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고 계시는 이모님과 함께 갑자기 베트남 호치민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여권으로는 15일을 무비자로 베트남을 방문할 수 있지만 뉴질랜드 여권을 가진 사람은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비자는 베트남 공항에 내려서 입국 심사대를 지나기 전 왼쪽에 있는 비자업무 창구에서 비자를 받고 입국 심사대로 가야 합니다.”
에이전트로부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듣고, 그가 보내준 입국 허가서와 비자신청서를 작성하여 준비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공항에 내리자 후끈 열기가 올라옵니다. 겨울나라에서 여름나라로 훌쩍 넘어오고 보니 그 열기는 더 한 것 같습니다.
입국 심사대를 가기 전 에이전트가 알려준 대로 비자 신청 창구로 갔습니다. 순간, 북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확! 듭니다.
직원들이 입고 있는 제복들이 티브이에서만 보았던 북한 병사들의 옷과 너무나 똑 같습니다. 분위기 역시 경직되어 있는 듯한 사회주의 냄새가 확 풍겨옵니다.
창구에 마주 선 그 북한 병사 같은 직원이 여권과 서류를 받더니 힐끗 한번 쳐다 보길래 눈인사를 얼른 건네 봅니다. 그러나 그는 경직된 모습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사십 분을 기다려 비자를 받아 들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며 이 땅에서 새롭게 다가올 일들을 기대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지금은 베트남 교민이 된 오래 전 우리교회 집사님의 공항 마중을 시작으로 낯선 베트남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달리는 차량들 사이사이를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를 보는 내가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도 얼굴 하나 붉히거나 오토바이 세워 놓고 아웅 거리는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낮이면 호치민 이곳 저곳을 돌아 보고 밤이면 숙소에 들어 와 잠자기 전 침대에 둘러 앉아 베트남의 복음을 위해 기도를 합니다.
매일 늦은 밤에 침대에 앉아 서로 손을 부여잡고 우리나라를 위해, 베트남을 위해 빡센 기도를 드립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고 잠이 들던 3일째 밤.
“꽝 꽝 꽝”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1시가 넘었습니다. 밖에서 웅성웅성 남자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꽝 꽝 꽝”
또 한번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누구냐고 물으니 호텔 지배인이라고 합니다. 첫날부터 보아왔던 맘 좋게 생긴 지배인인지라 그냥 문을 열었습니다.
순간! 문이 열리자 말자 공항에서 보았던 군복차림의 공안(경찰) 두 명이 군화발로 방안으로 쑥! 들어옵니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방안을 휘익 둘러보더니 베트남말로 지배인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합니다.
잡혀 가는 줄 알았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잡혀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한 밤중에 여자들 자는 방에 예고도 없이 쳐들어 와서는 방안을 휙 둘러보고 가는 일이라니……
다음 날, 그 지배인을 찾아 물었습니다. 왜 한 밤중에 우리 방에 공안이 왔느냐고?
그의 대답이 어이가 없습니다.
“으응~ 너희 여자들 셋이서만 여행 왔길래”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우리가 밤마다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그 지배인이 공안에 신고했다는 것을요.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교회는 허락하되 포교활동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요.
감사하게도 그들 눈에 보기에도 우리가 포교 활동하는 전도자로 보였나 봅니다.
마음 놓고 기도하고, 마음 놓고 예배 드리고, 마음 놓고 전도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더 열심히 믿음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