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통 좀 재봅시다”

“엄마, 빨리 응급실로 가래요. 잘못하면 큰일 난데요.”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며 들려오는 다급한
딸 목소리에 잠시 당황하다 차분하게 말합니다.

“엄마 지금 신문 마감 중이라 자리 못 비워!
신문 마감하고 가볼게.”

제일 정신없이 바쁜 마감 둘째 날!
그것도 지금 빨리 응급실로 가라니……

며칠 전부터 오른쪽 종아리가 뻐근하게 아파오더니
낫는 듯하면서도 낫지 않고 슬슬 더 아파옵니다.

신문 마감에 정신없는 오후에
딸아이가 안부를 전해 옵니다.

“엄마! 종아리 아프다던 건 좀 어때요?”
“그러게… 더 많이 아프네.”
“제가 병원에 전화해 볼게요.”

전화 끊고 돌아서려는데 다시 전화가 옵니다.

“엄마! 빨리 응급실로 가래요.
종아리에 혈전이 생기면 종아리가 그렇게 아프대요.
그 혈전이 뇌로 가거나 심장이나 폐로 가면 큰일 난다고
무조건 응급실로 당장 가래요.”

“알았어. 신문 마감해 놓고 간다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딸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방암 초기 진단 받고
수술하고 항암 끝난 지 얼마 안 된 엄마가
항암 후유증으로 혈전이 생겨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놀라 엄마 걱정해서 우는 건 당연합니다.

전군 비상이 걸리듯 가족 모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집 근처에 있던 아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무조건 빨리 응급실 가야 한다고
짐짝 실듯 싣고 달립니다.

“참내, 종아리 좀 아픈 거 가지고 왜 이 난리들이람?”

다행히 내가 해야 할 편집 작업들은 거의 다 해놓은지라
더금더금 옷을 갈아입고 응급실로 갔습니다.


항암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더니
속사포같이 접수를 받아 주고
번개같이 병실을 잡아 줍니다.

“밖에 감기 환자와 코로나 환자들이 많으니까
너는 밖에 나오지 말고 필요하면 벨을 누르세요~”

아주 큼직한 호텔(?) 독방을 줍니다.
아주 할렐루야입니다!!!

조금 지나 의사가 들어와 어느 다리가 아프냐고,
그 다리를 볼 수 있냐고 합니다.

오른쪽 다리를 내밀었습니다.
다리를 꾹꾹 눌러보고 조금 부었다고 하면서
왼쪽 다리와 비교해 봐서 어느 정도 부었는지 보자고 합니다.
왼쪽 다리도 내밀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사 쌤!
아프다는 오른쪽 종아리나 안 아픈 왼쪽 종아리나
아무리 봐도 퉁퉁한 게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다리가 부은 건지 안 부은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종아리가 워낙 조선 무에다
코끼리 다리처럼 발목 없이 올라 와 온통 굵직하거든요.

양쪽 다리통을 번갈아 눌러 보더니 말없이 나간 의사 쌤!
다시 들어 오는 의사 쌤 손에 들려 있는 긴 줄자!!


말없이 줄자로 양쪽 다리통을 오가며 재어 보는 바쁜 손!
차이를 모르겠다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는 난감한 얼굴!

에고, 이 다리통은 언제나 날씬해지려나….
암튼, 줄자로 허리는 재봤어도 다리통 재보긴 처음입니다.

초음파 찍고 엑스레이 찍고, 하룻밤 특실에서 잘 쉬다
근육통 약 처방 받아 근육통 약먹고 그대로 나았습니다.
이또한 할렐루야! 입니다.

유방암 수술하고 항암하고 났더니
정부의 건강 관리(?)를 받는 고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분에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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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