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벌금 스티커

아이구야! 이게 뭐야. 내 차량번호가 아닌데. 어느 +이 벌금스티커를 남의 차에 붙여 놓았네. 와이퍼에 끼워 놓은 벌금 스티커를 집어서 찢으려는 찰나이다. 자그마치 85불이다. 2주 이내에 입금이 되면 65불이다.

이런 +++들이 있나. 차 한잔 마신 그 시간에 벌금 스티커를 붙여 놓다니. 우와, 인심도 야박하구나. 이민자의 삶이 진짜로 섦구나. 아~섦다. 입안에는 육두문자가 가득이다. 벌금스티커에 쓰인 차량번호가 눈에 익다. 어~ 눈에 익은 차량번호인데, 밴이다. 아니 밴이면 방금 티타임을 가지고 기도한 후에 헤어진 ㄱ집사의 차량이 아닌가. 사무실에 돌아 가는 대로 차량번호를 확인해야지.

도착 하는 대로 카톡을 날린다. 잠시 후에 응답이 왔다. 제 차에는 ㄱ목사님의 차량번호가 적힌 벌금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벌금스티커를 발부한 사람이 스티커를 바꾸어서 붙인 것이다. 핫핫핫!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차량 두 대에다가 쌍으로 붙였구먼. 두 대의 벌금액이 자그마치 한 사람의 하루 일당이다. 마음에 찝찝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심, 주님, 어찌합니까? 오늘 당신의 사랑하는 두 명의 종이 선한 일을 하러 기쁨으로 갔다가 벌금스티커 두 장을 안고 거품 물고 오다니요.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해도 해도 너무 하신 게 아닙니까?

이런 축복(?)이라면 거절하겠나이다. 거절합니다. 혼자 말로 되뇌는데, 문득 스쳐가는 기발한 생각이다. 야, 이 아둔한 +아, 왜 이리 미련하냐. 어려운 회사에다가 후원금으로 희사했다고 생각하면 안되냐? 머리가 띵할 정도의 충격이다.‘그래 맞아, 벌금이라고 생각하니 아깝고 속이 쓰리고 분하고 원통한데 어려운 회사에 후원한 것이다’라고 뒤집어 생각하니 마음이 금세 시원해진다.그래서 바로 ㄱ집사께 카톡을 보낸다.

ㄱ집사님 오늘 선한 일(분유공급)에 밴을 가지고 오셔서 어려운 가정들에 분유도 공급해 주시고 차량봉사까지 해주셨는데 벌금이 웬 말입니까.이 벌금은 이 종이 내어 드려야 마땅합니다.벌금스티커의 번호를 알려 주세요.

곧바로 응답이 왔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늘 좋은 일에 앞장서 일하시는 목사님께서 벌금을 내시다니요. 제가 내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계속되는 거절은 오만이고 상대방의 배려를 무시하는 교만일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벌금 내어 주신 만큼 후원금으로 받겠습니다. 벌금을 내어 준다. 아니다. 이런 멋진 실랑이를 끝내고 만사를 털어 버린다. 이튿날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이 날라 왔다. 두 사람의 벌금스티커를 입금한 영수증 사본이다. 스마트폰을 잡고 기도한다. 주님, 이 분을 복 주소서. 선한 일을 하다가 욕을 보고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축복을 따따불로 받게 하소서. 화가 복이 되게 하소서.

700여 년 전 고국 땅, 전남 순창, 풍산면 반월리라는 마을에 설씨 형제가 살았다. 형제는 결혼하여 따로 살았지만 형제간의 우애가 워낙 남달랐다. 어느 해인가 큰 홍수가 나서 마을이 온통 물에 잠겨 서로 자기의 목숨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때 설씨 동생은 가통(家統)을 이으려면 형님네 집이 무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집은 돌보지 않고 형님의 집으로 달려가 홍수 막기에 힘을 보탰다. 하늘님도 감동하셨지. 동생 집도 무너지지 않고 무사하였다. 나중에 설씨 형제가 마을 농토의 가뭄 걱정을 덜고자 보를 쌓았다.

몇 날 며칠을 보 쌓기에 여념이 없는 설씨 형제에게 마을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감동받은 마을 사람들까지 힘을 보태어 마침내 튼튼한 보가 완성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설씨 형제의 의로운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보를 형제보 또는 설보라고 불렀다. 하늘님의 돌보심 덕분에 이 형제 보는 큰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고 수리 관개에 요긴하게 쓰여 해마다 반월리 들녘의 풍년을 돕는다고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문화의 달이다. 교민간의 두터운 우애는 다민족 공동체의 화합과 번영의 밑거름이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가 삭막한 이민자의 삶을 매끄럽게 회전시켜 주는 윤활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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