케줄이 없는 날엔 많게는 세 번까지 노방 공연을 했다. 쇼핑몰, 길가, 광장, 학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무조건 마루 매트를 깔고, 스피커를 설치하고 공연을 했다.

허가가 필요한 곳에서 허가없이 공연을 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버스나 승합차 대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거운 스피커와 장비를 들고 지하철로 이동하고 노방 공연 장소까지는 직접 들고 낑낑대며 걸어가기를 반복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무식하게’ 용감했고 열정만 앞섰던 것 같다.

차로 이동해서 야외 공연을 한 번만 해도 너무 더워 지치는 게 당연한데,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주먹구구식으로 노방공연을 강행하다 보니 병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태국 현지인도 정오에는 더워서 일하는 것도 멈추고 시원한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동남아 무더위에 익숙하지도 않은 우리는 뙤약볕에 선풍기 하나 없이 걸어 다니고, 심지어는 땀으로 샤워를 할 만큼 열정적으로 공연을 했으니….

게다가 외국인은 생수나 정수를 사다 마셔야 하는데, 돈이 없는 우리는 현지인과 같이 수돗물을 그냥 마셔서 배탈과 장염에 걸린 멤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페이먼트 밴드의 자매 두 명이 아침에 열이 펄펄 나면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다른 자매들이 계속 손을 얹고 기도를 했는데도, 병세가 나아지지는 않고 악화되기만 했다.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은 밴드의 리더가 환자 둘을 급히 응급실로 이송을 했고, 급기야는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태국 실내외 기온 차가 너무 심하고, 현지 교회의 찬 대리석 바닥에서 잠을 자며 수돗물을 마시고, 하루도 쉬지 못하는 강행군을 해서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장염 및 탈수증상과 고열이 함께 온 것이다.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내가 입원한 자매들을 간호하며 함께 있었다. 그 김에 나도 편하고 깨끗한 곳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저녁 시간엔 병원 한 곳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바이올린 한 대를 튜닝해서 병원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찬양연주를 했다. 결국 수액과 약을 맞고, 하룻밤을 푹 쉰 자매들은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어 그 다음 날 퇴원을 할 수 있었지만,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우리에게 병원비가 80만 원 이상 청구되었다.

방콕과 콘캔, 치앙마이 등의 대도시를 순회하며 수십 군데의 교회, 백화점, 중, 고, 대학교에서 문화 선교 공연을 펼쳤다. 문화라는 영역을 통한 하나님의 일하심은 무궁무진했다. K-Pop의 붐을 허락하신 것이 우리 같은 문화 선교사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불교 사상으로 가득 물든 수많은 태국 젊은이들이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는 놀라운 일을 목도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저 순종함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고, 그들의 마음 문을 열고 주님께로 돌이키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