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Christmas Oratorio BWV 248

코로나의 위협 속에서도 록다운의 부자유 속에서도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한 해가 다 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올 한 해를 이제껏 겪어내신 여러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잘 견디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견디실 것을 믿습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결코 이 수난을 방관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을 붙잡고 나아갈 때 우리에게 궁극의 승리가 주어질 것입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주변의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연말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화요음악회의 마지막 곡은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골랐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서양 음악사에서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집안은 200년에 걸쳐서 50명 이상의 음악가를 배출한 위대한 음악가의 집안이었습니다.
또한 이 집안의 음악가들은 대대로 개신교회의 경건한 신자들이었으며 교회 음악가로 활동하였습니다. 바흐의 삶과 작품 속에 면면히 흐르는 믿음은 바로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것입니다.

바흐는 많은 교회 음악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크리스마스를 위해 인류에게 남긴 큰 선물과 같은 작품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oratorio)’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작품은 믿음 가득한 바흐의 심성과 천재적인 음악성이 어울려 태어난 걸작입니다.

바흐는 평생 3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는데 이 중 1734년에 작곡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가장 유명합니다.

오라토리오가 아닌 오라토리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오라토리오(Oratorio)는 성악의 일종으로 오페라와 달리 배우의 연기는 없으며 주로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음악 장르입니다. 그 유명한 오리토리오 ‘메시아(Messiah)’를 작곡한 바흐와 동갑내기 음악가인 헨델(Handel 1685-1759)에 의해서 확립된 오라토리오 장르는 작품에 흐르는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 또는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하나의 이야기로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독자적인 6개의 칸타타의 모음 형식으로 짜여있습니다. 연주도 한 번에 하지 않고 6번에 걸쳐 나누어 연주하게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성스러워야 할 이 작품에 바흐는 그전에 작곡해 놓았던 세속 칸타타를 비롯한 음악에서 많은 인용을 했습니다. 따라서 양식(樣式)으로만 보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오라토리오라고 부르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에 대해 바흐 학자인 말콤 보이드(Malcolm Boyd)는 ‘일시적 목적을 위해 작곡된 세속 칸타타(Cantata: 노래한다는 뜻의 어원을 가진 바로크 시대의 성악곡으로 가사 내용에 따라 세속 칸타타와 교회 칸타타로 나뉜다)를 교회음악으로 바꾸면 신성화(神聖化)되면서 교회력(敎會曆)에 따라 최소 1년에 한 번 계속해서 연주되므로 영속성을 갖게 되기에 음악을 하나님 찬양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았던 바흐가 이 작품이 종교적 모습을 갖춰 예배 의식에 사용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이 설명에 동의합니다. 이러한 창작 목표와 경건한 믿음을 가졌기에 원래 작은 시냇물에 불과했던 바흐(Bach의 독일어 뜻이 시냇물입니다)가 나중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커다란 바다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음악사에서 초연이 2년에 걸쳐 이루어진 유일한 작품
모두 6부(部)로 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는 64곡이 있습니다. 각 부를 크리스마스 시즌의 각 축일(祝日)마다 한 부씩 연주하려는 의도였습니다.

1부는 예수 탄생에 대한 내용으로 크리스마스 당일에 연주하며 2부는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나 예수의 탄생을 알려준다는 내용으로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연주하며 3부는 저 들 밖의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하는 내용으로 12월 27일에 연주합니다.

새해 1월 1일에 연주하는 4부는 아기가 할례를 받고 예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며 새해 첫 번째 주일에 연주하는 5부는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6부는 현현절(顯現節: 주로 1월 6일)에 연주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 경배하는 내용입니다.
이 곡을 모두 연주하기 위해서는 3시간 정도 걸리기에 한 번에 전부 연주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엔 발췌해서 한 번에 연주하든지 아니면 세 부씩 묶어서 두 번에 걸쳐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곡이 초연된 1734년에는 작곡가의 의도대로 하루에 한 부씩 여섯 날에 걸쳐 연주되었습니다.

1734년 12월 25일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1부를 연주한 것으로 시작으로 하여 이듬해인 1735년 1월 6일 역시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6부를 연주하는 것으로 끝마쳤습니다. 그러므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음악사에서 초연이 2년에 걸쳐 이루어진 유일한 작품이 된 것입니다.

곡의 구성과 각 부(部)의 내용
제1부 크리스마스 제1일:‘자, 축하하라, 이 좋은 날을’
모두 9곡으로 되어있다.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부분으로 밝고 힘찬 음악으로 시작된다.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도착해서 예수를 낳는 데까지의 이야기로 예수의 탄생에 대한 환희로 가득 차 있다(누가복음 2:1, 3~7).

제2부 크리스마스 제2일:‘무서워 말라, 기쁜 소식을 전하노라’
모두 14곡으로 가장 길다. 시칠리아 풍의 신포니아로 시작되는 전원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양치는 목자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 예수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누가복음 2:8~14).

제3부 크리스마스 제3일:‘하늘의 통치자여, 이 노랫소리를 들으라’
12곡이지만 마지막에 첫 곡을 다시 노래하므로 결과적으로 13곡이 된다.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가서 구유 속에 누워있는 예수를 확인하고 하나님을 찬양한다(누가복음 2:15~20).

제4부 새해 첫날:‘감사로 엎드려 절하세’
이날을 할례축절(割禮祝節)이라고 하는데 아기가 태어난 지 8일 후에 할례를 받고 예수라는 이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두 7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드러운 호른은 예수에게 경의를 나타내고 있다(누가복음 2:21).

제5부 새해 첫 일요일:‘하나님께 영광 있으라’
모두 11곡이며 동방박사 이야기의 전반부를 다루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헤롯 왕을 찾아와 새로 태어난 유대의 왕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헤롯 왕이 두려워한다는 내용이다(마태복음 2:1~6).

제6부 크리스마스 후 12일(1월 6일):‘주여, 교만한 적(敵)이 찾아올 때’
이날을 현현절(顯現節)이라 하는 데 동방박사들이 아기를 찾아 경배하고 축하한 뒤 꿈에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헤롯 왕에게 알리지 않고 갔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64곡은 환희에 넘치는 전주로 시작해 힘찬 후주로 전곡을 마무리하며 대단원을 장식한다(마태복음 2:7~12).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들으며 보내는 올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쳐진 말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가족이 모이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같이 들어 보시기 권해 드립니다.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크리스마스가 될뿐더러 음악을 하나님 찬양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았던 바흐의 경건한 믿음을 통해 가족이 더욱 사랑으로 뭉쳐질 것입니다.

권해 드리고 싶은 음반은 Karl Richter가 지휘한 Münchener Bach-Chor와 Münchener Bach-Orchester의 연주입니다.

석운(夕雲)의 화요음악회 이야기와 크리스천라이프를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 기쁜 성탄과 복된 2022년 새해를 맞으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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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