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학교에서 선생님이 장래희망에 대해 질문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통령, 의사, 과학자, 교수 등 사회적으로 큰 업적을 이루거나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꿈을 가졌다. 많은 것이 궁금하고 다 해보고 싶었던 필자는 “만능가”라는 다소 엉뚱한 장래희망을 발표했다가 선생님이 꽤 의아해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 세대가 변함에 따라, 법조인, 스포츠인, 예술가, 예능인, 공무원 등 꿈의 종류는 꽤 다양해졌다. 그리고 또 한 세대가 지나면서 아이돌, 유투버나 인플루언서와 같이 인지도가 높은 종류의 직업이 아이들의 장래 희망 목록에 등장했다.
기성세대에게 꿈은 대체로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가정을 이루고 노후를 준비하는 삶이 이상적인 경로로 여겨졌다. 이러한 꿈은 당시의 경제와 사회구조 속에서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은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가족을 책임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꿈이 그 시대의 경제와 문화를 반영하듯,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는 과연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정보가 넘쳐나고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살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예측 불가한 현실 속에 꿈을 꾸기 어려워하고 있을까.
현실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기성세대가 생각했던 평생직장에서는 예상보다 일찍 퇴사를 권유받는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 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직업과 정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평생직장이라 여기며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기성세대는 원치 않게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해야 하는 모습을 다음 세대는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 직종에 인생 전체를 걸어도 괜찮은가. 지금 준비하는 직업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인가. 회사나 국가가 나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그 결과 다음 세대는 하나의 직업이나 커리어에 자신의 미래를 모두 걸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준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직장과 사업을 병행하고, 본업과 다른 분야의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투자와 새로운 기술 습득에도 관심을 가진다. 기성세대에게 이러한 모습은 다소 불안해 보이고, 멋진 포부나 꿈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과거 신뢰있는 공동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그 안에서의 자신의 자리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선택과 가능성이 강조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일에 대한 가치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다음 세대는 직장의 조건이나 경제적 안정성만큼이나 성취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과 서로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성취해 나가는 것을 중요한 직업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경험을 설레어 하지만, 이면에는 이러한 선택을 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다음 세대를 발견한다. 인터넷과 AI를 통해 성공과 실패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고,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며, 다양한 삶의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시도가 더 두려워진 것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볼 수 있고, 도전하기 전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실패할 가능성을 미리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실패를 경험하기도 전에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듯 다음 세대는 꿈을 꾸기 전에 대부분의 경험과 과정을 계산한다.
그러나 경험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경험의 묘미는 바로 각자의 삶에서 전혀 다른 성장과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성장은 성공한 사람의 모범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낙담 속에서 다시 일어서며 새로운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극복의 경험, 이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귀하지만, 이를 이겨낼 힘이 없거나 두려워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음 세대에게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미디어를 지나치게 가까이하지 않도록 하는 이유도 단순히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수많은 타인의 삶을 지나치게 쉽게 접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답을 얻으려는 태도가 그들에게 가능성과 꿈을 갖는 것을 쉽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고 자신의 실패를 미리 상상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고 자신의 가능성을 비교하면서 경험 자체를 회피하거나, 쉬워보이는 그들의 성공이 자신의 삶에는 이뤄지지 않아 낙담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다음 세대에게 꿈꾸는 것, 그리고 작게라도 시작하고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성공의 정답처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작 자체를 격려하고, 작은 실천에서도 그 의도와 의미를 발견해 주며, 실패했을 때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경험을 통한 성과의 기준 역시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전과 같이 직업, 연봉, 직책과 같은 외적인 결과만으로 성장과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무엇을 경험했는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대화하며, 그 과정을 함께 바라보며 참 성과가 어떤 것인지 격려하고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다음 세대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넘어 진정한 성취와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의 선배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최근 취준생이 직장에 수많은 지원서를 냈지만 원하는 직장에 취업되지 못해 좌절하고, 유투버가 되기 위해 여러 컨텐츠를 만들고 올렸지만 인지도가 없어 실망하고, 내가 가진 경력은 AI 시대에 도태된다 는 등의 불안감과 좌절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이들의 불안과 좌절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크기와, 계획과, 세계를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어른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이럴때 우리가 함께 발견하게 되는 것은, 꿈은 완성된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경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며 믿음이 생기고 자라는 삶의 과정에서 더더욱 하나님의 임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데이터로 확인하고,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며 살아가는 다음 세대에게 보이지 않는 믿음의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런 삶은 설명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에 대한 더 많은 설명만이 아니라, 믿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