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동 서독 주민 문화 심리적 갈등
독일이 통일된 후 경제적인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내적 통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서독 주민들 간의 문화․심리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어, 이것이 통일 독일 사회의 ‘최대 난제’가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이미 통일 초기부터 동서독 주민 간에는 문화 ․심리적 분단의 조짐이 있었다. “1995년에 ‘슈피겔’은 동독 주민의 67%가 “장벽은 사라졌으나 머릿속의 장벽은 더 커지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Der Spiegel, 27/95).
이러한 문화 ․심리적 분열 현상은 구동독 사회를 동경하는 이른바 동독 주민들이 통일 이후 통일 전의 옛 동독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인 오스탈지아(Ostalgia) 현상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통일 과정에서 동독 주민과 서독 주민 사이에는 갈등과 반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동독 재건을 위한 경제적 부담에 서서히 불만을 갖게 된 서독 주민들은 동독 주민들이 ‘도움을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이웃’이라고 느끼게 되었고, 동독 주민들은 서독 주민들을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들’, ‘돈이면 다’라는 자본주의의 천한 면만 배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게 되었다.
‘정치․경제적 통합’과 ‘사회․문화적 분열’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통일 독일의 모순적 현실은 미래의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통일의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장벽은 무너졌지만 치유하기 힘든 ‘심리적 장벽’ 혹은 ‘심리적 분단’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결과이다. 진정한 통일은 정치․ 경제적 통합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통합에 의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독 주민들이 경제적 격차의 해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통일 독일보다 구 동독 사회와 더욱 일체감을 느끼고 있는 현실은 통일이 체제나 제도의 문제이기에 앞서 인간들 사이의 상호 이해의 문제, 즉 ‘문화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이러한 현실은 국가와 민족의 통합으로만 인식되어온 기존의 통일 개념의 확장을 요구한다.
둘째, 동독 주민들의 복음에서의 이탈 현상
통일 이후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는 종교가 동독 주민들의 생활에 과거만큼 중요성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독에서는 주민의 15%만이 무종교라고 답한 반면 동독 지역에서는 주민의 67%가 무종교라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러한 상황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는 서독 지역에서는 교회 구성원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반면, 동독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종교를 갖지 않는 것이 더 일반적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동독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과 환멸을 겪고 있는 통일 후의 상황에서 사이비 종교의 확산이 우려되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동독 지역에서 사이비 종교가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독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 속에 놓여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교회에서 도피적 위안을 찾지는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동독 주민들이 교회 구성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가 현시대에 요청되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셋째, 동독의 경제성장 약화
김용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통일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 동독 지역은 경제력에서 여전히 구 서독 지역과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실업률은 두 배나 되는데 인구는 점점 줄어들며,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고령자가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문제 지역으로 남아있다.
또한 지금까지도 동 서독인들의 머릿속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고 내적 통합은 아직 완수되지 못하였다”(참조: 김용민, 한반도 통일의 모범이자 반면교사로서의 독일 통일, 한국 독어독문학회, 2011)
동독의 경제성장 악화 원인은, 동독은 서독에 비해 정주여건, 전문 인력 수급, 임금과 노동생산성 등에서 경쟁력이 낮아 투자대상 지역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또한 현재의 동독 산업구조상 부가가치 창출이 높지 않아, 제조업에 종사하는 동독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 창출이 서독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산업 클러스터가 대부분 서독 지역에 밀집되어 대기업 중에서 동독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전혀 없으며,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연구기관도 대부분 서독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정형곤, 독일 통일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